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나가 승리를 예감한 순간이 언제였을까. 마지막 작전타임 이후에 리바운드를 잡은 시점일 것이다.
그러면 오늘 승리의 복선이 있었다면? 공격 개시 4초만에, 즉 샷클락 20초 남기고(!) 김이슬의 패스를 받은 강이슬이
마치 슛연습 타임처럼 가볍게 올라가 꽂아넣은 대각선 3점 성공 순간일 것이다.
그간 김이슬도 부진했고 강이슬도 슛이 워낙 안 터졌어서 그렇지, 이게 바로 두 이슬 콤비네이션의 가장 자신 있는 플레이.
다만 김이슬은 장단점이 뚜렷한 선수라, 그 이후에는 너무 멀리서 좌우로 드리블을 오래 치다가 동료의 스크린 파울이
나오고 말았다. 스크린 파울을 한 건 본인이 아니지만, 패스 타임을 너무 오래 죽이면 이런 실책이 나오기 쉽다.
꼭 그래서만은 아니겠지만 가드를 신지현으로 바꾼 후로는 가드에게서 공이 나가는 시간은 단축되긴 했다.
대신 신지현이 나오면 등근육이 완벽한 김이슬보다 웨이트가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 덩치 하는 삼성 라인업에는
고전하는 모습이 나왔다. 가드가 굳이 몸을 많이 키울 필요는 없긴 한데, 부상 방지를 위해서도 근력을 좀 올리긴 해야 할 듯?
하나는 모처럼 지역방어를 아주 아름답게 펼쳐 보이며 초반 분위기를 가져간 것 같다.
특히 고-단-백 트리오는 오늘 2쿼터에서도 수비할 때는 인사이드, 공격할 때는 외곽을 책임지며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아. 고아라의 경우는 외곽을 책임지려고 했는데 별로 들어가지는 않.. 대신 고아라는 수비를 젤 잘하니깐)
그러나 개인 기량은 확실히 삼성이 우위라는 게 서덜랜드의 부재와 함께 김한별의 존재감과 함께 드러났다.
다만 오늘 1쿼터 움직임이 괜찮았고 하나은행 같은 스몰라인업의 천적인 배혜윤이 백지은과의 충돌 시에
손목이 살짝 나가면서 (자유투도 2개 다 놓치는 모습) 그 뒤로는 적극적인 리바운드나 인사이드 공략을 하지 못한 부분이
삼성으로서는 손목뼈아픈 손실이었다.
그래도 2쿼터의 왕자 김한별 덕에 점수차가 아주 많이 벌어지지는 않은 채 전반전 종료.
(이왕 왕자 말고 공주로 해줘야.. 王子 아니고 王者니까 괜찮음)
백지은은 역시 살림꾼이었다.
루즈볼에 대한 집념은 누구보다 강해서, 상대 선수 두 명 사이에서 뛰어들어와서 넘어지면서 패스를 넘겨주는 가 하면,
4쿼터 박하나가 불붙었을 때 그나마 루즈볼을 잡으면서 하나은행의 연속 10실점만큼은 막은 것도 백지은이었다.
역시 키 작은 채치수라 할 만하다. (이거 칭찬 맞는지?? 키 큰 채소연보다는 낫잖아.)
근데 다른 모습은 역시 백지은! 이었는데. 한 번은 골대 오른쪽에서 등지고 잡아서 왼쪽으로 돌면서 왼손 레이업을 성공했다?!
비시즌에 스킬트레이닝을 아주 잘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저렇게 느는 맛이 있어야지.
하나가 고질적으로 가드 정리를 못하고 있다면, 삼성은 각각의 선수 능력을 아직 조합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분명 박하나도, 김한별도, 배혜윤도, 윤예빈도, 이주연도, 어느 팀에도 쉽게 밀리지 않을 개인 개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외국인이 문제네 그럼
이상하게 모아 놓으면 생각보다 시너지가 안 난단 말이지.. 그렇다고 딱히 체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이유를 찾아 보자면 경험의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윤예빈 이주연 급이야 진짜로 1군 구력이 짧은 거고.
박하나 김한별 배혜윤은 앨리사 토마스 같은 원더우먼 없이 농구해 본 경험이 많지는 않다.
