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짱 도루묵’은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헛수고로 돌아가 버렸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조선 정조 때 이의봉이 지은 어휘집 《고금석림》에 나오는 유래를 보면, 고려의 왕이 ‘목어(木魚)’를 드신 뒤 그 맛이 일품이라 ‘은어(銀魚)’라고 이름 붙였으나, 이후 그 맛이 그리워 다시 먹어보니 예전 같지 않자 “다시 목어라 하여라.”고 명하여 ‘환목어(還木魚)’가 되었다고 한다. 환목어를 한글로 풀어쓰면 ‘도로목’이 된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유래로 조금 다른 이야기도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선조(宣祖)는 피란을 가게 되었다. 피란을 떠날 때 먹을 것을 충분히 가지고 갈 수도 없고, 전쟁 통에 맛난 먹을거리가 갖추어질 여건도 아니어서 왕이라도 초라한 수라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한 어부가 동네 앞 바다에서 잡은 눈이 큰 물고기 ‘목어(目魚:흔히 묵이라고 불렀다)’라는 생선을 잡아 왕에게 바쳤다. 선조(宣祖)는 이 생선을 아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어보았다. 어부가 '묵'이라고 대답하자, 이 맛있는 생선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라 하여 즉석에서 '은어'라는 근사한 이름을 하사하였다. 전쟁이 끝나고 선조는 환궁을 했고, 피란지에서 맛보았던 '은어'가 생각나서 그 생선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산해진미가 가득한 궁궐에서 ‘은어’를 다시 먹어보니 이전에 먹었던 그 맛이 아니었다. 그래서 선조(宣祖)는 "에이, 도로(다시) ‘묵’이라 불러라!" 라고 했다.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고 해야 할까? 앞서 고려 때의 이야기와 거의 비슷하지만, 《고금석림》에서 말하는 ‘목어(木魚)’가 선조가 드신 ‘목어(目魚)’와 같은 물고기인지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 또 한편에서는 ‘말짱 도루묵’ 의 주인공을 인조나 태조라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이 ‘도로 묵’이 ‘도루묵’이 되고, 앞에 ‘말짱’ 이라는 단어를 붙여 관용어로 쓰이고 있다. ‘도로 아미타불’이라는 말도 ‘말짱 도루묵’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평생을 두고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외웠지만 아무 소용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도로’는 이전과 다름없이 되었다는 뜻으로, 한자어 ‘도로(徒勞)’를 써서 헛수고라는 뜻이다. 실제로 도루묵이라는 생선은 ‘은어’라 불릴 만큼 그 맛이 좋다고 한다. 알 밴 도루묵을 굽거나 찌개로 끓이면 탱글탱글한 알이 입에서 톡톡 터지며 뛰어난 식감을 자랑하고, EPA와 DHA가 많이 함유되고 불포화지방산이 적당량 포함되어 있어, 성장기 어린이의 두뇌 발달과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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