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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행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음탕과 방탕이라? 비슷한 듯 사뭇 다른 단어다. 예를 들면 분명해진다.
중국 군벌이자 천하의 바람둥이인 중국 동북군 총사령관 장쉐량(張學良). 열 여자 마다치 않는 장쉐량이 자신에게 몸이 후끈 단 유부녀 탕스샤(唐石霞)를 곱게 놔둘 리 없었다. 그녀는 중국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의 동생인 푸제(溥杰)의 첫 부인이다.
성공회대 중국어과 김명호 교수가 한 일요판 신문에 기고한 글. 장쉐량은 탕스샤에 대해 "훔쳐 먹는 과일이 더 맛있는 법"이지만 "뒷맛이 씁쓸했다"고 했다. "매력은 당대에 따를 만한 여자가 없었다. 방탕이 문제지, 음탕한 건 흠이 아니다"는 묘한 말도 남겼다. 또 "몸가짐이 형편없었다. 몰래 만나는 남자가 나 말고도 많았다. 나를 갖고 놀려고 했다"고도 했다.
무슨 뜻일까? 한학자 박동춘 선생은 "음탕은 성적 매력이 있다는 것이니 칭찬이고, 방탕은 절제가 없다는 것이니 비난"이라고 깔끔하게 정리해줬다. 우습다. 누구보다 방탕했던 장쉐량이 상간녀의 방탕을 비난하는 이중 잣대란! 결국 여성에겐 음탕이란 것도 한 남성에게 소유되어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일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해석이다. 물론 방탕은 금기.
그렇다면 남성은? 여성가족부의 2010년 성매매 실태 조사를 보면 '1년 동안 성매매를 1회 이상 한 남성'은 미혼자의 37.89%, 기혼자의 40.43%, 사별·별거·이혼 남성의 16.84%다. 기혼 남성 10명 중 4명꼴? 겁도 없다. 남성도 방탕하면 패가망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