모든 팀이 우뱅처럼 누구를 주나 알아서 잘 맞춰 가면 참 좋겠지만.. 어쨌든 지금 삼성은 라인업에 비해 실력이 안 나오는 팀이다.
3쿼터까지는 미스매치 유발 작전의 하나은행 vs 패스게임의 삼성생명의 대결이었다.
(4쿼터는 KEB"하나" 대 박"하나"의 대결)
미스매치 유발은 슛률, 특히 외곽슛률이 받쳐주면 아주 무서운 작전인 것 같다.
미스매치를 넋놓고 보고 있을 순 없으니 헬프수비를 들어가게 되는데, 그 때 밖으로 나온 패스를 외곽슛으로 넣어 버리면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짜증이 솟구치는 상황이다. 오늘 삼성은 딱 이 패턴 하나를 못 막아서 졌다.
(이 패턴 하나라기엔 날개 달린 토끼가 있어서.)
다만 하나은행의 이런 전술은 체력을 엄청 소모하는 방식이라서.. 제아무리 달리기의 팀이라지만
4쿼터 중반 쯤에는 확실히 발들이 무거워졌고 결국 수비에서 공간을 많이 내주는 모습이었다.
반면 삼성은 패스의 투입과 컷인 식으로 수비를 많이 흐트리는 방식을 애호했는데, 분명 농구의 기본 중에 기본이고
안정적인 작전이자 턴오버를 줄이는 장점이 있지만. 장신 센터가 없으면 더블팀에 취약해지기는 한다. 패스 투입을 끊기거나
받은 선수가 다음 패스를 못하게 막아버리면 단순하게 막히기 때문이다.
배혜윤의 컨디션이 좋을 때는 양 날개에 배혜윤-김한별이 서서 서덜랜드 어디갔니? 걔 엣지있게 엣지에서 미들슛 쏘려고 기다린대
이런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갔고 선수들 움직임을 보니 삼성이 원래 하고 싶은 농구가 이거인듯 했지만,
보기보다 김단비와 백지은의 인사이드 수비가 탄탄했고. 결정적으로 뚫은 뒤에도 파커의 블록이나 리바운드 장악을
어찌하기가 어려웠다.
박하나는 확실히 공간을 열어주면 안 되는 선수다. 좁은 공간도 잘 써먹는 스타일이고 경기 체력이 워낙 좋아서.
4쿼터에 들어서 지친 하나가 느슨하게 수비했다가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었다.
삼성은 4쿼터에 못 따라잡은 것보다는, 1, 2쿼터에 공짜 점수를 너무 많이 헌납한 게 결국 부담으로 작용했다.
마진 점수에서도 사실상 모든 쿼터에 버저비터를 허용한 셈이라, 그 중 두 개 정도만 막았어도 어찌되었을지 모른다.
특히 2쿼터는 삼성이 원샷 플레이 하다가 턴오버로 공을 준 게 화근이 됐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그나마 윤예빈이 막무가내 배짱 3점슛들을 성공해 준 덕에 아주 추격의 끈을 놓치지 않은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자. 오늘의 하이라이트이자 클라이막스이자 앤써(!) 강이슬.
2쿼터에 무너진 자세로도 백보드 맞춘 버저비터 롱2를 성공하는 걸 보고 오늘 손끝 감각 장난 아닌데? 생각했다.
근데 손끝도 손끝이지만 오늘 강이슬의 진가는 토끼뜀박질에서 나왔다.
강이슬이 속공이며 컷인이며 아주 그냥 골밑에 갔다가 코너에 갔다가 종횡무진한 덕에
아직 배울 게 많은 양인영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박하나를 붙이면 미스매치로 인해
쉬운 포스트업을 줄 수 있었고 (실제로도 두 번 시도해서 한 번 성공함), 나중에는 김한별까지 수비하는 영광(?)을 얻었는데.
문제는 김한별이 강이슬을 마크해 버리면 배혜윤 혼자 파커를 막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아 글쎄 서덜랜드 어디갔냐고???
강이슬은 오늘 뛰는 속도나, 방향 전환이나, 그리고 슛의 높은 포물선 등을 볼 때 하체 상태가 아주 좋아 보였다.
