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갑작스레 일이 생겨 등반을 하지 못했다.
이번주는 대장이 일이 있어 등반이 불가하다해서
대신 등반공지를 올렸다.
토요일 결혼식 참석후 일요일 등반하기엔 인수봉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 인수봉으로 정하고 등반공지룰 했더니 길성이가 콜을 해준다.
그런데 갑작스레 일이 생겨 토욜 결혼식에도 참석을 못하고, 집안에는 애들이 모두 모여 한마디씩 하고, 그 일로 인해 등반의욕도 한풀 꺽여 일욜 등반하기가 싫어졌다. 그러나,
1년에 한두번 나올까말까한 길성이의 콜 아닌가?
상대가 콜받았는데 꼬리내리고 죽으면 안되는것이 이 세계의 암묵적인 룰이거늘 .... 당연히 받아줘야지!
오전 8시30분 우이동 도선사버스주차장 앞에서 보기로하고 고속버스표를 예약했다. 그리고 토욜밤 일찌감치
잘려고 했는데 아들딸 세아이가 모두 집에 와서 한밤중까지 서로 차자랑을 하며 드라이브한다 뭐한다 밤 잠을 못자게 한다.
하여튼 그렇게 밤잠을 설치고 일욜 새벽 5시쯤 일어나 버스타는 곳으로 나갔다. 버스 탑승시간이되어 버스표를 확인하니 아뿔싸 ‘세종->서울경부 ’가 아니라 그 반대로 ‘서울경부->세종연구단지’행 버스표를 예매했더라는....ㅠ
급히 세종터미널로 가면서 버스표를 다시 예약하니 6시35분차가 가장 빠르다. 그런 연유로 우이동에 9시20분경 도착,
길성이를 만나 아침을 먹는데 길성이가 스윙등반하자고...
그래 어느 루트가 좋겠냐니까 뭐 우정, 반트, 패시, 인수A변형, 취나드B등등을 말한다.
아침식사후 북한산 하루재를 지나 인수봉 루트를 보니 벌써 여러 루트에 클라이머들이 가득하다.
특히 의대, 취나드B, 인수A, 패시, 고독길등에는 클라이머들이 더덕더덕 붙어있다. 인수봉 하단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11시가 넘어 정오로 향하고 바람은 쉬지않고 불어오고 있다. 낮기온이 15도 정도 된다고 했는데 바람까지 더해져 체감온도는 11~2도쯤 되는 것 같았다.
더 추워지기전에 벨트를 차고 움직이는게 좋을것 같아서 장비를 착용했다.
벨트를 차면서 취나드B는 이미 너무 많은 클라이머들이 붙어있어 틀렸고, 일단 오아시스로 올라가 비어있는 루트로 가자고 다짐하고 오아시스로 올라갔다.
우정B루트엔 물이 줄줄 흐르고 있어 등반자가 없는건지 다른 만만한 코스는 대기자까지 넘쳐나는데도 우정B는 등반자가 없다.
그래 결국 물이 흐르는 우정B를 가게 되었다.
길성이의 바램대로 길성이가 먼저 출발했다. 너무 늦은 시간에 출발하는지라 1~2핏치를 한꺼번에 가자고 했는데 1핏치 지나서 두번째 핏치 트래버스 구간도 물이 흥건이 흐름에도 불구하고 잘 넘어갔다. 그 후 우향 실크랙을 따라 작은호수의 캠을 꽂아가며 등반을 해야하는데, 두번째 캠을 꽂고는 그만 힘이 딸리는지 부들부들 떨고있는 느낌이 자일을 타고 빌레이어한테도 전해진다. 마치 낚싯대에 물고기가 걸렸을 때 낚시줄을 통해 전해지는 물고기의 저항의 몸짓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길성이를 첫핏치 쌍볼트로 내려주고 내가 대신 올라가 2핏치를 마무리 했다.
세번째핏치 침니!
여긴 사실상 힘이 필요하다. 만약 추락한다면 그 이유는 다리 힘이 딸려서일거다.
웬만한 종아리와 허벅지 근력이면 못오를리 없는 코스다. 다만 힘은 아주 많이 들 수 있다. 그래서 다리통이
나보다 두배 가까이 굵은 길성이를 또 먼저 보냈다.
처음엔 동작이 안되어 침니속으로 들어가 고전하더니 중간 즈음부터는 침니속에서 벗어나 제법 그럴듯한 등반 동작을 한다.
그렇게 3핏치 침니를 마치고 마지막 핏치까지 맡기려하니 마무리는 나보고 하란다.
등반하는 동안 바람은 그칠줄 모르고 계속 불어온다. 마지막 핏치 끝내고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바람이 쎄면 인수A쪽으로 하강하자고 약속하고 정상에 갔다.
그런데 이렇게 반가울 수가
정상엔 늦뫼산악회 회원 셋이 있는게 아닌가?
자일이 한동뿐이라 같이 묶고 하강을 하자고 했더니 먼저가서 줄 깔아놓는다고 천천히 내려오란다.
50,000년만에 나타나 스윙등반하자는 길성이,
난데없이 선등하겠다는 말에 한 번 놀라고,
올라가는 것보다 인수봉 서면 하강이 더욱 더 걱정이었는데
귀인이 나타나 먼저 줄 깔아놓겠으니 편히
내려오라는 말에 두번 놀라고,
그후 쭈욱 늦뫼팀과 하강과 하산 그리고 도선사에서 같은 택시를 타고 우이동에 도착해 조촐하게 뒷풀이까지 함께 했다.
동문산악회가 이래서 좋은거다 라고 진하게 느꼈던 하루!
임재철, 이유신, 봉하옥씨 반가왔어요~~
첫댓글 콜하지말고 뭍고 떠블로 갈껄..
팔근력도 글쿠 발란스도 글쿠..
예전같지않아요.ㅠ
(예전에 어땠는지 믿지않는분이 많으시겠지만)
하강 대기중인 회장님의 미소가 가을단풍과 어울립니다.
그래도 즐거웠어.
운동 안한지도 오래됐는데
선뜻 해보겠다는 자신감이 중요한거지 !
묻고 떠블로 갔으면 난 바로 꼬리내리고 D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