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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黃岳山吟咏(유황악산음영) ▫ 저자 : 김지익 심구보 김자정 ▫ 시기 : 1740년 초파일 무렵 ▫ 원문 : 열락재유고 1권 p152-p159 ▫ 내용 : 35首」 | |
▫ 열락재유고 3권 p73-80에「유황악산록」 산문 있음 ▫ 심구보, 김자정 등과 같이 동행 ▫「유황악산록」에 중건 중인 직지사의 모습을 기록 ▫ 이동경로 : 운수암(관징대사)→영운암(처명대사)→심적암(담숙대사)→백운암→금강대→상원암→내원암→능여사→견불암→용추→명적암→은선암→부도→만세루→영류암 |
山僧進酒(산승진주)
산승에게 술을 올리다
1740년 4월 -김지익 p152
芒鞋閑穿樹色來 망혜한천수색래 / 짚신 신고 틈을 내어 산속을 찾아오니
白雲深處寺門開 백운심처사문개 / 흰 구름 깊은 곳에 절 문이 열려있네.
起塵雪衲偏多意 기진설납편다의 / 비질하던 스님이 다정하게 맞아주어
石榻松醪勸一盃 석탑송료권일배 / 돌 의자에 앉아서 송료주 한잔을 권하네.
*설납 : 스님 *송료 : 송진으로 만든 술
山僧進酒(산승진주)
산승에게 술을 올리다
-沈久甫(심구보) p152
一笻遥指白雲來 일공요지백운래 / 지팡이 멀리 가리킨 백운가에 오게 되니
隨處名區好笑開 수처명구소회개 / 어디에나 좋은 경치 웃음이 걸리네.
多少風光看厯厯 다소풍광간무무 / 크고 작은 풍광에 세월 흔적 역력하여
悠我詩興酒三盃 유아시흥주삼배 / 아득한 나의 시흥 석잔 술로 달래네.
山僧進酒(산승진주)
산승에게 술을 올리다
-金子精(김자정) p152
風引閑蹤上寺來 풍인한종상사래 / 바람에 이끌려 한가한 걸음으로 절에 오르니
共消塵慮好懷開 공소진려호회개 / 세상 근심 사라지고 좋은 감회 열리네.
山中莫謂無珎味 산중막위무진미 / 산중에 진미가 없다 이르지 말고
多謝高僧酒一盃 다사고승주일배 / 사양만 하는 큰 스님 한 잔만 드시오.
贈僧統太鑑上人(증승통태감상인)
승통 태감상인에게 주다
-김지익 p152-153
心如水鑑太聰明 심여수감태총명 / 마음이 물 같은 태감은 총명하여
大衆叢林獨主張 대중총림독주장 / 대중의 총림에서 홀로 주장 되었네.
惜別何須論異道 석별하수논이도 / 아쉬운 이별에 어찌 다른 도를 논 하리오.
萍蹤邂逅是同鄕 평종해후시동향 / 부평초처럼 만났는데 알고 보니 동향이네.
*승통 : 교단과 승려를 통솔하는 승직 *태감상인 : 이름 명칭이 아니라 직책 명인 듯. <지봉집>에서도 검색 됨. 1741년(영조 17) 세운 직지사 사적비에는 당시 승통(僧統)을 가선(嘉善) 태감(泰鑑)으로 기록하고 있으고, 직지사 대웅전 중창상량문(1735년)에는 중창의 총 지휘자는 당시 승통을 맡고 있던 宗益스님으로 기록하고 있다. 김천시 증산면 쌍계사터에 남아 있는 태감대사泰鑑大師 공덕비에는 경월장로(1690-1769)가 관직에서 물러나 토방에 머물면서 그간 모아왔던 사재를 털어 각지의 사찰에 나누고 불사를 일으키는 원력을 세웠고 특히 직지사 중창에도 큰 역할을 하여, 1735년 대웅전을 중창한 후 1741년 사적비를 조성하고, 1744년 대웅전 삼세후불탱의 화주化主를 맡고 1750년 철제은입사향로를 제작하게 하였다. 고 기록되어 있음.
