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했던 벚꽃이 지고 낮은 산 언덕에 철쭉이 만발한 어느 오월에 쌍둥이 할매가 되었다...
삶의 분주함속에 미처 아무것도 마련치 못한 아쉬움따라 떠오른 기억
마지막 병원길이라는것을 아셨는지 어머니가 얘야 이거 좀 볼래? 부르셨다 소담한 명주 보자기를 풀어 헤치며 보여주시던 하얀 무명 배넷저고리 깃도 섶도 안 달고 고름대신 오래살라고 무명실끈으로 여몄댄다 막내딸 내가 입었던거란다 장롱속 깊은 곳에서 막내딸 시집 간 뒤에 보여주시던 배넷저고리
딸에게도 못해주었던거 손주들에게라도 해줬어야 하는 아쉬움과 미안함을 내 삶의 장롱속 깊숙히 감추어두련다
초록빛바지 시집가던 해 마지막어린이날이라며 엄마가 사 준 초록빛바지
장롱속 배냇저고리/정구온
딸이 태어나기전 엄마가 융으로 만들어 준 배냇저고리 오래 살라고 깃도 섶도 안 달고 무명실끈으로 여몄었지 한땀한땀 사랑으로 꿰매어졌기에 동아줄이 되어 주었고 한땀한땀 기도로 꿰매어졌기에 엄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지 내 아가를 따스하고 포근하게 감싸주었듯이 모진 바람 휘몰아 칠때마다 보드라운 융처럼 나를 감싸 안아주었던 배냇저고리 장롱 깊숙히 누워있던 배냇저고리에 봄이 스멀스멀 스미어드니 지천에 애기똥풀꽃으로 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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