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5분 전
URL 복사 통계
본문 기타 기능
[미술여행=엄보완 기자]갤러리그림손(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 22)이 자아와 타인과의 관계를 다이버, 해바라기, 화분 등의 매개체를 통해 사회적 자아 간의 관계에 대하여 탐구해오고 있는 송영규 작가를 초대해 송영규 개인전: "I am nowhere"展을 개최한다.
송영규 작가의 개인전: "I am nowhere"전시 포스터
10월30일(수)부터 11월 25일(월)까지 인사동길에 위치한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리는 송영규 작가의 개인전: "I am nowhere"전시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작가의 어린 시절의 사회적 자아에 대한 사건을 반영하여 이루어지는 서사적 자아(narrative self)의 탐구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송영규 작가의 개인전: "I am nowhere"전시알림 포스터
●삶에 대한 통찰과 질문
송영규 작가(갤러리그림손 제공)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송영규 작가는 전통적인 정교한 회화기법인 키아로스쿠로 (chiaroscuro) 명암법을 구사하며, 군중 속에서 익숙한 사회적 자아를 등지고 유영하는 본질적 자신을 탐구한다.
일상에서 주변의 복잡하게 연결된 인간관계 속에서 한 번쯤은 귀를 막고 조용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화폭에 등장하는 다이버는 이러한 사회적 자아(social self)로부터 고립되어 유영하는 자아로서, 사회화된 자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상처를 담고 있다.
사진: Diver 14 Acrylic on canvas 53x45.5cm 2023
작가의 회화는 이러한 현실 반영적인 비실제적 공간 속 손에 잡힐 듯한 실제적인 묘사 방법이 대조를 이루며 삶에 대한 통찰과 질문을 몽환적으로 구현해 내고 있다. 그동안 송영규는 기존의 전시에서 사회적으로 분리되어 유영하는 자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담아왔다.
사진: Diver 19 Acrylic on canvas 90.9x72.7cm 2023
<작가 노트> “나는 어디에도 없다”
송영규 작가
1979년의 봄,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두 달쯤 지난 어느 날 이었다. 하교 시간의 교문 앞은 언제나 어지러웠다. 동네에서 같이 흙장난하던 또래 한 두 명이 친구의 전부였고, 유치원도 가 본 적 없던 내게, 한 교실 안에 70명 가까운 아이들이 모여 와글대는 풍경을 매일매일 마주하는 일은 즐거움이기보다는 공포에 가까웠던 것 같다.
5월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정오 즈음의 그 기억은, 먼지로 가득한 뿌연 하늘과 따스하지만 답답한 햇살의 인상으로 시작된다.당시의 8살 꼬마들의 하교는 방향이 같은 아이들끼리 그룹으로 묶여 예닐곱 명씩 줄지어 가는 방식이었다.
놀랍게도 아이들은 정말 한 줄로 나란히 줄을 흩뜨리지 않고 길을 건너고 인도를 걷고 골목길로 접어들어 각자의 집으로 사라져 갔다.
그 그룹에서 가장 가까운 집의 아이가 맨 앞, 가장 먼 집의 아이가 맨 뒤에 따라붙는 시스템이었는데, 동네에서 가장 꼭대기, 산 아래에 살던 나는, 우리 조의 맨 뒤 부엉이 캐릭터가 그려진 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 다음에 줄을 서면 되는 일이었다.
담임선생은 한 줄씩 사방으로 아이들을 출발시킨 후, 마지막으로 우리 조를 데리고 학교 정문 바로 앞에 있는 횡단보도를 함께 건넜다. 유일하게 차도를 건너는 조에 대한 배려였다. 그곳에서 인사를 하고 선생님은 학교로 돌아갔고 우리는 골목으로 접어들어 걷기 시작했다.