雲水路中(운수로중)
운수로 중에(1)
-김지익 p153
龍宮何處在 용궁하처재 / 용궁이 어디에 있는 지 물으니
僧指水雲邉 승지수운변 / 스님은 수운 변을 가리키네.
未到詩先詠 미도시선영 / 도착도 하지 않고 시를 먼저 읊으며
停笻自不前 정공자부전 / 지팡이 정지하고 저절로 멈추네.
*용궁 : 용왕의 궁전임. 현세에 불법(佛法)이 유행하지 않게 될 때에는 용궁에서 불교의 경전을 수호한다 함. *수운 : 물과 구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 ☞행운유수(行雲流水) :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일정한 본질이 없이 각양각색으로 변화함을 이르는 말.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움과 모든 것을 비우는 빈 마음이 스며들어갈 수 있는 상태를 표현 *부전 : 우물쭈물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멈추어 서는 모습
雲水路中(운수로중)
운수로 중에(2)
久甫(심구보) p153
水雲深處訪眞仙 수운심처방진선 / 물과 구름 깊은 곳으로 신선을 찾아가니
厯厯山庵指點邉 무무산암지점변 / 오래된 산 암자 손가락 가리키는 곳에 있네.
徐行緩步論心地 서행완보론심지 /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걸으며 마음 바탕 논하는데
酒老詩朋在後前 주노시붕재후전 / 주옹은 뒤에 있고 시 벗은 앞에 있네.
*심지 : 마음의 본 바탕
雲水路中(운수로중)
운수로 중에(3)
-子精(김자정) p153
有寺知非遠 유사지비원 / 절 있는 곳 멀지 않음 알리는
鐘聲洛耳邉 종성락이변 / 종소리 귓가에 떨어지고
沿溪路轉邃 연계로전수 / 개울 옆길 돌아서 깊어져
探景不能前 탐경부능전 / 구경 하느라 나아가지 못하네.
雲水庵訪澄大師不遇(운수암방징대사불우)
운수암 징대사를 방문하였으나 만나지 못하다
-김지익 p153
佛法雖云舊 불법수운구 / 불법이 비록 옛것이라 말하지만
至君又有新 지군우유신 / 자네에 이르러 또다시 새롭게 되었네.
俗緣磨不得 속연마부득 / 속세 인연 갈아서 없애질 못했기에
未遇水雲身 미우수운신 / 행운유수 같은 몸을 만나지 못하네.
*징대사 : 1741년의「직지사중수기」에는 당시 직지사의 大師로 貫澄大師가 있었음, 「유황악산록」p75에 진언-영수-정혜-관징(1702-1778)이 운수암에 기거하고 있었음을 기록. *수운 : ☞행운유수(行雲流水) : 하늘에 떠가는 구름과 쉬지 않고 흐르는 물이라는 뜻으로 일정한 본질이 없이 각양각색으로 변화함을 이르는 말.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자유로움과 모든 것을 비우는 빈 마음이 스며들어갈 수 있는 상태를 표현
靈雲菴(영운암)
영운암
-김지익 p153
金山形勝說靈雲 금산형승설영운 / 김산의 형승으로 영운암을 말하는데
今見果如古所聞 금견과여고소문 / 지금 보니 옛 소문 지나치지 않았네.
屳子盡乘黃鶴去 선자진승황학거 / 신선은 황학 타고 모두 다 떠나갔고
空留風景後人分 공유풍경후인분 / 허공에 남은 풍경 후인에게 나눠주네.
*형승 : 지세나 풍경이 뛰어남
用許僉知韻 贈處明大師(용허첨지운 증처명대사)
허첨지운을 사용하여 처명대사에게 주다
-김지익 p153
惟子聰明一見知 유자총명일견지 / 그대가 총명한 걸 단번에 알았는데
玄經觸處盡通之 현경촉처진통지 / 태현경 곳곳을 모두 다 통달했네.
