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갓바위로 오르는 길
지난달 산행의 원래 목표가 팔공산 갓바위였는데 그 날의 형편에 따라 중간 지점인 용주사를 정점으로 하고 돌아왔는데 그 때 이달의 산행을 갓바위로 정하고 가는 길을 북지장사를 출발점으로 정했다.
이번 10월 7일의 산행은 대구시티두어 버스를 이용하기로 하였으므로 9시 30분에 출발점 반월당 동아쇼핑과 새로 생긴 현대백화점 앞에 도착하니 대기하고 있는 버스는 언제나 이용하던 중형 버스는 다른 연고가 있다면서 그 대신 대형 버스가 대기하고 있었고, 산대장 강민본을 비롯하여 강실태, 강석호, 김우홍, 김재만, 박주식, 박재언, 서기성, 서수백, 안승완. 조순희, 정재운이 나와 있어 나까지 13명이 출발하였는데 잘 빠지지 않던 조병로 부부는 중국여행중 이란다.
그런데 큰 도로에서 북지장사로 진입하는 길이 대형 버스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길이어서 산행 길을 반대로 잡아 먼저 가파른 길이지만 갓바위로 오른 후 완만한 북지장사로 내려가는 길을 택하기로 하였다. 결과론이지만 이 것이 오히려 내겐 잘 된 일이라고 생각되었다. 갓바위에서 북지장사까지 내려오는 길이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주차장을 나와 보은사를 우로 보며 갓바위를 오르는 길 옆에서 잠시 인원을 점검하며 쉬었다.
그런데 나는 요며칠 내내 우연한 기회에 3권으로 된 이야기 책 중 한 권을 얻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 이야기가 끝나도록 읽으려고 밤 늦게 까지 읽다가 12시경에 시작하는 tv영화 한 프로를 보고 자는 생활을 계속한 탓인지 오늘 산행의 컨디션이 별로 인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닌게 아니라 관암사까지 왔을 때 나는 속으로 오늘은 여기 쯤으로 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이를 내색할 수가 없었다.
우리들은 관암사에서 잠시 쉰 다음, 종각 앞을 지나 돌계단으로 산행을 시작햇다.
여기서 부터 내 걸음이 점점 처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가지 아니하여 갈림길인 洗心亭에 이르렀을 때는 가장 늦게 도착했고 체력은 거의 한계에 이른 듯하여 속으로 정자이름을 廻目亭으로 바꾼 다음, 숨을 돌리면서 친구들에게 좀 쉬었다 천천히 따라갈 터이니 먼저 출발하라고 했다.
여기서 부터 산행길은 돌 계단 길을 버리고 우측 숲 솔밭길로 들어 섰는데 그 후 갓바위 부처님앞에 올라 설 때까지 친구들의 사진이 없는 것은 나홀로 체력에 맞추어 뒤따르며 천천히 올라갔기 때문이다.
한 참을 오르다 보니 오른쪽 가까운 산 아래에서 염불소리가 들렸는데 아마도 용주사 옆을 지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그야말로 허위단심 갓바위에 올랐을 때는 친구들이 나를 근 30분 이상을 훨씬 넘게 기다렸을 것으로 생각된다. 唯心(김우홍)은 나를 얼른 부처님 앞으로 안내하더니 부처님 전신 중 氣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이 부처님 오른 손 엄지와 겸지 사이라며 그 곳에서 나오는 기를 받아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내 등 뒤에서 수 많은 참배객들이 부처님을 향햐여 절을 하고 있어서 내가 그 앞에 서서 기를 받을 수 없어 사진만 촬영하고 물러났다.
다음에 오를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해 볼 생각이다.
나를 보시는 부님의 모습은 "이녀석아 좀 자주 오지 그래" 하시는 듯 했다
부처님을 참배한 다음, 다시 길을 재촉했다
계단길을 약간 내려간 다음, 우측으로 난 팔공산 종주길로 들어썼다
그 길은 처음 약 수 미터가 약간 자미가 있다
사진은 위험스러워 보이지만 계단과 안전책을 둘러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다
계단을 통과하여 잠시 쉬었다
지금부터 북지장사까지 완만한 내리막 길이 계속된다.
산중길이 어딘지 모르나 4거리에 이정표가 있는 곳에 또 잠시 쉬었다.
이제 산중식당을 찾으러 가야할 시간이다.
산중 식당에서는 노인들이 어디에 쓰려는지 아무래도 복분자가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심지어 서기성 동문은 커다란 복분자 한 병을 가지고 왔는데 정작 가져온 본인은 한 모금도 맛 보지 못했다.
그러면서 모두들 체력이 하루가 다르다면서 등산의 정의를 젊은 날에는 등산이고 어제까지는 산행이고 오늘 이후 부터는 산유라 하자고 했다.
나중에 하산 후 저녁을 먹으면서 알게 된 일이지만 산을 오를 때 김재만이 넘어져 다칠뻔 했고, 내려올 때는 박재언이 마사토에 미끄러 넘어져 억덕을 굴러 내릴 뻔 했단다.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이다.
팔공산 단풍
이날 팔공산에서 본 단풍은 이 것이 전부였다
완만한 계곡을 한 참 내려 오다 보니 바위 들이 듬성듬성 있는 제법 넓직한 곳에 이르자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러자 주선 박주식이 웃옷을 훨훨 벗더니 유심에게 한 쪽 어께가 탈이 났다며 기를 넣어 달라고 청했다.
기를 전수하는 것도 주위의 기를 받아서 전달하는 방법이 있고, 주위에 기가 적을 때는 전수자의 기를 넣어 주는데 이럴 경우 여러 사람을 동시에 넣어 줄 수가 없단다. 오늘 이 곳은 주위에 기가 적고 하산시간을 오래도록 지체할 수가 없어서 희망자 몇사람에게만 전하기로 했다
주선의 수기
김재만의 수기
서기성 수기
동강의 수기
술을 밥삼아 먹으므로 그의 원래 원래 이름이 酒食일 것이라고 하는 주선이 기를 받고 그 효험에 만족해 하는 모습
다시 하산하는 일행들
북지장사에 도착하니
뜰에는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북지장사의 대웅전은 생각보다는 작았다.
그러나 그 옆의 건물은 현판도 없어 무었을 하는 건물인지 모르겠으나 단청도 곱게하고 규모도 대웅전보다 컸으나 문이 닫겨 있어 내부를 볼 수가 없었다.
북지장사 마당에서 우리들이 방금 내려온 산마루를 쳐다보니 농 바위가 그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었다.
북지장사 앞 소나무 숲도 경주 삼능의 솔숲에 못지 않다
이제 솔숲을 벗어나면 곧 아침에 타고 왔던 버스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시간도 있고 하여 솔숲에서 잠시 피로를 풀며 쉬었다
버스는 우리들을 지묘동의 목욕탕과 보리밥집 앞까지 태워다 주고 떠났다.
언제나 처럼 산유 후의 목욕과 맥주 한 잔의 기분은 참으로 일품이다.
보리밥 집에서 잠시 속세를 떠났던 일을 이야기 하며 오늘의 산유 마지막을 장식했는데, 빛에 약한 똑딱이라 얼마 전부터 그런 사진들은 올리지 않으려고 했지만 오늘은 아쉬운 마음에서 한 장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