사실 당시의 나는 한 동네 아이들끼리 함께 하교하는 이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집까지 이르는 길 전체를 파악하지도 못했던 나는 그저 부엉이 가방만 보고 따라 걸었고, 그러다 보면 앞서 걷던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졌고, 마침내 부엉이도 사라지고 나면, 아, 내가 알고 있는 집 근처 골목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날은 좀 달랐다. 난 횡단보도를 건너 본 적이 없었다. 뭔가 잘못됐다 싶었지만 나는, 횡단보도를 다시 건너 교문 안으로 사라지고 있는 선생님을 큰 소리로 불러 세워 미심쩍은 이 상황을 바로 잡아 달라고 요구 할 만큼 똘똘하고 용감한 아이가 아니었다.
대신 묵묵히 아이들의 행렬을 따라 낯선 길을 걸으며 부엉이 가방 친구가 앞에 있으니, 어딘가로 돌아서 우리 집 근처까지 분명 가게 될 거야, 오늘만 특별히 다른 길로 가는 걸 거야... 속으로 중얼대며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불안감으로 머릿속이 하얗게 지워져 가던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진: diver 21 Acrylic on canvas, 116.8x72.7cm,2023
오래된 기억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 일도 대 여섯 장의 파편적인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 장면들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의 단편들이 마치 주석처럼 박혀 있는데, 마침내 마지막 두 개의 장면.
그 중 앞의 것은 이미 모두 사라져 버린 친구들의 텅 빈 자리와 최후에 남은 부엉이 가방 친구가 보여준 낯선 옆모습이다. 전 날 까지 늘 보았던 그 친구는 남자아이였지만, 그날은.. 아니었다.
그 여자 친구는 인사도 없이 가로수 뒤의 건물 안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내 앞에는 난생 처음 보는 큰 버스와 수많은 차들이 빠르게 달리는 도로가 펼쳐져 있었고, 나는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열 살까지 꽤 울보였던 내가 울음을 끝까지 참은 것은, 퇴색한 기억 속 에서도 왠지 분명하다고 여겨지는 몇 가지 중의 하나다.
개발이 한창이던 서울 변두리의 공사먼지 자욱한 울퉁불퉁한 인도를, 입술을 깨물며 빠르게 걷고 있던 내 모습이 이 기억의 마지막 장면이다.
사진: Diver 25 Acrylic on canvas, 116.8x80.3cm,2024
확언컨대, 요즈음의 여덟 살 아이들과 비교해 놀라우리만치 늦되고 어리숙하던 그 날의 그 아이가 어림잡아 옳은 방향을 짚어내기에 그 장면 속의 그 곳은 너무 낯설고 먼 길 이었다.
이 일의 기억은, 여기 까지가 전부다.
마지막 장면을 마지막으로, 내 유년의 가장 큰 이벤트였던 이 기억의 나머지는 말끔히 휘발 되어 있다.
가끔 궁금해진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그렁그렁한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있는 힘껏 앞으로만 내쳐 걷던 그 여덟 살 꼬마는 집에 무사히 도착한 걸까.
45년의 시간을 건너, 그때 남긴 기억의 편린을 찾아 머릿속 이곳 저곳을 뒤적이고 있는 나는 누구일까.
메울 수 없는 빈틈을 가진 어떤 기억 속의 사건이 꽤 중요한 일일 때, 나는 지금의 내가 의심스럽다.
사진: diver 32 Acrylic on canvas, 53x40.9cm,2024
그날의 아이가 만약 집에 가지 못한 것이라면. 고도화된 문명을 지닌 미지의 어떤 존재에 의해 원자단위까지 완벽히 스캐닝 되어 집 앞에서 복제된 새로운 내가 해맑은 표정으로 걸어 들어가, 오늘의 나로 수십 년을 살아 온 것이라면.
원격이동에 대한 사고실험은 원본의 인간이 지닌 사회적, 서사적 자아를 완벽히 전송 받아 구현된 복제본의 그것이 온전히 나로 연결되어 인정 될 수 있는가를 내게 묻는다.
동시에 그것은 나의 자아가, 현대의 신경과학이 대체로 지지하고 있는 바와 같이 언젠가 고도화된 과학에 의해 복제 될 수도 있을 만큼 완벽히 물질적인 것인지 혹은 데카르트가 설파하던 바와 같이 육체와 구분되는 비물질적인 그릇에 담겨 있는 어떤 것인가를 또한 묻는다.