禪門入定如君小 선문입정여군소 / 선문의 입정이 자네처럼 젊다면
後世亦應爲祖師 후세역응위조사 / 후세에는 역시나 조사되어 있겠네.
*처명대사 : 김천직지사사적비에 처명대사가 맨 앞에 있음. 「유황악산록」p76에 운수암, 영운암을 방문하는데 처명대사와 태행상인이 함께 동행하여 수구의 시를 남겨주었음을 기록 *현경 : 태현경(太玄經). 漢나라 양웅이 周易을 모방해서 자신이 평생 닦은 학문에 첨가하여 지은 저서.
深寂庵(심적암)
심적암
-김지익 p154
琳宮隱寂寥 림궁은적요 / 임궁 숨은 곳 고요하고
山色更幽深 산색경유심 / 산 풍경 다시금 그윽하게 깊어지네.
石榻逢僧語 석탑봉승어 / 돌 의자에 앉아서 스님 말씀 만나지만
塵機不入心 진기불입심 / 속세 기미가 마음에 들지 않네.
*임궁 : 도교(道敎)의 사원(寺院)
次許僉知韻 贈倓肅大師(차허첨지운 증담숙대사)
허첨지 운을 차운하여 담숙대사에게 주다
-김지익 p154
上人亦可與言詩 상인역가여언시 / 스님과 말과 시를 함께 나누어 보니
性既聰敏道理知 성기총민도리지 / 성품이 총민하고 도리를 알고 있네.
松暗水涓無寐夜 송암수연무매야 / 솔 그늘 아래 물가에서 밤을 새우며
草堂遙憶明月時 초당요억명월시 / 달 밝을 때 초당 거닐든 걸 생각하네.
*담숙대사(倓肅大師) : 직지사 사적비에는 湛肅으로 기록되어 있음. *상인 : 승려에 대한 존칭
白雲庵(백운암)
백운암
-김지익 p154
千峯萬壑一蹊通 천봉만학일혜통 / 수많은 봉우리와 골짜기 오솔길로 통하고
日暮鐘聲落遠風 일모종성락원풍 / 날 저물자 종소리 바람결에 떨어지네.
借問琳宮何処在 차문림궁하처재 / 임궁이 어디에 있는지 물으니
老僧逕指白雲中 노승경지백운중 / 노승은 백운 속 오솔길 가리키네.
*차문 : 모르는 것을 남에게 물음
金剛臺(금강대)
금강대
-김지익 p154
地秘金剛護 지비금강호 / 쇠처럼 굳게 지키는 신비로운 땅에
天敎石作臺 천교석작대 / 돌로 대를 만들어 하늘을 가르치니
千年塔廟上 천년탑묘상 / 천년의 탑 묘위에
淸淨慧雲開 청정혜운개 / 청정한 혜운이 열리네.
*금강대 : 직지사 중수기에 직지사의 암자로 기록. 「유황악산록」p76에는 운수암-백운암-금강대-상원암의 경로를 기록 *금강 : 금강야차명왕(金剛夜叉明王) 여래(如來)의 지혜 *혜운 : 지혜의 구름이라는 뜻으로, 모든 중생을 포섭하는 부처의 지혜를 이르는 말
上院庵(상원암)
상원암
-김지익 p154-155
攀木登登去 반목등등거 / 나무줄기 잡고서 오르고 또 올라
尋庵上上巔 심암상상전 / 암자를 찾아서 산꼭대기 오르니
烏山靑點點 오산청점점 / 오산의 푸른빛 점점이 작아지고
鑑水白涓涓 감수백연연 / 감천의 백사장 굽이굽이 이어지네.