(혹시 농구화를 바꾸셨냐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
오늘만큼은 2017-2018 강이슬의 추억을 소환한 하나은행 팬들이었다. 그리고 그 추억을 다시 현실로 만들 가능성도 확인했다.
오늘 "슥점! 정확~합니다!" 를 연발할 때마다 하나 팬들이 슥이속이 시원했을 것이다.
(경기 막판 승리선언 골까지 성공하는 걸 보고 100% 인터뷰를 할 거라고 봤는데, 왠지 오늘 수훈선수를 선정하지 않아 아쉽다.)
모나크 찬스가 뭐지? 아 노마크........
이건 얼굴이 안 보이니 (그게 문제가 아닌 거 같은데) 한 장 더.
하나은행, 1승보다 소중한 1승 축하합니다!
덧.
오늘 1분 남기고 마지막 작전타임 후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았다.
삼성 공격이었는데 강이슬 대신 김단비가 원포인트 디펜스로 출전.
오늘 엄청난 활동량과 몸싸움으로 지쳐 있었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자리를 내주지 않는 공간 수비로 득점 저지에 성공했다.
그리고 공이 밖으로 나가자 다시 강이슬 투입. 점수차만으로도 이길 거였지만 축포가 될 만한 마지막 득점에 성공했다.
원포인트 디펜스와 원포인트 오펜스를 1분 안에 목격한 진기한 장면.
덧2.
이수연의 2쿼터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어차피 이수연이 현재 지향해야 하는 것은 슛을 뺀 백지은의 역할.
(던지지 말라는 게 아니라 슛까지 넣는 것은 덤이라는 의미)
그런 면에서 2쿼터의 최강팀 삼성을 맞아 이수연의 박스아웃과 루즈볼 다툼은 하나의 리드에 큰 도움이 되었다.
(KB가 최강 아니야? 거긴 WNBA급이 두 명이잖아 빼야지. 우뱅은? 거긴 2쿼터가 아니고 모든 쿼터 최강팀.)
이하은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지금 이수연의 발전이 절실하다.
첫댓글 정성스런 글 늘 잘보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승리 축하해요^^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동료 중에 한 명이 등이 남달라서 패스가 쫙 뻗어간다고 말했었죠 ㅋㅋ
오늘 경기는 2쿼터에서 갈렸다고 봅니다.
4쿼터 끝까지 쫄깃했지만 2쿼터에 KEB하나가 앞선 점이 주효했죠.
라인 업이 괜찮았습니다.
이수연 선수가 슛감은 좋은 선수라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 성공률이 오를 겁니다.
시크한 그녀^^
경기가 뻑뻑할 때 1번을 교체하는 점은 좋은데 현장에서 보면 아라고 선수가 1번 같습니다.
삼성은 기복을 줄여야 할 듯합니다.
김보미 선수가 못 나온 점이 아쉬웠을 겁니다.
제목이 중의적입니다.
중계 보면서 메모하시나요?
이렇게 글을 올리기 쉽지 않을 텐데 대단하십니다.
제목에 고민한 부분까지 알아주시고! 감사합니다 ㅎㅎ
아직은 하나은행의 목표가 3위라고 보면 지금처럼 해도 될 텐데, 더 위로 가야 할 때가 오면 확고한 1번이 있어야겠죠. FA로 다 풀리기 전에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그 때쯤이면 노련한 백지은+꽃피운 이수연 조합도 볼 수 있겠죠.
김보미 선수 자리가 양인영 선수로 바뀐 거죠? 확실히 삼성이 선수층이 두껍네요. 하나은행에서 김단비 선수 정도가 빠졌다고 한다면 이기기 어려웠을 겁니다.
메모는 할 때도 있고 안할 때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뭘 알고 적는 게 아니라서 적나 안 적나 감상평 퀄리티는 똑같은 거 같고요. 대신 적은 날은 아무래도 일찍 올립니다 ㅎㅎ
삼성의 패배가 넘나 아쉽네요 ㅜㅜ
치고 올라가야 할덴대요
쉽지 안는듯 보이네요
위에도 적었지만 김보미 선수 부재가 안타깝네요. 오늘같이 박하나 선수가 터지는 날 김보미 선수가 평소만큼만 3점 넣어줬으면 끝까지 알 수 없는 경기였을 겁니다. 투혼이 대단한 선수니 오래 걸리지 않아 복귀하긴 할 텐데, 무리하지는 말고 건강히 돌아오면 좋겠네요.
