회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임시이사회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임된 평론하는 김대현입니다. 반가운 소식으로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최근의 상황이 그렇지 못해 안타깝고 송구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과 비상대책위원회의 현황에 대해 회원 여러분께 공유 드리고자 인사드립니다.
한국작가회의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합니다. 반세기라는 시간의 울림이 말해주는 바와 같이 작가회의는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며 오랜 시간을 민중과 소수자의 곁에서 함께 걸어오며 한국의 현대사에 커다란 족적을 새겨놓았습니다. 어려운 상황도 있었지만 작가적 양심에 비추어 비교적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작가회의는 회원 모두의 자긍심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작가회의는 이사장, 사무총장을 비롯하여 임원 전원이 총사퇴를 결의한 비상상황입니다. 우리 모두가 존중했던 작가회의의 역사와 정신이 우리의 시간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반드시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현 상황을 수습하고 한국작가회의를 정상화하고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였음을 회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은 여러 회원들의 자문과 의견을 얻어 구성되었습니다. 인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피재현(시:대구경북), 함순례(시:대전), 김진숙(시조:제주), 문동만(시:서울), 오창은(평론:서울), 박혜지(소설:충북), 김서령(소설:서울), 최형미(어린이청소년:서울) 임성용(소설:부산), 노지영(평론:서울), 김건영(시:서울), 이병국(시:인천), 백애송(시:광주전남), 송지현(소설:서울), 최지인(시:서울) 회원입니다. 이와 함께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 과정에서 법적 자문을 얻기 위해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였던 권영빈 변호사를 자문변호사로 위촉하였습니다. 더 많은 회원님들께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나 지난 임시이사회 이후의 시급한 흐름 속에서 모든 일을 세밀하게 살펴 행할 수 없었습니다. 부족한 부분은 오직 공평무사의 마음으로 채워나가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은 추후 활동을 진행하며 구체화될 예정입니다만 현재 큰 틀에서 염두에 두고 있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비상상황에 이르게 된 과정에 대한 분석과 평가입니다. 수면 위로 드러난 현상에도 주의를 기울이겠지만 현 사태를 불러온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지점까지 연구하려 합니다. 초유의 사건인 만큼 원인과 경위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통해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한국작가회의의 원로분들을 비롯하여 지회·지부, 젊은 작가분들께 조언을 들으려 합니다. 또한 이와 별개로 많은 회원들의 제보와 제언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 하나의 의견도 소홀히 듣지 않겠습니다.
2. 다음은 연속성을 가진 한국작가회의 통상업무의 복원입니다. 전국청소년백일장, 내일을 여는 작가 및 회보 발간, 작가티비, 아름다운 작가상, 내일의 한국작가상, 한국작가상, 신입회원 심의 등 한국작가회의의 주요한 사업이 좌초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한국작가회의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사회문제에 대한 문학적 실천과 문학을 필요로 하는 민중과 소수자에 대한 연대 또한 적극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의 재정은 그리 순탄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3. 다음은 한국작가회의 창립 50주년 기념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입니다. 한국문학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로의 전망을 제시하는 연속심포지움과 오랜 기간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 문학의 역사와 현재를 지회의 시선으로 조망하는 <지역문학 50년> 발간사업 등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여러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작가회의의 정신과 동행한 한국미술의 거장들과 함께 회원들이 직접 자신의 작품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시사업 등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회원 여러분께서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상기한 사안들 및 추가로 진행되는 사안들에 대해 매월 회원 여러분께 진행상황을 보고하고 의견을 들으려 합니다.
지금 우리는 미증유의 위기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자본에 내재한 근본적 모순으로 양극화와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표면화된 신냉전 체제가 가져온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로 남북관계 또한 불가역적인 파탄으로 진행되어 가고 있습니다.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기후변화는 생태계 전반에 종말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AI와 자동화로 인한 인간성의 유실과 대규모 기술적 실업의 문제도 잠시의 편의를 이유로 더 이상 회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애와 연대를 통해 이를 함께 헤쳐나가야 할 공동체의 성원들은 세대, 젠더, 지역, 국적, 인종 등 다양한 갈등 요소들로 서로에 대한 적대와 혐오를 통해 파편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문학도 위기에 처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시대와 매체의 변화에 따라 문학과 작가의 역할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의 문학을 대표하는 한국작가회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국작가회의가 정상화되어야 하는 까닭입니다.
문학의 첫번째 기율은 상투형의 전복이라는 말에 뜻을 같이 합니다. 상투형은 우리의 사유를 진부하게 만들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가능성을 모색하지 못하게 하는 모든 범주의 낡은 것을 말합니다. 문학이 언제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작가회의는 이 상투형을 넘어 지속적으로 젊어져야 합니다. 여기의 젊음은 생물학적 젊음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움직임이 젊음이라 생각합니다.
향후의 한국작가회의는 단순히 작가회의 조직을 이전으로 재구성하고 유지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중위기상황에서 문학과 작가의 책무를 재확인하고 다음 50년에도 여전히 문학과 작가의 자리가 예비될 수 있도록 그 토대를 닦아야 합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차기 집행부가 작가회의의 정신에 기반을 둔 문학적 소신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상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각자 생각의 방향은 다를 수 있지만, 한국작가회의의 회원이라면 한국작가회의가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고 작가들이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서로를 격려하고 지탱하는 연대체가 되어주기를 바랄 것이라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회원 모두가 비상대책위원회의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주셔야 합니다.
더 적합한 회원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족한 역량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중차대한 역할을 부여받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러나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부여받은 이상 담대한 마음으로 역할을 수행하겠습니다. 모든 회원 분들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하며 앞으로도 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에 많은 관심과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한국작가회의 비상대책위원장 김대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