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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류시인(女流詩人) 피춘자(疲春雌)-03
"저도 이런 느낌과 감정은 정말 처음입니다. 피춘자 시인님의 맑고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름다운, 예. 제 능력으로는 아름다운 이라고 밖에는 표현 할 수가 없지만, 모습을 보노라면 마음이 평화로워지고 선해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겠어요. 허나 너무 좋다는 생각과 마음입니다."
"박 선생님. 이제 그만 띄우세요. 비행기에서 또 띄워지니 정말 어지러워요. 그렇게 좋게 잘 봐주셔서 고마운 마음은 뜨지않고 중심을 잡고 있네요."
사실이었다. 박상인. 그는 외무고시에 합격한후 제대로 직장생활을 하며 지금 이자리에 앉아있다. 보이고 닥치는 사물을 다양한 각도에서 제대로 보고 판단하는 가장 보편타당하고 대중공감을 얻을 수 있는 상식적 판단의 소유자이고 옳다고 하는 것에 행동하는타칭겸 자칭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아왔다. 주변에도 많은 여성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으며 또한 출장 가고오며 옆자리에 많은 스스로는 내노라 하는 여성들이 앉았었다. 그러나 박상인 그는 지금과 같은, 환상같은 관심을 가져보지 못했다. 뭐 대충 말하면 그의 관심을 끌게한 여성이 없었다고 말하는게 정확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뭐냐? 천상천하유일독미인 피춘자 시인을 보자 그의 눈이 번쩍 뜨졌고 마음이 열려버렸다. 묘하다고 말 할 수도 없었다. 느낌으로 오는 가슴 두드리는 황홀한 아름다움. 이야기하면서 전해오는 내적 청순 진솔한 맑은 마음들은 박상인을 그냥 두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옆에 앉은 피춘자 시인에 대한 욕정을 느끼는 그런류의 감정은 아니었다. 때론 쎅시하고 때론 정감을 느끼고, 그런 여인의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더 이상은 가지 않았다. 그것이 그로하여금 일종의 존경심마져 가지게 하였다. 믿을 수 있겠는가? 피춘자 시인은 그런 사람이었다. 박상인은 지금까지 꿈꾸지도 만나지도 보지도 못했던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부딪쳤던 것이다. 지독한 심적 충격을 받았다.
"박 선생님. 무얼 그렇게 오래 생각하셔요? 곧 도착할 것 같아요. 안전벨트를 착용하라는 싸인이 들어왔어요."
천상의 목소리가 수면중 사유를 가르듯 들려왔다. 그는 눈을 떳다. 옆에 앉은 피춘자 시인은 창가로 머리를 돌리고 짙푸른 바다위에 점점이 떠있는 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뒷 목덜미도 참 깨끗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짙은 블루칼라 면 점퍼는 그녀 피춘자의 얼굴을 더욱 맑고 희게 받쳐주었다. 무릅위에서 10cm정도 올라가서 끝난 짧은 반 청바지 그 아래로 뻗은 곧은 다리의 피부도 역시 맑았다. 신발도 청색 운동화였다. 보면 볼수록 조화를 잘 이루어 몸에 부착한 것들은 날개로 아름다움을 더하게 하였다.
"시인님의 입고있는 점퍼와 청반바지 그리고 신발 모두가 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요. 새삼 놀라게 됩니다."
춘자는 ‘왠 옷이며 신발 이야기?’하듯 고개를 돌려 박상인을 보았다.
"시간이 번개같이 지나갔어요. 어서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세요. 박 선생님!"
"그렇군요. 그래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서 참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피춘자 시인님!"
"예?"
"제가 한국에서 피춘자 시인님을 보고 싶을 때 어떻게 만날수 있습니까? 꼭 다시 만나뵙고 싶습니다."
