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글은 Silk - road 5천리 "꿈의 실크로드[Silk road:絲綢之路] 여행"의 여행기에서 캐온글입니다.
= 담배와 자전거 =
나는 가끔 양타이[陽臺-Veranda]에 가서 세워둔 쯔씽처[自行車-자전거]를 들여다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하는데, 이는 내가 자전거를 만나면서 나의 생활에 엄청난 행복이 같이하기 때문이다.
내가 담배를 피기 시작한 것은 중학에 다닐 때이다.
친구들 간에 뽐낸다고 담배를 꺼내어 피우고 하던 것이 습관화가 되어 30여년을 마약보다 더한 담배와 함께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줄기차게 피워왔었는데, 자전거를 만나면서 그렇게도 애절하였던 담배와의 관계를 깨끗이 청산하고 헤어지게 된 것이다.
담배를 피우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나도 피워 물 때마다 "끊어야지 끊어야지" 를 수천수만번을 외쳤지만, 작심3일은 고사하고 하루를 못 넘기고 또 사서 피우고 했었다.
나이도 들만큼 들어 건강을 가장 염려해야 한다는 나이가 되어, 건강이 걱정이 되는 한편으로 건강은 건강할 때에 지켜야 된다는 원칙을 누구보다 잘 아는 냉혹한 원칙주의자이기도 한 나는 담배를 끊겠다고 만인 앞에서 폭탄 선언을 하였었다. 그런데 오늘내일 끊는 것이 아니라 "내년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날에 끊겠다" 고 하였다.
그러면서 일년동안 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한편으로 준비운동을 했는데, 그 사이에도 아내는 고국으로 들낙일 때마다 수 없이 담배를 사 날라야 했다. 그렇게 출국을 할 때에 면세점에서 사오는 담배는 특히 맛도 좋았었는데.....
담배를 어느 정도로 많이 피웠느냐하면, 하루에 두 갑 반으로 깨어 있는 시간에는 계속하여 담배를 피워야 한다고 하면 될 것이다. 아침에 담배가 피우고 싶어서 잠을 깨는데, 깨자마자 제일먼저 하는 일은 손을 뻗어 담배를 더듬어 찾는 일이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시작해야지 부터, 이 일까지 보고 담배를 피워야지로 마무리를 하는데, 하루의 일과는 담배를 언제 피우느냐? 를 중심으로 짜여지는 것이다. 그리고는 끝으로 잠자리에서 하루를 회상하면서 제일 값진 마지막 담배를 피웠었다.
주위에서 담배를 끊었다는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하였었고, 지하철을 비롯한 많은 공공장소의 금연이 법으로 정해지면서 애연가를 몰아세울 때는 침을 튀겨가면서 '흡연권'도 있다며 나발을 불어대기도 하였다.
이후로는 피울 때마다 혹시 금연장소는 아닌지 신중히 살피고도 모자라서 눈치를 보면서 피우는 꼴이란! 초상집에 개꼴 같기도 하고 현상금 걸린 수배 강도 같은 기분이기도 하였었다.
특히 국제공항 흡연실에는 마치 원숭이 꼴이 되어 자욱한 연기 속에서 눈물을 머금고 피워야되고, 그나마도 숫자적어 반시간은 걸어서 저쪽 구석까지 찾아 다녀야 하며, 그런 꼴로 피울 때마다 넥타이 맨 신사체면을 완전히 구겨졌었다.
장정을 떠나기 전에 연습을 하느라고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타는 동안은 못 피운다. 하지만, 폐가 활짝 열려 있어 담배를 피우는 것은 몹시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쉬는 시간이 되면 얼른 한 개피를 꺼내 문다. 그리고 땀이 식을 쯤이면 두 번째 담배를 꺼내어 맛있게 피우고, 같이 간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떠나기 전에 한 대를 더 피워야 양에 찼었다.
이와 같이
담배를 피우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죽어도 담배를 끊지 못하겠다"라는 ....
나 역시
"내가 죽기 전에는 같이 해야 한다" 고 그랬던 담배를 피우지 않게 된 것은 여러 사람들과 약속을 했던 대로 자전거를 타고 1차 장정을 떠나던 날 부터이다.
약속을 했던 대로 끊기는 끊어야 하겠는데....
출발식을 하던 장소에서 큰딸과 기념촬영을 하면서도 왼손에는 불을 붙인 담배를 들고 있었다.
그 것을 딸에게 보이면서 담배와의 이별에 목이 메어 "이 것이 아빠가 피우는 마지막 담배다" 라고 한 것 같다. 아니 그보다는 담배를 끊고자 하는 나의 처절한 절규였을 것이다.
