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의 훼손 상태와 복원의 시급성 본래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법천리 법천사지에 있었던 석탑은 일제에 의해 국권을 빼앗긴 이듬해인 1911년, 일본인에 의해 해체돼 서울로 옮겨졌다. 일제강점기 당시, 1912년 오사카로 강제 반출되었다가 그해 반환돼 1915년 경복궁에 자리를 잡았다. 그 후 한국전쟁 중 폭격을 맞아 지붕돌 등 탑의 상륜부가 파괴되는 등 수많은 수난을 겪은 탑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경복궁 내 석조물 대부분이 함께 옮겨졌으나 이 석탑은 파손의 위험이 커 그 자리에 남게 됐다. 9번이나 해체와 조립을 반복해 원형을 알기 어렵고 석재도 많이 약해진 상황이었다. 포탄을 맞아 훼손된 석탑은 1957년 시멘트를 사용해 급히 복원하면서 원형을 잃었다. 문화재 복원을 위해 2016년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을 해체할 때 사리공에서 석재 10여 점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60여 년 전 시멘트로 탑을 보수할 때 제자리를 찾지 못해 넣어뒀던 것으로 추정된다. 원래 부재와 시멘트의 색상이 확연하게 구분되며 지붕돌 바로 아래 있었던 탑신석은 지붕돌의 시멘트로 인해 풍화가 빨리 진행되어 탈염을 포함해 시급히 보존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탑 수리복원의 핵심 포인트 한국전쟁 시 포탄피해로 수십 조각난 석탑을 1957년 수리복원을 진행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탑 상륜부 앙화(꽃 모양을 새긴 장식)와 지붕돌이 시멘트 모르타르로 상당부분 복원되면서 시멘트 풍화에 따른 백화현상, 염 풍화가 확인되었고 이에 따라 부재 박리박락, 탈락, 흑화현상 등 다양한 손상이 발생했다. 이에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는 시멘트 모르타르 복원부재 해체 및 동일석재 복원, 기단부 원형고증 및 구조보강 등 보존처리를 수행할 예정이다.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의 구성 석재는 입자가 고운 세립질흑운모화강암으로 4~5종류의 암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간풍화에서 높은 풍화단계에 속하는 물성이 취약한 상태이다. 현재 법천사지에서 약 30km 떨어진 여주 고달사지 부도의 석재가 지광국사탑 지붕돌(황해도 해주 돌로 추정)과 비슷하나 석재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 외에도 지붕돌 사방에 있는 불상의 위치도 확인이 필요하다. 일제강점기에 촬영된 유리 건판 사진과 현재 모습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어 미술사학 전공자들과의 협업이 요구되고 있으며 60여 년 전 발견했던 석재들도 자리를 추정해 끼워 넣어야 한다. ❖ 석재 문화재 해체 전 실측 조사 해체 전에 탑 부재의 위치와 형태를 디지털 측정 장비로 실측 조사한다. 부재의 실측조사는 형태와 치수, 제작기법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현장 실측도면과 사진, 3차원 데이터로 기록한다. 향후 보수정비 계획 수립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해체와 동시에 문헌 자료 수집과 사진 촬영, 실측 및 훼손 지도를 작성하여 훼손 현황을 기록한다. 또한 암석 재질 및 물성조사, 풍화도 평가, 오염물 조사 등 과학적 분석을 통해 세부적인 보존처리 방안을 수립한다. ❖ 석재 문화재 손상된 부재 보존 처리 보존 처리 과정은 세정 → 접착 → 보형 → 강화 → 발수 → 색보정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오염물은 종류와 오염 정도에 따라 원래의 표면에 대한 손상을 최소화하여 습식과 건식 방법으로 제거하게 된다. 파손된 부재는 내구성 향상을 위해 석재의 상태 및 재사용 부위에 따라 스테인레스, 티타늄, 구리, 수지몰탈 핀(PIN)이 삽입한다. 파손된 부분은 에폭시 수지를 사용해 접착하고 균열 부위에 에폭시 수지를 주사한다. 보존처리는 최대한 원형을 보존하고 역사적 형태 및 과학적 고증에 따라 복원할 예정이다. 모든 보존처리 공정은 사전 실험과 기술자문단 검토회의를 거친 후 진행하고 있으며 시멘트 모르타르 제거 및 신석복원은 원래 부재의 양식과 가공기법에 근거하여 처리한다. 이와 같은 조사, 연구, 보존처리 내용은 상세히 기록하고 자료화하여 유사 석탑 보존처리에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 등 우리 민족이 겪은 시련의 길을 함께 걸어 온 원주 법천사지 지광국사탑이 이제부터는 온전하게 보존되어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힘찬 첫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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