춘자는 미소지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애절함을 발견하였다. 나쁜 사람은 아니라 생각하였다. 춘자는 언제부터인지 사람의 얼굴 특히 남자. 중년남자들의 얼굴을 보면 먼저 스스로의 직감을 그 얼굴에 대입하게되는 버릇이 생겼다. 이건 순전히 알렉스 때문이었다. 그가 언제나 걱정하며 사람을 보는 요령과 주의사항을 말하였기에 그것들이 완전하게 가슴에 녹아들어 내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그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가시면 ‘지독히 힘든 사랑’ 이란 제목의 시집을 사 보세요. 그 속에 여류시인 피춘자가 있어요.”
“아하~ 그렇군요. 왜 그 생각을 진작 하지 못했을까요. 그런데... 시집 제목이 깊은 사랑의 사연을 쓴 것으로 짐작이 되는군요. 이제 됐습니다. 피춘자 시인님!”
“예?”
“싱가폴 공항에서 어디로 가는 비행기를 타셔야 한다고 하셨지요?”
“ㅎㅎㅎ 똑똑한 분이 다 잊어버리셨네요. 콜롬보. 스리랑카 콜롬보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야 해요.”
“예. 그렇군요. 시인님. 제가 그 곳까지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싱가폴 공항이 깨끗하고 안전하다 하여도 제가 피춘자 시인님을 만난 이상 어찌 혼자서 가도록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안되지요. 당연히 제가 그 보딩게이트까지 안내하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요.”
그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며 칭얼대듯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예. 그렇게 해주세요. 제가 차마 먼저 부탁드리기는 어려웠어요. 그럼 참 좋겠네요.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요.”
춘자는 웃음으로 부탁하였다. 그 분위기에서는서로가 좋았다. 실은 알렉스가 이미 상세하게 그림을 첨가한 설명을 자세하게 해 주어 그대로 따라도 좋았다. 허나 이 좋은 신사분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도록 그렇게 잔인하지 못했다.
춘자는 박상인과 헤어져 18번 게이트앞의 대기실 의자에 앉았다. 춘자는 그와의 작별을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피춘자 시인님. 떠나시는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저는 가야합니다. 대사관용 차가 건물밖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즐겁고 건강한 여행되시길 바랍니다."
"박상인씨. 좋은시간을 함께해서 즐거웠어요. 건강히 귀국하길 바래요."
춘자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박상인이 놀라서 얼른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춘자는 맛지게 외교관을 놀라키었다. 여성이 악수를 청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잘 아는 박상인이기에 그녀의 예절스러움에 짐작의 허를 찔렸다.
"감사합니다"
그 결과로 불쑥 나온 말이었다.
"식사도 거르지 마시고 제 때 잘하세요. 가족을 위해서라도요."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가 돌아서서 춘자를 보고 손을 흔들자 왼손을 가볍게 들어 같이 흔들어 주며 미소로 답했다.
그가 보이지 않게되자 춘자는 휴대폰을 꺼냈다.
3.
"알렉스! 기다리고 있었어요? 빨리 답해줘요."
카톡이었다. 춘자는 청색 빽쌕을 다시 어깨에 매고 일어났다. 기내에 실을 짐이라고는 달랑 빽쌕 하나와 쇼핑빽 보다 좀 작은 대님 쇼울더 가방 뿐이었다. 케머러는 당연히 빽쌕에 넣어 두었다. 알렉스가 공항등에서 케머러를 노출시켜 여행자임을 표 내지 마라 하였기 때문이었다. 춘자는 게이트 대기실 통로에 서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보았다. 모두들 바삐 걸어 춘자의 앞을 오갔으나 즐거운 모습이었다. 적어도 지금의 피춘자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춘자 자신도 표내지 않으려 자제하고 있지만 들뜬 마음이었다. '돌아 올 때는 꼭 알렉스하고 같이와서 이 공항을 다 돌아 다닐꺼다~'
혼자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그때 카톡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음을 들었다. 춘자는 얼른 자리로 돌아가며 손에 들었던 휴대폰을 열었다.
"춘자야. 무사히 싱가폴에 도착하였구나. 재미있었어? 싱가폴에서 비행기를 탄후 4시간이면 콜롬보에 도착한다. 잠깐 눈을 붙혀도 좋고 낮시간이니 넓은 바다를 봐도 좋겠다. 내가 공항도착 시각을 체크해 두었고 그 시각에 당신을 만날 준비를 다 해놓고 있을테니 염려말고 조심해서 비행기에서 잘 내려와. 알았지? 날씨는 아주 좋고 싱가폴같이 더워. 공항에서 만나자. 사랑한다. 춘자야~."