그 담배는 다 피우지도 못하고 길을 떠났는데.....
당시에 4명의 한국인 중에는 나만이 유일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나이가 든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누구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다만 어린 운전사 쑈씽[小邢-邢紀光]과 하이쵸[于海超]뿐이었다.
나는 오기와 굳쎈 각오를 다졌고, 또 대한국인으로서의 체면을 중시하면서 길을 떠났는데...
돌아 온 후에도 담배를 찾지 않은 것은....
1. 나도 누구와 같이 담배를 끊을 수 있다는 각오와 함께, 나의 굳은 의지[意志]가 있었다.
2. 아내에게는 멋있는 장부의 모습을, 사랑하는 딸들에게는 대단한 아빠로서의 의젓한 모습을 보여야겠다 는 긍지[矜持]도 있었다.
3. 가래가 생기기도 하고 건강을 주의 해야하는 나이이기에, 끊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切迫]함도 컸다.
4. 장정 중에는 눈을 뜨고 있으면 힘들게 자전거를 타야하기에 담배를 필 여유[餘裕]가 없었다.
5. 누구도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에 나도 피우지 말아야지 하는 각오가 흔들리지 않았고, 유혹[誘惑]이 적었다.
6. 장정 중에는 이전의 환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서 습관[習慣]적으로 담배를 찾지 않게 되었다.
7. 포기[暴棄]도 있을 것이다. 건강 때문에 끊기도 하여야 하고, 나 역시 체면이 목숨인데 끊겠다 고도 하였기 때문에 체념[諦念]도 있을 것이다.
근 한 달의 여행을 마치고 칭다오로 돌아 왔을 때는 담배를 습관적으로 피우는 것은 잊어버린 뒤였다. 더구나, 장정의 무사한 성공과 함께 한 달여를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는 성취감에 젖어서 큰 행복감을 느꼈고, 나의 의지에 대한 만족으로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다시 말하여 담배를 피우는 90%이상은 습관이라는 말씀이다. 나머지는 환경과 분위기인데, 누가 옆에서 피운다든가, 뭔가 골똘하게 생각에 잠길 때, 그리고 열을 받았을 때는 담배를 피우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끊고 난 후에는 수 없이 많은 좋은 점을 느끼면서 행복에 젖어 살아가는데 그 것들을 하나씩 짚어보자면....
1. 아내와 아이들에게 남편과 아빠로서의 의지를 보여준 기쁨이 있고,
2. 끓던 가래 없어져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쁨이 있으며,
3. 쿨쿨한 담배냄새를 풍기지 않고 단아하게 살아가고,
4. 담배와 라이터를 넣고 다니지 않는 주머니는 가벼웁고 보기도 좋으며,
5. 나갈 때는 담배와 성냥은 물론 예비 담배까지 신경을 쓰면서 챙겨야 하는 불편함도 없고,
6. 주머니 속이 깨끗하니 위생도 만점이고,
7. 담배를 피우면서 옷이 탈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8. 담배를 피울 때 재떨이는 물론 주위에 재가 떨어져 지저분해지는 일이 없고,
9. 안 피우니 담배를 사러 밤늦게 나갈 일도 없고,
10. 재떨이를 찾는 귀찮음도 없으며,
11. 운전하며 피우는 것도 위험한데 그런 걱정이 필요 없고,
12. 담배 값으로 비타민 사서 먹으면 온 식구가 건강을 지키고,
13. 담배를 끊음으로써 정력이 왕성(?)해지면 상다리가 부러지고,
14. 담배 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보아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느낌이고,
15. 담배 질이 떨어져도 걱정할 일이 아니고,
16 텔레비전 뉴스에서 흡연문제 보도해도 나와는 상관이 없는 일이며,
17. 아직도 담배를 끊지 못한 여러 친구들에게 귀감이 되고,
18. 끊은 후엔 "할 수 있다" 는 자신의 의지확인 성취욕을 느끼어, 내 자신을 내가봐도 멋있고 대단하며,
19.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것은, 늘 피우면서 하던 걱정으로 "끊어야지!" 하는 부담으로부터의 "해방"이다.
20. 끝으로 빼 놓을 수 없는 돈의 절약이다. 지금부터라도 끊고 모으면 빌딩하나 못 올릴까?
담배 연기와 냄새가 싫어지면 끊는 것을 성공을 할 수가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도 좋아하던 냄새가 싫어지기는 하였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누가 물으면 끊었다고 대답을 하는 것이 나니라 "참고 있다"라고 대답을 한다.
위와 같이
누구라도 장기간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환경을 바꾸고 습관을 잊는다면 담배를 떼어 버리는 일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