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을 위한 한정식
(입력: 2020. 09.08 / 아라가비- 페북에서)
오늘은 좀 엉뚱한 이야기...
아래 사진, 두 사람을 위한 한정식이다.
...
솔직하게 얘기해야겠다. 이게 어디 음식인가? 미친 짓이다.
미쳐도 곱게 미친게 아니고, 아주 더럽게 미친 짓이다.
권력과 재력에 따라 사람의 신분마저 제도적으로 갈리던 시대,
사람 위에 사람이 있었고, 사람 아래 사람이 있었다.
신분은 높고 가진 것은 많으나 격조라곤 없던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며 먹어대던 야만의 음식이 어떻게 이 시대에서도 나라를 대표하는 '한정식'일 수 있단 말인가?
조상제사상이나 사돈접대상에도 이렇게 많이 올리지는 않았다.
이건 한정식(韓定食)이 아니라 미친데다 추하기까지 한 '한광추식'(韓狂醜食)이다.
그때에는 높은 사람이 이리 많은 음식들 가운데 몇가지만 먹고 상을 물리면,
아랫사람들이 그 나머지를 먹었으니, 세상질서가 야만스러웠을 뿐 음식낭비라고는 할 수 없었다.
지금은 남은 음식이 그냥 쓰레기가 된다. 이건 음식낭비를 넘어 양심낭비 영혼모멸에 가깝다.
왜정시대가 끝나고 왜놈들이 물러가니 삼삼오오 모여앉아 나라의 미래나 민주주의를 따져보기는 커녕 서로 양반타령에 언성을 높이던 그 못난 짓거리를 아직도 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직도 철없이 이런 음식 먹었다고 사진 찍어 SNS 계정에다 자랑처럼 올리는 것은 또 뭔가?
머리 속에서 야만의 시대가 우글대는 원숭이짓이다.
아직 이런 것조차 못 밀어내고 이런 상 앞에 둘러앉아 민주와 정의를 논하는 것은 코미디 중에서도 코미디다.
나 또한 어디 예외였을까? 어제까지는 그런 자리에 동참했을지라도 이제는 흔쾌하게 고개를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야만적으로 먹어대는 방송이나 유트브 정도에 더는 마음 주지 말아야 한다.
한 눈에 들어올 뿐 아니라 냄새도 바로 확인이 될 정도의 소박한 밥상에 홀로 앉거나 다정한 사람들끼리 둘러 앉아 즐겁게 음식을 먹고난 다음, 향기로운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인생을 논할 정도의 세상은 이제 되지 않았는가?
그 정도의 배움과 상식은 이제 당연한 것이 아닐까?
음식을 찾아 다니더라도 이제 그 눈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그 음식에 담긴 정신문화, 철학, 미학, 건강론, 환경론 등의 눈으로 말이다.
음식상이야말로 시대문화의 정수다.
거기에 맑은 차가 곁들여지면 그건 시대문화의 화룡점정이다.
적어도 이 시대에서 음(飮)과 식(食)이란 자신이 어떤 인간인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잣대 쯤은 되지 않을까?
다만 그런 것조차 아직까지 누릴 수 없는 처지의 이웃이 적지 않아서 다함께 그리할 수 없음에 속이 저릴 뿐!

댓글 모음
- 엉뚱한 이야기가 아니라 요즘 시대에 필독해서 부끄러운줄 알아야되는 포스팅이라 생각합니다.
- 우리 지역 한정식은 가격이 싸서 이 상의 3분의 1이 나오는데 그래도 남는게 태반이라
- 그다음에 갈때는 아예 반찬을 빼서 가져가라고 합니다. 그리고 어떨 땐 비닐봉지 달래서 담아오기도 하지만…
- 음식상을 바라보자니 한숨이 먼저 나옵니다. 저걸 어느세월에 다먹나~~ 전라도 음식도 저 정도는…
- 큰 상에 푸짐하게 차리는 것은 제사상이나 잔치상입니다. 개인별로 소반에 조금씩 담아서 먹는 것이 우리의 전통 식사예법인데, 식탁이나 교자상에 푸짐하게 차려서 먹는 악습은 어디서 왔을까요
-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추론됩니다.
하나는 신분적으로 양반이 아니었으나 조선 후기 상업으로 큰돈을 벌었던 부호들이 세력을 과시하면서 생겨났을 가능성이 있고요. 다른 하나는 왜정시기와 독재시기에 퇴폐요정에서 정경유착의 관례로서 정형화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첫댓글 몇인분인데.. 이렇게 많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