장문이었다. 알았지? 는 알렉스의 춘자에 대한 전매특허였다. 춘자는 카톡이 이렇게 신기하고
고마웠다. 근데, 춘자는 아직 밖을 나가지 못해서 얼마나 더운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바보같은 알렉스' 춘자는 그렇게 속으로 말하곤 혼자 씩 웃었다.
"예. 알았어요. 당신이 있어서 걱정은 많이 하지 않아요. 당신 말대로 푸른 바다와 구름들을 보며 그 속에 당신을 두고 바라보면서 함께 갈께요. 공항에서 만나면, 어떻게 해 주실거죠? 사랑해요 알렉스. 하늘 땅만큼."
춘자는 지금 이 순간도 행복을 느꼈다. 이 나이에 누구에게 이따위로 말 할 수 있을까? 그러나 춘자는 이따위로 알렉스에게 말하는 이 순간도 행복이라 생각했다.
비행기는 푸른 바다 위를 날고 있었다. 구름은 없는 청명한 날씨여서 바다 조차도 보기에 눈이 부셨다. 비행기는 고도를 잡았는지 흔들리지 않고 바로 날고있었다. 탑승객이 꽉차지 않아서 뒷쪽에는 빈 자리가 있었다. 대부분의 승객은 인도인 같아 보였다. 사실 춘자는 인도인이나 스리랑카인이 다 같게 보여 구별할 수가 없었다. 그들의 말도 재미있게 들렸다. 춘자는 다시 자리를 잡고 짙푸른 바다를보았다.
춘자의 생각은 어느듯 처음 알렉스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이 크게 나누어 두번째 만남이다. 그것도 알렉스가 운영하고 있는 ‘스코 정신 장애우의 집’ 의 운영 실태와 시설과 경영 방식 등을 보기위한 4박 5일간의 공식여행이었다. 굳이 스리랑카에서 까지... 하였으나, 대전에서 만났던 알렉스가 그런 유사한 요양원을 순전히 자비로 운영하고 있다기에 참고할 것이 있을거라는 확고한 생각이 들어서 역시 휴가겸 자비로 여행하게 된 것이다. 딸 효순이가 만류하였지만, 알렉스의 안내가 있다면 도착하는데 까지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고 혼자의 여행을 모험삼아 해 보고 싶어서 우겼다. 알렉스는 믿을 수 있기에 체재기간 동안은 걱정 안해도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와는 겨우 악수만 해 본 관계였지만, 이메일을 주고 받을 때는 형편상 당신이라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그는 장르소설가 닮잖게 시원하였으며 만만하였다. 그러나 그는 여류시인 피춘자가 원하는 남자속에는 끼지 못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격이 없는 사이였다.
4.
춘자는 불현듯 처음 알렉스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 그는 참 바보스러웠다. 그는 춘자의 얼굴을 바로 치어다 보지도 못하였다. 쑥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하였다. 그런 그가 추상화가라고 했을 때는 소리내어 웃었다. 춘자는 지금도 미안해 했다. 그 때 그 상황을 생각하며. 얼마나 무안했을까? 그때 왜 그렇게 그런 웃음이 나왔는지. 그건 그 사람을 깔보거나 낮춰봐서 그런 것은 분명 아니었다. 아마도 전혀 예상을 하지 못한 의외의 직업이었기에 그런 의도되지 않은 막힘 없는 웃음이 터져 나왔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화내지도 않았으며 멀건히 쳐다보던 모습이 깔깔대며 웃던 춘자의 몸짖에 대한 의미도 모르는 것 같았다. 좋게 생각하면 한없이 순진한 사람이고 잘못 생각하면 멍청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또 한번 춘자를 배꼽잡고 웃게 만든 것은 그가 정신박약우 요양원을 운영하는 사람이라서 였다. 그는 춘자가 좋아하는 키 보다 일단 작았고 얼굴에 난 수염을 깍지 않아서 정말 초라해 보였다. 그건 그 당시 춘자를 정말 웃겼다. 농담하는 것으로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라이브 농담이었다. 아니 누가 들었어도 그렇게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금방 그 자리를 뜨지 못하였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죽을 것 같은 숨막히는 농담을 그가 하였다. 추리소설 작가이기도 하다고. 춘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막혔다. 아마도 다음 말이 아니었으면.