浩浩仍忘世 호호잉망세 / 아득히 넓어져 세상사 잊고서
飄飄欲化仙 표표욕화선 / 표표히 날아서 신선이 되고자하는데
興悠悠未己 흥유유미기 / 흥이 유유하게 일어나 다하지 않아
緩步步臺前 완보보대전 / 느린 걸음으로 대 앞으로 걸어가네.
*호호 : (가없이) 넓고 크다 *표표 : (세상사에) 초연. 펄펄 나부낌 *유유 : 유구하다
內院庵留宿(내원암유숙)
내원암에서 유숙하다
-김지익 p155
高僧禮七佛 고승예칠불 / 고승은 칠불에 예불하고
逰客坐三更 유객좌삼경 / 유람객 삼경에 좌정하니
寒磬與溪水 한경여계수 / 차가운 종소리 계곡 소리 함께 되어
舂舂㶁㶁徹 용용괵괵철 / 콸콸콸 방아찌며 돌아나가네.
夜鳴詩思蕩 야명시사탕 / 야조의 울음소리 시상을 흩어내고
夢魂淸松窓 몽혼청송창 / 꿈결에 송창이 선명하여
睡覺催歸興 수각최귀흥 / 잠 깨어 돌아갈 생각 재촉하니
烏岳日己生 오악일기생 / 금오산 자락에 날이 이미 새고 있네.
*내원 : 미륵보살(彌勒菩薩)이 도솔천(兜率天)의 내원(內院)에서 미래불(未來佛)로 이 땅에 하생(下生)하려고 준비하면서 천신(天神)들을 지도하고 있다는 말이다. 도솔천은 불교의 이른바 욕계(欲界) 육천(六天) 가운데 넷째 층에 있는 하늘로, 외원(外院)과 내원으로 이루어졌다고 함. *칠불 : 석가모니불 이전의 여섯 부처와 석가모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괵괵 : 콸콸 흐르는 물소리
能如寺(능여사)
능여사
-김지익 p155
極樂堂壯麗 극락당장려 / 극락당은 장려하고
靈山殿新奇 영산전신기 / 영산전은 신기하네.
道場今猶舊 도장금유구 / 도장이 지금도 옛 모습 간직하여
功德想祖師 공덕상조사 / 조사의 공덕을 상상하네.
*능여사 : 직지사 중수기에는 직지사의 암자로 나타남. 「유황악산록」p78에 능여사 앞에 부도가 줄지어 있고 석가산이 있는데 는여조사의 부도라고 전승을 기록 *신기 : 신기하다. 불가사의하다. 새롭다
謝元一首座款接(사원일수좌관접)
원일 수좌의 정성스런 접대에 사례하다
-김지익 p155
莫謂無別味 막위무별미 / 별미가 없다고 말하지 말라
藥草勝魚果 약초승어과 / 약초가 고기와 과일 보다 낫네.
爲謝慇懃情 위사은근정 / 은근한 정으로 사례하고
同携石上坐 동휴석상좌 / 함께 손잡고 돌 위에 앉네.
*관접 : 친절하게 대하거나 정성껏 대접함
見佛庵(견불암)
견불암 에서
-김지익 p155
靈區多歷覽 영구다역람 / 신령한 땅에서 유람할 곳 많지만
佛法見玆庵 불법견자암 / 불법을 이 암자에 드러냈네.
莫謂道場小 막위도장소 / 도장이 작다 말하지 말라.
猶勝大伽藍 유승대가람 / 오히려 대가람보다 훨씬 낫네.
龍湫(용추)
용추
-김지익 p155
山僧傳古跡 산승전고적 / 산승이 오랜 전설 전하길
老龍在此湫 노룡재차추 / 늙은 용이 이 소에 있다 하는데
瀑噴三伏雪 폭분삼복설 / 폭포는 삼복인데 눈가루 쏟아내고
波嘘五月秋 파허오월추 / 물보라는 오월에도 가을 기운 불어내네.
明寂庵(명적암)
명적암
-김지익 p156
風光多此地 풍광다차지 / 풍광 많은 이 땅은
山明境寂寥 산명경적요 / 산이 밝고 경역 고요하네.
