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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 항쟁 20주년 기념토론회 상상변주곡 4번 째 장이 15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개최됐다. ©박지훈 기자 |
영화 <그 때 그 사람들>, <오래된 정원> 등 격동의 한국사회를 스크린에 담아왔던 임상수 감독이 6월 항쟁 주역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14일 열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6월 항쟁 20주년 기념 릴레이 토론회 4번째 시간에서다.
발제자로 나선 임 감독은 현재 상황에 대해 “<그 때 그 사람들>속에 담긴 유치한 위계질서의 ‘골목대장 문화’와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외치는 ‘터무니없는 거짓말 문화’를 한국 사회가 얼마나 극복했는지 묻고 싶다”며 회의적 반응을 나타냈다.
20년 전 6월 항쟁 주역인 ‘그 때 그 사람들’은 28년 전 독재정권 ‘그 때 그 사람들’을 타도 대상으로 삼았지만 28년 전 유령들을 아직도 하늘나라로 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
“민주화 운동가 ‘나 운동 좀 했네’ 외칠 뿐 고백은 없다”
28년 전 유령들이 아직도 이 시대를 배회하는 이유에 대해 임 감독은 “민주화 운동으로 감옥에 가서 고문당했던 이들은 ‘나 운동 좀 했네’라고 외치며 다녔을 뿐 고백을 통해 당시 참담한 실상을 완벽히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근태 <남영동> △김병진 <보안사> △황석영 <오래된 정원>,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권인숙 <대한민국은 군대다> △장선우 <꽃잎> △이창동 <박하사탕>.
고백을 통한 민주화 운동 복원 노력이 담긴 작품으로 위 작품을 꼽은 임 감독은 “수많은 피를 흘리고서도 오늘 우리 사회는 이 정도 고백만 소유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위 명망가들도 이렇게 고백을 통한 복원 노력에 소극적인데 무명의 피해자들이 뭘 할 수 있겠냐”며 “기껏 소영웅담 내지 좌절 또는 피해망상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 때 6월 거리 나섰던 사람과 2002년 월드컵 때 거리 나섰던 사람 차이 있나
임 감독은 아울러 “자기 과거를 고백도 못해 제대로 대면도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지금 시점에서 더 지나간 일제시대를 청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임 감독은 특히 “영화가 개봉했을 때 80년대 운동권 사람들 입에서 ‘이런 과거는 더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며 “언제, 얼마나 이런 얘기를 봐서 지겹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28년 전 자신들이 타도 대상으로 삼았던 모습에서 현재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에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끝으로 “민주진영이 28년 전 ‘그 때 그 사람들’ 속에 담겨있던 허위적인 문화를 날려 보내지 못하면 그 때 6월, 거리에 나왔던 상황은 허위의식에 들떠 월드컵 구경 나온 요즘 모습과 다를 게 없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참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