지난 전시의 다이버들은 심해로의 고립을 통해 자아를 찾아내고자 했다.
사진: diver 34 Acrylic on canvas, 53x33.4cm,2024
나를 둘러싼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서 형성되며 타인의 마음으로부터 반영되어 내게 지각되는 나의 모습인 사회적 자아(social self)를 고립시킴으로써 기대한 것은 무엇일까.
이 전시의 그림들은 고립이 아니라 발견을 위해 다시 심해로 향한다.
기억되는 과거, 자전적 역사의 실마리들은 나를 이해하고 해석하여 미래를 투사해 낼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 그 상태에서 형성되는 것을 서사적 자아(narrative self)라 한다.
나의 그림은, 단절과 연결이 혼재되어 쉽게 믿음을 주기 힘든 나의 기억과, 그것에 의탁할 수밖에 없는 나의 자아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 지에 대한 질문들이며, 부질없는 탐험의 실행에 대한 모호한 기록들이다. -송영규
사진: 송영규_Diver 1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9.9x45.5cm_ 2023
한편 송영규(Song young kyu. b.1972)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 졸업했다.
송영규는 ▲2001년 고백록, 인사미술공간(서울)개인전과 ▲2003년 Blind hand, 갤러리 상(서울), ▲2006년 耳鳴.ear cries, 문화일보 갤러리(서울), ▲2009년 섦, 노암 갤러리(서울), ▲2012년 nameless plant, 갤러리 이즈(서울), ▲2017년 nameless, 룬트 갤러리(서울), ▲2022년 Diver, 관훈 갤러리(서울)에 이어 ▲갤러리그림손에서 2024 "I am nowhere"개인전을 개최한다.
송영규 작가는 △2000년 동아미술제 특선, △2001년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 전시지원 선정, △2006년 문예진흥기금 신진예술가 부문지원 선정, △2009년 서울 문화재단 창작지원 선정, △2006-2007년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2012년 서울문화재단예술지원사업선정 작가다. 송영규 작가의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에서 소장하고 있다.
<주요 단체전>
2015 나는 무명작가다 / 아르코 미술관
2008 집-기억 전 /일민 미술관
2008 Korea now / Sotheby's Tel-Aviv, Israel
2008 나는 너를 모른다 /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2008 자화상전 / 갤러리 고도
2007 일기예보전 /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2006 그.리.다 / 서울시립미술관
2006 보헤미안 스페이스 2 / 아르코미술관
2005 second wind / 갤러리 창
2004 Human Fiction 2 / 에스파스 다빈치 갤러리
2004 Life Landscape / 서울시립미술관
2004 치유의 이미지들 / 대전시립미술관
2004 시사회전 / 대안공간 teampreview
2003 uncanny-어떤낯섦/ 갤러리 라메르
2003 싸이코드라마 / 성곡미술관
2002 ArtLink & Sotheby's International Young Art 2002 / New York, Tel Aviv, Amsterdam
2002 PLS, Be quiet 전 / 갤러리 상
2002 나비의 꿈 /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1999 인간관계로전 / 갤러리아트사이드
1999 안-그리기전 / 전원갤러리
1999 Password전 / 갤러리 상
사진: 송영규_Diver 23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9x65.1cm_ 2023
●갤러리그림손 송영규 개인전 : "I am nowhere" 전시안내
전시명: 송영규 개인전 : "I am nowhere"
전시기간: 2024년 10월30일(수)부터 11월 25일(월)까지
참여작가: 송영규
전시관람시간: Mon-Sat 10:30~18:30 / Lunch hour 12:30~13:30 /Sunday Closed.
전시장소: 갤러리그림손(서울시 종로구 인사동10길 22)
전시문의: 갤러리그림손(Tel. +82 2 733 1045/6)
관련기사
태그#전시#여기어때#송영규개인전#Iamnowhere#갤러리그림손#송영규작가#다이버#심해로의고립#오래된기억#심해#나는어디에도없다#키아로스쿠로#명암법#미술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