金沙知不遠 금사지불원 / 대웅전 멀지 않음 알기에
催笻渡石橋 최공도석교 / 지팡이 재촉하여 돌다리 건너네.
*명적암 : 직지사 사적기에 명적암 있음 *금사 : 극락정토. 부처가 있는 세상 정도의 의미?
隱屳庵(은선암)
은선암에서
-김지익 p156
緑羅紅袈着 록라홍가착 / 녹색 나삼에 홍색 가사 걸치고
义手禮佛前 차수예불전 / 차수하고 예불하며 나아가는데
松形皆瀟洒 송형개소쇄 / 송형으로 모두 맑고 깨끗하니
大隱是眞仙 대은시진선 / 크게 깨달은 은자 이들이 참된 신선이네.
*차수 : 손을 마주 잡는 것 *송형 : 鶴體松形의 준말. 기품이 서리고 수척한 모습. *소쇄 : 맑고 깨끗하여 속세의 티끌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 이백의 시 <왕우군(王右軍)>에 나오는 말이다. 이 시에서 이백은 왕희지의 맑은 성품을 칭송하였다. *대은 : 크게 깨달아 번뇌와 의혹을 모두 떨쳐 버린 은자
過浮屠庵遇雨未入(과부도암우우미입)
부도암을 지나며 비를 만나 들어가지 못하였다
-김지익 p156
天雨還爲逐客令 천우환위축객령 / 비를 내려 돌아가라는 축객령에
浮庵咫尺跡難通 부암지척적난통 / 부도암이 지척인데 걸음걸이 어렵네.
身或未逕心豈恨 신혹미경심개한 / 몸이 혹시 지나지 못하여 마음에 한이 될까
萬山風景一嚢中 만산풍경일낭중 / 만산의 풍경을 시주머니에 담아두네.
次直旨寺萬歲樓題詠(차직지사만세루제영)
직지사 만세루 제목으로 읊은 것을 차운하다(1)
-김지익 p156
黃山嵂屼碧溪流 황산률올벽계류 / 황악산 우뚝하고 푸른 계곡 흐르는 곳에
千古勝觀萬歲樓 천고승관만세루 / 천고의 구경거리 만세루 있네.
屳侣盡乘雲鶴去 선려진승운학거 / 짝하던 신선은 운학타고 가버렸고
風光都付後人逰 풍광도부후인유 / 풍광만 도읍에 보내 후인이 유람 하네.
*승관 : 좋은 구경거리
次直旨寺萬歲樓題詠(차직지사만세루제영)
직지사 만세루 제목으로 읊은 것을 차운하다(2)
-김지익 p156
緑樹陰中碧水流 녹수음중벽수류 / 푸른 나무 그늘 속에 푸른 물이 흐르고
千年勝地一高樓 천년승지일고루 / 천년의 승지에 높은 루가 하나 있네.
冷冷此日諸天雨 냉냉차일제천우 / 쌀쌀하게 오늘은 제천이 비 뿌리는데
亦觧關人辨壯逰 역해관인변장유 / 드물게 촌 늙은이 장한 유람 하게 되네.
*제천 : 불법을 수호하는 하늘의 신들을 말함 *관인 : 변방사람
次萬歲樓五言四韻 (차만세루오언사운)
만세루 오언사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57
金陵名勝迹 금릉명승적 / 금릉의 이름난 자취
只在此山中 지재차산중 / 다만 이 산중에 있기에
地古文章會 지고문장회 / 이 땅에 예부터 문장이 모였고
寺今佛道降 사금불도강 / 절에는 지금 불도가 모여 있네.
彩櫊留寶唾 채각유보타 / 단청한 기둥에는 보타가 걸려있고
虛閣吹仙風 허각취선풍 / 빈 루각에는 선풍이 불어오네.
俛仰傷心事 면앙상심사 / 굽어보고 우러러 보며 상심에 젖는데
鳥音過耳空 조음과문공 / 새소리 귓가를 스치네.