"이제 겨우 제목만 붙혔습니다."
그는 그 말을 겨우 내 뱉듯 수줍게 말하고는 멋적게 미소지었다. 그 전혀 뜻밖의 어울리지 않은 말과 찌그러진 미소가 어우려져 그 순간의 대미를 장식하였었다. 얼마나 웃었는지... 미안해서 돌아서서도 눈물을 흘리며 웃었었다. 그게 첫 만남이었다.
사실, 피춘자 시인이 스스로 정한 바람직한 남자의 룰 속의 리스트에는 전혀 가까히도 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가령 줄을 세운다면, 아마도 99번째 정도에나 설 수 있을까. 그는 춘자보다 2살 위였다. 그래서 그 후에도 부담없이 이메일을 받고 주곤 하는 사이로 나아갔다. 그는 매사에 진지하였다. 춘자가 그에게 보낸 '사랑한다' 는 말 한마디에 영혼을 던진 사람이었다. 빈번해진 메일과 전화로 점차 그의 참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는 '미안하다' 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서 떨어져 나올 수가 없었다. 순수한 사랑을 다 주는 한 영혼을 짖밟을 수는 없었다. 그는 미국 국적을 가졌지만, 현재 스리랑카에 살고 있으며 한국 방문은 두번째라 하였다. 그런 그를 알고난 후에도 심심풀이의 마음으로 오는 메일에 답했고 온 전화를 받았다. 맑고 아름다운 춘자의 목소리에 그는 늘 행복해 했고, 삶의 존재 이유는 춘자가 옆에 있음이다 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춘자가 참고로 만들어 둔 원하는 남자 리스트에는결코 들어 올 수가 없었다. 거의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 심각하기도 한 많은 생각을 하며 인도양 바다위를 지나고 있었다. 춘자는 그러한 생각들로 인하여 점차 스스로를 뒤돌아 보게 되었다.
피춘자라는 이름과 부모님을 일찍 여윈 어린 여자아이로 이집 저집 옮기며 가정부 일이며 식당보조 일 점차 자라며 스스로 굳게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태권도도 배워 호신술을 잘 한다고 소문났던 일, 공사장에서 남자들과 함께 하던 일의 어려움과 그로 인하여 강해진 삶의 의욕 등 등. 생각만해도 눈물이 왈콱 쏫아질 것 같은 험난했던 젊은시절의 삶. 그래도 스스로를 바로 지키고자 피춘자 이름을 덮고 없는듯 숙여 지내 온 젊은 시절의 삶. 그리고 점차 껍질을 벗으며 새로운 피춘자로 변신하며 만나던 대부분의 남자들이 추앙하며 놀라는 아름다운 미모와 감성적이고 청아한 목소리등, 그런 것들을 가졌음을 스스로 느낀 피춘자는 이제 추하지도 천하지도 않았다. 그녀의 본성적 아름다움과 성격이 과거를 다 지울 수 있었던 것이다. 춘자는 큰 눈동자에 거렁 거렁한 눈물을 손바닥으로 훔치며 고개를 들었다. 나이보다는 10살 이상 어려보이는 모습과 피부는 순정(純情)한 마음씨와 함께 품격 높은 다이아몬드였다. 그렇게 생각하던 춘자는 소스라치듯 깜짝 놀랐다. 그 동안 알렉스가 그녀를 다이아몬드 품격으로 서서히 높혀 왔음을 이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야 물론 그런 것에 대하여 전혀 생각하지 못하였지만 결혼 후에도 다이아몬드 사랑이니 사랑의 다이아몬드니 하는 단어들을 들은 적이 없었다. 보통 주부와 다름 없었다. 오직 남편과 딸아이의 건강함과 행복을 위하여 살았다. 학교를 다닌 적이 없지만, 혼자서 독학을 하며 배운 지식으로 전화받는 일을하는 직장생활을 잠시 한 것이 조직생활의 모두 였다. 결혼생활은 별 문제가 없었다. 다만 중년이되어 알게된 새로운 세상을 춘자는 그 전에는 모르고 살았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너무 이쁘고 아름다운 모습과 한없이 여리고 순진한 마음과 티없이 맑고 청아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결혼과 동시 그러한 것을 익히 알고 있던 남편은 춘자를 그의 프레임에 가둬버렸다.
