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록테테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상처를 가진 자가 활도 가진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스승 이어령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필록테테스’를 예로 설명하셨다.
이 비극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트로이 전쟁이 일어나서 고대 그리스의 영웅들이
다 배를 타고 트로이 전쟁터로 떠났다.
그 연합군 중에 ‘필록테테스’라는 왕이 있었다.
그도 배를 타고 트로이로 가다
잠시 섬에 들어가 신전에서 운을 빌었다.
그런데 거기서 재수 없게 독사에 물린다.
온 몸에 독이 올라 고통으로 소리 지르고,
상처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결국 그리스군은 악취와 소음을 견디지 못하고
필록테테스를 렘노스 섬에 버렸다.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홀로 버려진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집단과 개인 사이에
벌어지는 기가 막힌 사건이다.
육체적 고통은 발작적으로 반복되었다.
필록테테스는 비명을 지르다 통증이 멈추면
열매를 따먹으며 10년을 지냈다.
병과 함께 외롭게 10년을 보낸 것이다.
트로이 전쟁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신탁은, ‘아킬레우스 같은
영웅이 있어도 못 이긴다.
이기려면 헤라클레스의 활이
있어야 한다’고 예언했다.
그 헤라클레스의 활을 가지고
있는 자가 바로 필록테테스였다.
그는 헤라클레스가 죽을 때
그를 도운 대가로 아폴로의 신궁인
그 활을 받았던 것이다.
헤라클레스는 그냥 죽음을 기다리지 않고,
자신의 죽음을 맞이하였다.
웰다잉Well-dying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헤라클레스는 장작더미에 올라
불타 죽는 것으로 ‘떠밀리는’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온몸에 히드라Hydra의 독이 올라
괴로워하던 헤라클레스는
장작을 쌓게 하고는 몸소 직접
그 위로 올라가서 이렇게 말한다.
“이 장작더미 밑에는 내가
쌓아 놓은 불쏘시개가 있다.
그러나 내가 그대들에게
불질러줄 것을 청해도,
그대들은 불을 지르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나를 모르는 사람이
이곳을 지나게 되면, 내가 쓰던
이 활을 주고, 그 대가로
불을 질러 달라고 부탁해라.”
한 이방인이 나타나자, 신관들이
헤라클레스의 뜻을 전하자,
헤라클레스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별 어려움 없이 불방망이를
장작더미 밑에 던지고, 헤라클레스의
활을 받아가지고 사라졌다.
그가 바로 ‘필록테테스’이다.
그리고 올림포스 신들은, 헤라클레스가
땅 위의 삶을 마감하는 광경을
슬프게 내려 보고 있었다.
그 때,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올림포스로 불러들인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는 반드시
죽어야 하는 인간의 몸에서 태어났지만,
죽지 않는 신이 되어
올림포스로 올라간 영웅이 된다.
그 신궁 받은 자가 필록테테스이다.
독사에 물려 상처는 있지만,
아폴로의 신궁을 가지고 있었던 거다.
그런 그를 연합군대는 상처와 소음
때문에 버린 것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버린
필록테테스를 찾아갔다.
오디세우스와 아킬레우스의 아들인
소년 네오프톨레모스가 그 섬에 와보니
끝까지 땋는 긴 머리를 한 사람이
달빛 아래서 짐승처럼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골짜기에 신음 소리가 흘러 넘쳤다.
그런데 그 모습에서 소년은 고귀함을 봤다.
10년 동안 외로운 섬에서 고통과 싸우며
죽음과 대면한 사람, 그 사람의 영혼이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본 것이다.
아킬레우스의 아들은 필록테테스에게 말한다.
“활을 훔치러 왔지만, 당신을 여기 두고
활만 가지고 갈 수는 없어요,
활은 당신의 상처이고 상처는 당신의 활입니다.:
결국 필록테테스는 자기를 버린
민족과 동지들을 용서하고
그 섬을 떠나 활과 함께
트로이의 전쟁터로 간다.
대장장이가 두드릴수록
강철은 더욱 강해지고,
보리밭은 밟힐수록 더욱
보리알이 더 단단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