*보타 : 타인의 시(詩)를 높여 부르는 말임. 《장자(莊子)》 추수(秋水)의 “欬唾成珠”의 설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萬歲樓卽事(만세루즉사)
만세루에서 그때 있었던 일
-김지익 p157
平生昔聞金陵寺 평생석문금릉사 / 지난 날 평생토록 금릉의 절에 대해 들었는데
暇日今登萬歲樓 가일금등만세루 / 한가해진 지금 만세루에 오르네.
寶殿三千諸佛坐 보전삼천제불좌 / 보전에는 삼천의 여러 부처 앉아있고
衆寮百憶比丘留 중료백억비구유 / 중료에는 번민하는 비구승 머물고 있네.
詩屳墨客逰幾度 시선묵객유기도 / 시인 묵객 노닐던 게 몇 번 이었던가.
樹色山光去後愁 수색산광거후수 / 나무와 산의 풍광 떠나려니 슬픔일어
詠罷新詞探勝盡 영파신사탐승진 / 새 글을 읽고서 탐승을 다하니
夕陽西下水東流 석양서하수동류 / 석양은 서쪽으로 기울고 물은 동으로 흐르네.
*중료 : 좌선하는 수행승이 자유 시간에 경전이나 어록 등을 읽기 위해 지어진 집 *기도 : 여러 번 *수동류 : 《주역》〈송괘(訟卦) 상전(象傳)〉에 “하늘과 물이 어긋나게 가는 것이 송(訟)이니, 군자가 이를 본받아 일을 시작할 때에 처음을 잘 도모한다.〔天與水違行訟 君子以 作事謀始〕” 하였다. 《근사록집해(近思錄集解)》에서 이를 풀이하기를 “하늘은 서쪽으로 운행하고 물은 동쪽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어긋나게 간다고 하는 것이다.〔天西運水東流 故曰違行〕” 하였다.
再宿直旨詠流堂(재숙직지영류당)
직지사 영류당에서 다시 자다
-김지익 p157
遍觀形勝作奇逰 편관형승작기류 / 좋은 경치 두루 보며 기이한 유람 하고
前度藜笻又此留 전도려공우차유 / 지팡이 짚고 다시 와 또 이곳에 머무네.
誰便不眠詩獨詠 수편불면시독영 / 누가 편히 자지 못하고 홀로 시를 읊는가.
枕邉長聽碧溪流 침변장청벽계류 / 베개 곁에서 오래도록 벽계수 소리 듣고 있네.
*전도 : 떠났다 다시 옴
次沈久甫臨別韻(차심구보임별운)
심구보의 ‘이별하다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57-158
酒老詩豪作主賓 주노시호작주빈 / 주옹과 시호가 주빈으로 만나니
簫簫白髪映靑春 소소백발영청춘 / 쓸쓸한 백발이 청춘을 비추는데
江山獨有唐虞舊 강산독유당우구 / 강산은 홀로 있지만 태평성대 유구하여
風景皆呈面目新 풍경개정면목신 / 풍경을 모두 올리니 면목이 새롭네.
世既棄吾身自放 세기기오신자방 / 세상이 나를 버려 스스로 내려놓으니
物無猜我孰能嗔 물무시아숙능진 / 만물도 나를 시기하지 않는데 어찌 능히 성내리오.
淸逰未盡君先去 청유미진군선거 / 좋은 유람 다하지 못하고 자네가 먼저 가니
隨處烟霞憶故人 수처연하억고인 / 연하 속 어디에 있던 벗을 생각하겠네.
*면목 : 남을 대하기에 번듯한 도리 *연하 : 연하는 연기와 노을, 즉 산수(山水)의 경치를 말한 것이다
遊山日憶羣弟子(유산일억군제자)
산에서 유람하는 날 여러 제자를 생각하다
-김지익 p158
自慚踈劣爲人望 자참소열위인망 / 거칠고 못나 부끄러워 사람 되길 바라며
回首諸君輒有愁 회수제군첩유수 / 제군들 돌아보니 문득 시름 생겨나네.
