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신종 코로나(COVID 19) 세번째 백신 '코비박'을 개발한 '추마코프 센터'는 24일 델타 변이종에 대응해 백신을 개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코비박 백신의 임상전 동물실험 결과를 국제 학술저널 ‘신종 미생물과 감염’(Emerging Microbes & Infections)에 실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추마코프 센터'의 아이다르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이날 "새롭게 출현하는 변이바이러스를 겨냥해 '코비박' 백신을 개량할 계획"이라며 "델타 변이종에 대한 '백신 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델타 변이종의 균주를 분리하는 등 백신 개발을 위한 준비를 진행중"이라면서 "그러나 백신의 완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또한 "개량 중인 새 백신에는 두 가지 이상의 백신 성분이 포함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추마코프 센터, 독감과 신종 코로나의 '혼합 백신'에 대해 동물실험/얀덱스 캡처
그의 이같은 발언은 기존의 독감 백신에 2~3가지 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대응 성분이 들어가 있듯이, '코비박' 백신에도 델타 변이를 포함해 복수의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성분을 포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비박'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인 뒤(불활성화), 항원 원성만 살린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된 불활화 백신(식약처 표현)이다.
이에 앞서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센터'의 알렉산드르 긴츠부르크 소장은 지난 19일 델타 변이종에 대한 '개량 백신' 샘플을 만들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학술회의 참석차 방한한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이 국내 제약회사 인사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바이러 자료 사진
주목을 끄는 것은 독감(인플루엔자)와 신종 코로나를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혼합 백신'에 대한 동물실험 발언이다. 이슈무하메토프 소장은 "'혼합 백신'에 대한 동물실험을 실시한 결과, 상당한 항체 반응을 보였다"며 '혼합 백신'의 개발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의 베버리 테일러 인플루엔자 소장은 23일 "모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퇴치에 집중하다 보니, 정작 (올 겨울에 유행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분석 자료가 94%나 감소했다"며 "독감 백신에 대한 효과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심각한 인플루엔자 유행이 예견되고, 올 겨울에 영국에서만 독감으로 최대 6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고 테일러 소장은 경고했다. 올 겨울에는 독감과 신종 코로나 유행을 동시에 걱정해야 할 판이다.
코비박 백신의 동물실험 결과 발표/얀덱스 캡처
국제학술지 '신종 미생물과 감염'에 실린 '코비박' 동물시험에 따르면, '코비박' 연구진들은 쥐와 기니피그, 시리아 햄스터, 원숭이 등에게 백신 약물을 접종한 뒤, 대조군의 동물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코비박'이 SARS-CoV-2 특이 항체(IgG)와 중화 항체를 형성해 안정적인 체액성 면역 반응을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회 접종을 받은 시리아 햄스터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의 비강 감염에서 심각한 폐렴 발병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또 임신한 쥐를 상대로 실험한 결과, 백신이 태아와 출생 후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들은 '코비박'이 동물실험에서 알레르기 반응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으며, 면역력은 안정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비박 백신/현지 매체 rbc 동영상 캡처
지난 2월 러시아에서 등록된 '코비박'은 현재 러시아에서 스푸트니크V 등과 함께 실제 백신 접종에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임상 3상이 진행 중이다. 조만간 60세 이상의 노년층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나, 임상 3상은 공식적으로 2022년 12월 30일에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