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일을 할 때는, 내 사적 감정과 어르신들의 케어과정에서의 감정이 양분 되어야
지치지 않고 평점심을 유지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을 갖고는 있으나,
아직 연차가 짧아서인지 그게 잘 되지 않아 종종 회의가 들때가 있다.
80대 중반의 한 할머니와는 약간의 '애증' 이 있다.
환자로만 생각하면 이도저도 없을텐데 자꾸 감정이입이 된다.
사실 이 할머니의 말과 행동으로 더 죄를 짓기전에 이직을 할까 고민했던적이 있을만큼
할머니는 종사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말에는 늘 비수가 있었다.
우리말에 '감사' 나 '고맙다' 라는 말 자체를 들어 본 적도 배운적도 없는 듯한 할머니의
명성은(?) 요양원 종사자 전체가 알고 있다.
할머니는 다리가 제 멋대로 움직이는 와상 환자이나 당신의 처지를 인정하지 않고
서울대병원을 가면 걸을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자식들이 당신의 말에 따라 주지 않으면 3~5일은 거뜬히 단식도 하신다.
자식들에게 최고급 화장품과 가방을 사 오라 주문하고, 보약도 해 오고 링거도 제일 비싼걸로
주문한다. 자식들이 즉각 반응하지 않으면 또 단식 하신다.
반복된 단식탓인지 어느날부터 할머니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몇 번을 반복해서 되물어야 겨우 알아 들을 수 있을 만큼 심하시다.
목소리를 잃어가면서 할머니는 '고맙다' 라는 말씀을 종종 하신다.
집에 가겠다는 일념으로 누워서 끊임없이 운동하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찾기위해 '도레미파솔라시도' 를
수없이 반복 연습하며 발버둥치던 할머니가 안스럽기도 하여 가끔 밀착케어를 해 드리면,
갈수록 얼굴이 좋아 보인다, 라든가 애썼다, 라는 말씀을 하신다.
인생은 '공수레공수거' 라는걸 몸으로 체득하고
이제는 다 내려 놓으신 것일까?
한 때 밉기도 했으나 요즘은 짠한 생각이 든다.
첫댓글 참 인품이 훌륭하신 요양보호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