我既留連忘返久 아기유연망반구 / 계속해서 머물며 돌아가길 잊었지만
效尤無乃亦優逰 효우무내역우유 / 효과가 좋으니 좋은 유람 아니겠는가.
*소열 : 우둔하고 못나다 *무내 : (어찌) …하지 않은가? …이 아니겠는가?
出山日口號(출산일구호)
산에서 나오는 날 부르다
-김지익 p158
名區每欲一觀逰 명구매욕일관유 / 이름난 곳 매번 유람하길 원했기에
宿願平生快始酬 숙원평생쾌시수 / 평생의 숙원을 비로소 받았네.
却恨塵緣猶未斷 각한진연유미단 / 속세 인연 여전히 끊지 못한 한을 물리치며
施回藜杖出橋頭 장회려장출교두 / 지팡이 다시 돌려 다리로 나아가네.
歸家路中口號(귀가로중구호)
집으로 오는 도중 부르다
-김지익 p158
魂逐浮雲返舊逰 혼수부운반구유 / 뜬구름 쫒는 유람에서 돌아와
身隨流水出口頭 신수유수출구두 / 흐르는 물 따라 출구를 나오네.
名區漸遠家鄕近 명구점원가향근 / 명승지 점점 멀어지고 고향집 가까우니
兩角心懸去且留 양각심현거차류 / 양 이마에 마음 걸려 가다가 머뭇거리네.
*양각 : 두 뿔, 여기서는 양이마 정도가 어떨는지 다른 시에도 나옴.
過沈久甫門前(과심구보문전)
심구보 문 앞을 지나면서
-김지익 p158-159
緑水靑山未盡興 녹수청산미진흥 / 녹수청산에서 흥을 다하지 못해
淸軒欲叩續前逰 청헌욕고속전유 / 청헌을 두드려서 이전 유람 잇고 싶지만
苦被同刂捝袖去 고피동도탈수거 / 칼과 같은 모진 고통 소매로 닦아 가며
途中十步九回頭 도중십보구회두 / 열 걸음 가는 도중 아홉 번을 돌아보네.
*심구보 : 집은 김천시 남산동 학사대 부근으로 추정
逰山日雨下 泉甫呂友君正誐以山靈厭塵蹤洗滌 故有此吟
산을 유람하는 날 비속에서 천보 여우군정이 “산신령이 속세 자취 싫어하여 씻는다.”며 좋아하여 다음과 같이 읊다.
老眼矒矒每憙微 (노안몽몽매희미)
노안이 침침해도 세세한 걸 좋아해서
-김지익 p159
老眼矒矒每憙微 노안몽몽매희미 / 노안이 침침해도 매번 세세한 걸 좋아하지만
雖逢好景未詳知 수봉호경미상지 / 좋은 경치 만났지만 상세히 알지 못했는데
天公故降神靈雨 천공고강신령우 / 천공이 그래서 신령한 비 내려주어
洗出山光一挌竒 세출산광일격기 / 씻고 드러난 산의 풍경 단 번에 기이하네.
*몽몽 : 눈이 침침함
還家憶泉甫呂學士周翰(환가억천보 여학사주한)
집으로 돌아와 천보 여학사 주한을 생각하다
-김지익 p159
追隨累日幾同樂 추수누일기동락 / 여러 날 따라다니며 얼마를 같이 즐겼던가
關別飜成不耐愁 관별번성불내수 / 관문에서 이별하니 불현 듯 슬픔을 견딜 수 없네.
緑水靑山長入夢 녹수청산장입몽 / 녹수청산
오래도록 꿈에 보이는데
何時更去續前逰 하시갱거속전유 / 어느 때 다시 가서 이전 유람 이어가리.
*번성 : 갑자기, 홀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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