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한창
멕시코에서 온 개막작 '앙주' 등 5개국 26작품, 거리로 무대로…
지난 14일 오후 5시 30분 대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태권도와 노래가 어우러진 거리공연이 행인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계명대 연극예술과 학생들의 뮤지컬 '라이크 어 스타(Like a Star)'였다. 바로 옆 '만원의 행복' 매표소에 늘어선 줄은 좀처럼 짧아지지 않았다. 대학생 정다영(21·대구 수성동)씨는 "오후 5시부터 표를 판매하고 있는데 기다리면 5만원짜리 뮤지컬을 1만원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표소 관계자는 "하루 300~500장을 준비하는데 1시간 안에 동난다"고 했다.대구는 지금 '뮤지컬 도시'다. 아시아에서 하나뿐인 뮤지컬 축제인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이날 공식 개막했다. 지난해 21만 관객을 모은 DIMF는 올해 공식초청작·창작지원작·자유참가작 등 5개국 26편의 뮤지컬로 속을 채운다. 이번 축제의 총 객석은 23만석이다.
- ▲ 제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개막작으로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멕시코 뮤지컬‘앙주’. 선왕의 장례식과 신왕의 즉위식을 이어붙이는 등 이야기는 출렁이며 계속 뒤집힌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축제 개막작으로 이날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앙주(Anjou)'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멕시코 뮤지컬이다. 16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왕권을 둘러싼 암투와 종교 갈등을 대사 없이 팝 음악만으로 뚝심 있게 밀어붙였다. 교훈에 치우치는 등 드라마의 완성도가 부족했지만 배우들의 가창력, 빠른 장면 전개는 박수를 받았다.
'앙주'의 프로듀서는 이날 발표된 미국 토니상에서 '어 리틀 나이트 뮤직(A Little Night Music)' 등으로 트로피 4개를 차지한 제인 베르제르였다. 토니상 시상식 참석을 포기하고 대구로 날아온 베르제르는 "'앙주'는 뉴욕 브로드웨이에 흔한 코미디들과 달리 어둡지만 힘 있는 비극"이라면서 "DIMF가 증명하듯 한국 뮤지컬 시장엔 젊은 관객이 많아 인상적"이라고 했다.
대구는 계명아트센터·수성아트피아 등 1000석 이상 대형공연장만 11개에 이를 만큼 뮤지컬 인프라가 좋다. DIMF에는 KTX로 부산·경남권에서 오는 원정관객을 겨냥한 'KTX 할인'도 있다. 7월 5일 폐막하는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주요 뮤지컬은 다음과 같다.
- ▲ 올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에 초청된 영국의‘바버숍페라2’(위)와 호주에서 온‘사파이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제공
▲사파이어=1960년대 호주 멜버른에서 베트남 전쟁터까지, 네 소녀의 음악 여정을 따라간다. 고난을 뚫고 가수로 성공하는 이야기가 '드림걸즈'와 닮아 있다. 호주의 유명한 그룹 '사파이어'의 히트곡들로 속을 채운 작품으로, '호주의 토니상'이라 불리는 헬프만 어워즈에서 작품상·극작상을 차지했다. 30일~7월 3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바버숍페라2=투우사인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이발소를 물려받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아버지의 미스터리한 죽음, 다른 이발사와의 경쟁, 울보 아가씨와의 사랑 등을 아카펠라로 노래하는 소극장 코미디다. 지난해 영국 에든버러 축제에서 극작상을 받았다. 30일~7월 4일 문화예술전용극장 CT.
▲번지점프를 하다=이병헌·이은주로 기억되는 영화가 뮤지컬이 된다. 이번이 초연으로 버스정류장과 번지점프 등 영화의 명장면을 불러내 연극적으로 재구성한다. 10여개의 우산과 쌀로 빚어낼 소나기 장면이 기대된다. '카페인'의 김혜영이 곡을 쓰고, '스위니 토드'의 애드리안 오스먼드가 연출한다. 7월 2~4일 달서구첨단문화회관.
▶공연 일정은 www.dimf.or.kr 참조. (053)622-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