남편 최장호는 피춘자를 사랑하였다. 너무 사랑하였다. 그러나 표현을 맛있게 사랑스럽게 감동스럽게 할 줄 몰랐다.그런 스스로를 잘 알기에 더 두려웠다. 자기가 없는 사이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아내가 스스로 더 많은 세상을 아는 것이 두려웠다. 그것을 최장호는 감당 할 수가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욕심이든 사랑이든 어쩧든 품에 들어 온 천사를 지켜야 했다. 아마 다른 어떤 남편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피춘자는 그런 남편을 순종하고 따르는 것이 여인의 아내의 미덕으로 생각했었다. 또한 배우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열등의식을 가지고 있었기에 주어진 환경을 다 몸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피춘자의 부모는 전염병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진 그녀를 애정으로 사랑으로 잘 키웠다. 무남 독녀로 자라는 그녀는 부모님의 희망이었고 삶의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그녀도 총명하고 이쁘서 공부도 잘하였고 선생님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아마도 요즘 같았으면 아역 티비 텔렌트는기본이었고, 학생들의 구애에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티없이 맑고 순진하며 밝게 잘 자랐으나 초등학교 6학년 때 가정에 덮친 장티푸스로 부모님을 잃고 초등학교마져 졸업을 하지 못하고 혼자서 어두운 삶 속에 남겨져 버렸다. 매일 매일 피춘자는 살아남기 위하여 삶과 생활과 투쟁하였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오직 존재하는 것 이외에는. 사실 그 존재 조차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무의식이었다. 동물같은 본능이었다. 그러다 맑은 목소리가 좋다며 만난 최장호의 겁탈 후 순응하고 결혼하여 함께 살게 된 것이다. 그러나 남편의 편집증같은 보수성에 눌려 더 이상의 바깥 생활을 하지 못한 채 세상 알기를 그만 두었었다. 사실, 최장호를 만나던 그 때까지 특별히 남자들과 혹은 다른 남자들과 이성관계나 연애관계를 가져 본 기억이 없었다. 그쪽 방면에서는 너무 무관심하였다. 사느라 존재하는라 바쁘서 그런 것이 있는지 조차 몰랐을 정도였다. 그러다 직장 생활 2년만에 최장호와 결혼하게 되었고, 장손의 며느리로 신혼생활을 시작하였다. 그후 종갓집 장손의 며느리가 어떻게 해야 바른 처사를 하는 것인지 그들에게서 배우기 시작하며 그 길을 받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나게 큰 무게를 저항없이 받아들이며 느꼈다. 반항을 모르고 다른 세상을 모르므로 비교도 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런 유혹스러운 관심들을 스스로 피하는 운명으로 치부해 버리고 돌아앉는 아내 어머니 며느리로 변해갔다.
