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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초등학교에서 가르친 A씨는 지난 2월에 명예퇴직(이하 명퇴)을 신청했다. 몇 년 전 몸이 아파 수술을 해서인지 갈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그런데 명예퇴직 심사에서 탈락했다. 한번 그만두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예전처럼 아이들 교육에 애정을 쏟기가 어려웠다.
A씨의 아들은 그런 엄마를 보면 마음이 씁쓸하다. 아들은 지난해 사범대를 졸업하고 임용 시험을 두 차례 쳤지만 낙방했다. 지금은 삼수(三修)를 준비하며 고시원에 박혀 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아들은 "왜 엄마처럼 선생님을 그만두고 싶어 안달 난 사람은 잡아두고, 나처럼 애들 가르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안 시켜주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아들은 합격만 시켜준다면 섬이든 오지든 달려가 아이들과 24시간 지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전국적으로 A씨처럼 명퇴를 신청한 교사는 8200명(올 8월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5배다. 명퇴는 경력 20년 이상이고 정년까지 재직기간이 1년 이상 남아있으면 가능한데, 일반 퇴직과 달리 '명퇴 수당'을 추가로 받는다. 명퇴 수당은 정년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의 경우 1인당 7000만~8000만원 정도다.
그러나 '명퇴 성공률'은 매우 낮다. 최근 급증한 무상 복지 예산 때문에 명예퇴직 수당을 줄 돈이 없어 신청자를 다 못 받아주기 때문이다. 서울은 올 8월 명퇴 신청자 2386명 중 181명(7.6%)만 받아줬다.
교사를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많지만 하겠다는 사람도 넘친다. 올해 서울 지역의 중·고교 교사 임용 시험 경쟁률은 11대1에 달했다. 작년 경쟁률은 무려 19대1이었다.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은 열악한 일반고를 살리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신규 교사들을 열악한 학교에 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규 교사들의 열정이 넘치고, 그 열정이 우리 교육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교사들이 명퇴 신청 사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도 '후진 양성'이다. '나는 이미 교사 생활을 할 만큼 했으니 젊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는 것이다. 올해 서울에서 명예퇴직을 한 교사들은 평균 경력 33년 이상, 나이는 50대 후반이다.
신규 교사와 명퇴를 신청한 교사들은 월급 차이가 상당하다. 지난 3월 중학교에 처음 부임한 B교사의 월급은 210만원, 경력 33년의 명퇴 신청자 C교사의 월급은 538만원이다. C교사가 명퇴하면 그 월급으로 신규 교사 2명을 채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두길 원하는 교사를 내보내고, 일하려는 신규 교사를 채용하는 단순 원리가 우리 교육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무상복지 예산 때문이다. 교육청은 "정부가 도입한 무상복지 때문에 돈이 없다"고 하고, 교육부는 "왜 충분히 돈을 줬는데 예산을 허투루 쓰느냐"고 교육청 탓을 한다.
우리나라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는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교사에게 열정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교사들의 명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