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외소득 비중 크면 ‘탈락’ 지원 기준, 현실과 괴리 커
초기 농업소득 적을 수밖에 없는 귀농인·20대 수혜율 극히 낮아
농촌현실 반영 기준 완화 절실
서울의 한 중견기업에 다니다 6년 전 귀농한 김모씨(37)는 노후대비를 위해 국민연금공단 지사를 찾았다. 김씨는 ‘정부가 농민에게는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한다’는 말에 연금 가입을 결심했지만, “지원 대상이 아니다”란 설명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김씨는 “(지원 대상에서) 탈락한 것은 농업소득보다 농외소득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초창기 농업소득이 적을 수밖에 없는 청년농에게는 연금보험료 지원이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보험료 농업인 지원사업’의 사각지대에 놓인 농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상당수의 영세농·귀농인·청년농이 농외소득 비중 규정 때문에 보험료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이 발효된 1995년부터 농민들에게 국민연금 보험료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3분의 1을 지원하다 2003년부터 절반으로 올렸다. 하지만 농외소득이 농업소득보다 많거나 농외소득이 일정액(2017년 기준 2782만9200원)을 넘는 농민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 여기서 말하는 농외소득은 국세청에 신고하는 소득이나 건강보험료 산출의 근거가 되는 소득을 의미한다.
이 기준에 따라 올 7월말 현재 농어민 31만1431명이 연금보험료 지원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국민연금 가입 대상인 전체 농어민 약 93만6000명의 3분의 1 수준이다. 나머지 3분의 2는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스스로 연금 가입을 포기한 농어민들이다.
전문가들은 농외소득 비중 규정이 농업·농촌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가당 평균 농외소득은 1626만9000원으로, 농업소득 1004만7000원보다 1.6배 많다. 게다가 영농규모가 작은 영세농과 농사경력이 짧은 귀농인·청년농은 상대적으로 농업소득 비중이 더 작을 수밖에 없다. 농사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부업을 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를 지원받는 연령대별 농민 비율은 ▲20대 0.96% ▲30대 9.32% ▲40대 29.56% ▲50대 이상 70.1%이다. 젊은 청년농일수록 보험료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율이 확연히 높은 것이다.
박대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소한 저소득 농민에게라도 연금보험료의 농외소득 비중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년째 동결된 기준소득금액에 대한 인상 요구도 크다. 정부는 신고소득이 91만원 이하인 농민에게는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지원하고, 91만원 이상인 농민에게는 4만950원(91만원의 4.5%)까지만 지원한다. 하철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 제도가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려면 기준소득금액을 농민 가입자 평균 신고소득인 109만6000원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도 이런 점을 감안, 연금보험료의 지원 기준을 농외소득에서 과세소득과 재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2019년에는 기준소득금액을 97만원으로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강혜영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장은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에 최근의 농업·농촌 현실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와 계속해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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