그런 피춘자의 생활은 그 세상에서는 꽃이되어 피었다. 남편도 애지중지 아끼며 맑은 물을 주었다. 아이도 잘 자라주었다. 그것은 남편 최장호가 교통사고로 사망하기 전까지 였다. 남편이 사망하자 기다렸던 것 같이 선산문제등이 불거져 나와 어른들은 그녀를 아이와 함께 내쳤다. 다시 그녀 피춘자는 생존을 위하여 살아야 했다. 이제는 그 존재 이유가 딸아이에게 있었다.어찌됐든 내 새끼. 나같이는 되게 할 수없다. 그녀는 가슴 속에 피눈물을 감추며 하루 하루 삶을 만들어 갔다. 남편에 의한 보상금은 종가 어른들이 가져갔고 대신 딸 아이를 지켰다. 사실 피춘자는 그녀 스스로를 알지 못했다. 오직 딸 아이와 굶지않고 헐벗지 않고 비 맞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것이 삶이었다. 피춘자! 부르면 먼저 눈물이 글썽거리게 만드는 여자였다. 좋게 말하면, 흙묻은 다이아몬드였다. 어디서 떨어져 이 진흙탕에 굴러 다니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7대 천한 성의 마지막이 그녀의 시작이었고 길거리 애들까지 쉽게 부르는 이름으로 피춘자였다. 그녀는 성낼 줄도 몰랐다. 사람을 미워할 줄도 몰랐다. 욕심낼 줄도 몰랐다. 그래서 거짓말 할 줄도 몰랐다. 살면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는 피춘자. 그녀의 팔뚝이 굵어지는 것도 팔 힘이 세어지는 것도 어머니를 닮아 이쁘고 아름답게 자라서 간호사가 되었고 마침내 결혼을 하는 날 아침, 딸 효순이를 안으며 알게 되었다. 키가 훨씬 더 커게 자란 딸을 안았을 때 딸 효순이가 무심코 한 말이 빌미가 되었었다.
“엄마. 왜 이리 팔뚝이 굵고 힘이세어요?”
춘자는 그 동안 참 세상을 모르고 나를 모른 채 살아왔구나 생각했다. 그날 밤. 아파트 욕실에 들어가 샤워를 하며 세상을 벗어버린 자신을 멍하니 지켜보았고, 비로서 새로운 피춘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딸 효순이가 시집을 가며 이제는 엄마하고 같이 놀 수 없어서 컴퓨터 인터넷에 들어가서 뉴스라도 볼 수 있도록 길을 알으켜 준 것이 발전하여 까페에 들어가게 되었고 시를 쓰는 계기가 되었다. 몇 몇 유명한 시인들이 피춘자에게 시를 잘 평해주었고 그에 힙입어 시를 계속쓰며 자신의 이름으로 까페도 만들었다. 이 메일도 보낼 줄 알게 되었고 다른 까페에도들어가서 새로운 사람들의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원들을 상대로 시집을 계간으로 발간하며 등단도 시켜주는 까페 안에서 무명인이라는 닉네임이 편집을 담당하는 사람과 치열하게 싸우는 것을 읽었다. 춘자는 그 사람의 의견에 동감하였고, 혼자서 여럿과 싸우는 무명인을 도왔다. 그날 춘자는 회원이 겨우 50명 정도 밖에 안되는자신의 까페에 그를 초대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둘은 계간시집을 발간하는 까페로 부터 강제퇴거 당했다. 동병상린이랄까 그런 마음에서 무명인, 그와 메일을 주고 받게 되었다. 그는 춘자의 글에도 신랄하게 비평하였다. 지금까지 모두가 잘 쓴다고 칭찬하였는데 그가 잘 잘못을 지적해 주었다. 춘자에게 그것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첫댓글 아침은 먹어야겠고, 컴퓨터가 좀 문제가 발생하였고... 해서 저는 곧 다시 돌아와 수정을 확인 할 것입니다.
오전 11시 29분. 허겁 지겁 아침 식사하고 수정 마춌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것은, 변명하자면 제 컴퓨터 자판에
한글이 없어 외운 채 쳐서 실수가 많습니다. 그 이유로 ㅎㅎㅎ 죄송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이 밤도 행복하고 편안한 밤 잠 되십시요~
여류시인 피춘자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늘 좋은 날들 되십시요~
좋은글 감사 합니다
함께 해주신 동트는아침 님,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날들 되십시요~
시인께서 소설까지 시리즈로 재미있고. 깨달음을 붇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드립니다. 행복한 이 한주 되시길 제임서님
아이고~ 저는 시인이 아닙니다.
함께 해주신 엔젤 아그네스 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