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붓다의 장 82. 에라까빳따 용왕[게송 182]²³⁾
에라까빳따라는 이름을 가진 용왕이 있었다. 이 용왕은 과거 까씨빠 부처님 때 오랫동안 비구 생활을 했었는데, 그때 그는 사소한 계율을 지키지 못한 것을 너무 걱정한 나머지 그것이 원인이 되어 해탈하지 못하고 용왕으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는 용왕이 되어서도 법을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다음 부처님이 세상에 출현하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용왕이라고 해도 세상이 부처님이 출현하신 것을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기의 네 딸 가운데 하나를 시켜 세상에 부처님이 출현하셨는지를 알아보게 했다. 용왕은 딸로 하여금 게송을 읊게 하고 그 게송을 바르게 알아듣는 사람은 딸을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그런 다음 딸을 시켜 매달 초하루와 보름날 어여쁘게 치장하고 시장 한가운데 나가서 춤을 추면서 노래로써 질문을 던지게 했다. 그러자 수많은 젊은이들이 이 어여쁜 용왕의 딸을 욕심내어 갖은 지혜로써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대답하겠다고 나섰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녀의 질문에 바르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으며, 용왕의 딸은 계속해서 춤추고 노래하며 질문에 대답할 사람을 찾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써 웃따라라는 젊은이를 보시고 이 젊은이가 용왕의 딸이 내세우는 질문과 관련하여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할 시기가 무르익었음을 아시었다. 바로 이때 웃따라는 에라까빳따 용왕의 딸을 만나러 가고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청년을 멈춰 세우시고 이렇게 물으시었다. “너는 용왕의 딸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어떻게 대답할 작정이야?” 청년이 공손하게 사뢰었다. “그에 대해서 부처님께서 설법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설법을 해주시었고, 설법을 들은 웃따라는 법문을 잘 이해하여 즉시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하였다. 그렇게 되자 웃따라는 이제 용왕의 딸과 결혼하는 문제 따위는 아무런 관심이 없게 되어 버렸다. 그는 이제 소따빳띠 팔라를 성취한 성자로서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욕망을 일으키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용왕의 딸이 내세우는 여러 가지 질문에 바르게 대답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가던 길을 계속 가기로 했다. 그래서 마침내 용왕의 딸이 있는 곳에 도착해 그녀의 아름다운 노래를 들은 다음 그노래에 담긴 의미를 음미하여 자기가 할 대답을 정리했다. 용왕의 딸이 용왕을 대신하여 제시한 문제는 다음과 같았다. 어떤 사람을 통치자라 하는가? 번뇌 망상에 가려져 있는 사람을 통치자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떤 통치자가 번뇌 망상으로부터 벗어난 통치자인가? 어떤 사람을 어리석은 자라고 하는가? 이에 대해 웃따라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잘 다스리는 사람을 진실한 통치자라 한다. 번뇌 망상에 가려져 있는 사람은 통치자가 아니다. 모든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해탈자를 진실한 통치자라 한다. 모든 삿된 견해와 욕망 • 탐욕 • 성냄 • 어리석음으로부터 벗어나 마음이 맑고 고요한 사람이 번뇌 망상으로부터 벗어난 통치자이다. 감각적인 쾌락에 얽매여 있는 자를 어리석은 자라 한다. 이 같은 대답을 들은 용왕의 딸은 매우 기뻐하며 더 깊이 있는 지혜를 끌어내기 위해 몇 가지 질문을 더 내놓았다. 용왕의 딸은 노래로써 감각적 쾌락이 홍수처럼 흘러넘치는 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끝없이 되풀이하여 다시 태어나는 윤회는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거짓된 가르침, 삿된 진리, 무지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그러자 웃따라는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대로 막힘없이 잘 대답해 주었다. 이때 용왕은 젊은이가 정확하게 모든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듣고 지금 이 세상에는 부처님이 출현해 계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짝이 없었다. 용왕은 젊은이에게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자기를 인도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리하여 웃따라는 에라까빳따 용왕을 데리고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게 되었는데, 용왕은 기뻐하며 부처님께 인사를 드린 뒤 자기를 소개해 올렸다. 그러면서 자기가 왜 딸을 시장에 내보내게 되었는지를, 또 딸이 자기 뜻을 잘 따라 주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그 다음 그는 부처님께 자기가 왜 용왕이 되었는지를 다음과 같이 사뢰었다. 까싸빠 부처님 당시 그는 배를 타고 여해을 하던중 우연히 배가 풀잎을 스칠 때 그 풀잎을 붙잡았는데, 배가 빠른 속도로 달리던 중이었기 때문에 풀이 뽑혀 버렸다. 그러자 그는 무척 당황하여 걱정하면서 수도원에 돌아가면 꼭 이 일에 대해 참회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 일 때문에 마음 집중이 잘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는 죽음을 맛이할 때, 과거 풀을 뽑고 참회하지 못한 것이 허물이 되는 줄은 알아 참회하고 싶었지만 곁에 참회를 받아 줄 비구가 없었기 때문에 정식으로 참회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렇게 걱정이 남은 상태로 운명하게 된 그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갠지스 강에 에라까빳따 용왕으로 태어나 두 부처님이 지나가신 줄도 모르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며 지내다가이제는 부처님이 출현하시면 다시는 놓치지 않으리라 결심하여 딸을 시켜 게송을 읊게 하였고, 그 결과 고따마 부처님을 만나게 된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긴다고 사뢰었다. 용왕의 이야기를 다 들으신 부처님게서는 그에게 인간으로 태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과, 인간으로 태어나더라도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 태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점,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다 해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만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설법하시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시었다. 14-4-182 인간의 몸을 얻는 것도 어렵고 죽어야 하는 자가 사는 것도 어렵고 올바른 가르침을 듣는 것도 어렵고 깨달은 님이 출현하는 것도 어렵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이 법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얻었다. 다만 에라까빳따 용왕은 사람이 아 니라 동물의 몸이었으므로 팔라(果:과)를 성취할 수 없었다. 23) 설법장소 : 바라나시 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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