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구백쉰네 번째
사람이 하나님을 만들 수 없다
성찬식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던 전날 밤 열두 제자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며 자신의 몸과 피를 기념하라고 명령한 의식을 재현하는 예식입니다. 개신교에서는 이를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이지만, 가톨릭에서는 빵과 포도주의 본질이 실제로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한다고 믿습니다. 1546년 7월 16일 영국 시인이자 개신교 신자인 앤 애스큐 Anne Askew가 성찬의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한다는 화체설化體說을 부정했다는 이유로 화형당해 순교했습니다. 화체설이 교의로 선포된 건 1551년에 트리엔트 공의회 때이므로 공식 교의가 되기도 전이었습니다. 고발인들은 “사제들이 그리스도의 몸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하는가”라고 질문하자 그녀는 “하나님이 사람을 만들었다는 것은 읽었지만 사람이 하나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아직 읽지 못했고,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녀는 성경에 기록된 대로 창조론만을 믿은 겁니다. 또 화체설을 부정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그녀는 이렇게 물었답니다. “만약 성체가 떨어져 짐승이 그것을 먹었다면, 그 짐승은 신을 받았습니까, 받지 않았습니까?” 누가 여기에 답할 수 있었을까요? 그리스도의 성체를 짐승이 먹다니요, 신성모독이지요. 화형이 집행되기 전, 솔즈베리 주교 니콜라스 샘스턴이 설교단에 올라서 그들에게 설교할 때, 앤은 그의 설교를 주의 깊게 경청하고 성경에 적힌 내용과 어긋나는 말을 하면 그랬답니다. “틀렸어요! 당신은 성경 없이 말하는군요!” 주교에게, 그것도 공개된 장소에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랬답니다. 오늘날에는 설교자가 성경의 가르침에 없는 말을 해도 아무도 앤 애스큐처럼 말하지 않습니다. 순교자가 될 일도 없는데도 말입니다. 모난 돌이 정 맞을까 봐 그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