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 해번에서
수연 김성순
침묵의 겨울바다
햇살의 파편들이 물결위에서 춤을 추다가
갈매기 울음소리에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긴 세월 묻혀 지낸 모래밭 속사연들이
발자국마다 소곤거리다
밀려오는 파도에 숨을 죽인다
인간의 손끝에서 기적은 탄생하고
바다위에 긴 다리 그림처럼 우뚝 섰는데
푸른 하늘에 조각구름 바람에 불려가고
서산마루에 붉은 노을 해님이 숨어드니
해변의 가로등이 일제히 기지개 켠다.
카페의 오색등도 하나 두울 눈을뜨고
네온사인 현란하게 춤을 출 때면
젊은 연인들 손에 손 잡고 백사장으로 모여들고
화려한 해변의 축제가 시작된다.
하얀 반달이 지켜보는 밤하늘에
색색의 불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여기저기 폭죽소리 장단을 맞추는데
어디선가 흐느끼는 색소폰 소리
홀로 걷는 내 발자국 끌어당긴다.
차가운 밤바람은 파도를 잠 깨우고
광안리 해변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잠못이룬 나그네는 밤을 지새우고
취객의 콧노래는 입김 따라 너울너울
검은 바다 깊은 곳에서 먼동이 밝아오고
서쪽하늘에 반짝이던 샛별이 빛을 잃을 때까지...
시집 『사랑, 아직 시작도 아니 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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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리 해번에서
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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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05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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