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봄꽃에 질린다고 그만 올리라는 울각시 성화에 잠시 딴 얘기 좀 했습니다.
오늘은 지 버릇 개 못 준다고 다시 봄꽃 얘기로 빽도하겠습니다.
열차 환승은 보통 승강장이나 대합실에서 시간을 죽이기 마련이죠.
시간이 없다기보다는 혹시나 멀리까지 갔다가 제시간에 돌아오지 못할 걸 지레 염려하는 것이지요.
진영역에서는 환승시간이 짧아서 감나무밭 근처까지 가본 게 고작인데, 밀양역에서는 40분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좀 더 멀리까지 가보기로 했습니다.
밀양 청도천까지요.
빗물 머금은 화려한 영산홍과 널따란 돌그릇에 담긴 색색의 펜지들을 뒤로한 채 밀양역 광장을 벗어났습니다.
그래봐야 천천히 볼 거 다 봐 가면서도 5분인데, 이거 벗어나는데도 나름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밀양 청도천은 그냥 버드나무 같은 잡목들이 하천 가장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시골 하천의 모습을 하고 있네요.
고수부지 체육시설도 그냥 꽃다지에 점령당한 풀밭에 덩그러니 축구 골대만 가져다 놓은 듯합니다.
하천부지로 내려가는 돌계단 사이를 터삼은 씀바귀가 막 꽃을 피우려 하고 있습니다.
하천 경계에는 유채꽃이 많이 피어났습니다.
이제 제철을 맞은 겹벚꽃 두 그루가 탐스런 꽃을 피워내고 있습니다.
일본 개량종이라 아직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꽃이죠.
여기까지 잠시 둘러보는 데도 기차 시간 못 맞출까 싶어 연신 시간을 확인합니다.
역으로 돌아오는 길 옆 갈아 놓은 밭에 옛날 시골 우물에서 쓰던 펌프가 보였습니다.
쓰는 것 같지 않아 보이는데 밭 한가운데에 떡하니 살려놓은 밭 주인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버려진 듯한 밭이 꽃다지를 비롯한 잡초들 세상이 되었습니다.
잡초들에게는 이만한 축복이 또 없겠죠.
어디라도 누구라도 참 좋은 시절입니다. ~^.^~
♥프로방스 이야기♥
어느 날 한 여행자가 아주 황폐한 지역을 방문하게 됐습니다.
사방을 둘러봐도 나무가 없는 절망의 땅이었습니다.
그때 한 양치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의 이름은 '엘제아르 부피에', 30마리의 양과 함께 그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양치기는 황폐한 지역에 도토리를 열심히 심고 있었습니다.
그는 양을 돌보면서 하루에 100개씩 도토리를 심는다고 했고, 이런 작업은 3년 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습니다.
여행자는 군인이 되어 우연히 예전의 그 황폐했던 땅을 다시 방문했고, 놀랍게도 그곳은 아름다운 숲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엘제아르 부피에'가 그동안 심어놓은 도토리나무, 밤나무, 단풍나무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환상의 숲을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바로 남프랑스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다고 하는 프로방스 지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