@은경이 김보미선수는 어쩌다가 부상을 당한지 아시나요??
@보물섬 지난 신한은행 경기에서 얼굴쪽 골절을 당했다고 알고 있는데 부상 장면은 보지 못했습니다. 근데 골절이면 최소한 반달 정도는 못 본다고 보셔야.....ㅠㅠ
점수차를 따라잡힌 점은 아쉅습니다. ㅜㅜ
너무 뛰어서 그래요 ㅜㅜ 많이 뛰면서도 실수를 줄여야 체력 소모가 덜할 텐데, 그게 되면 우리은행이죠? ㅎㅎ 그래도 오늘 팀 활동량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은경이 우리은행처럼 되지 말라는 법도, 뛰어넘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 소생은 그저 열심히 응원합니다 ㅎㅎ
어쩔 수 없이 체력 소진을 할 수 밖에 없는 전법을 쓰다 보니 그 힘을 끝까지 유지하기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한발씩 더 잘 뛰어줬습니다.
2쿼터 이수연 선수는 수비의 핵이었습니다. 외려 이수연 선수가 빠지니까 수비가 좀 흔들린다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그리고 로우에서 공을 잡으면 거의 무조건적으로 더블팀을 가더라고요 이 때 킥아웃을 잘 빼줘서 3점으로 연결 되기도 했고요 공격 전개에서도 득점은 없었지만
잘 풀어나가는 게 좋았습니다.
이왕 체력전이라면 김지영, 서수빈 같은 외곽-인사이드 인재들도 좀 더 써봐도 좋지 않았을까요? 승기를 잡은 김에 쭉 그 선수들로 밀고나간 거 같은데, 무리하다가 발목 삐끗이라도 하면 손해가 막심합니다.
삼성도 배혜윤 선수 폼이 많이 올라와서 하나 입장에서는 원래 어려운 우뱅, 국민에 이어 높이의 옥저와 몸빵의 삼성까지.. 2쿼터가 앞으로도 참 험난하겠습니다. 그래도 파커 덕에 나머지 쿼터에서 하나 높이가 그리 낮아 보이지 않아 긍정적이네요.
@은경이 서수빈, 김지영 두 선수는 지금까지 솔직히 쓸만큼 써 봤다는 생각도 듭니다.
복귀 했다가도 다시 다치고 폼이 올라오지 못 해 못 써 본 선수가 김이슬, 신지현이고요
그 두선수 어떻게든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하면 그 다음 구상도 없다는 한계도 있는 거겠죠
피지컬들이 삼성이 더 좋다 보니 못 쓴 면도 있고 지영선수도 거의 수비형으로 하고 있던데 이번 경기에서는 수비의 중심역을 이수연 선수가 해주기도 했고
이번에 새로 가동된 라인업도 처음 돌려 본거고 이제 2라운드 2경기 한거니까요
그 두 선수가 다시 나온다면 그간 맞춰보던 걸로 새로운 전법 적용이 필요해지는 시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칼윈 전술이 너무 다양한 것도 선수들에게는 어려움이 아닐까 합니다. 농구 경기가 정신없이 진행되는데, 가드 따라서 요구사항이 계속 바뀌는 것도 혼란스럽고 특히 베테랑보다는 젊은 선수 위주 팀이라 더 그렇죠. 물론 잘만 돌아간다면 상대방도 똑같이 대처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야 하겠습니다만..
실험도 좋고 다 좋으니 오늘처럼 하나다운 경기 해 주길 바랍니다.
@은경이 지금 선택지는 어렵더라도 다양한 걸 체득해서 이게 간파 당해도 다른 해법으로 풀어갈 줄 아는 선수로 그리고 팀으로 성장할 것인지
피지컬이나 스쿼드도 안 되는 상태에서 단순하거나 혹은 몇 가지 안 되는 방법만 체득해서 당장은 하기 편하지만 그게 간파 되었을 때 풀어나갈 방법이 없게 될 것인지
냉정하게 선택지는 이 중에서 골라야 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지금은 그렇게 자꾸 새로운 걸 익히면서 혼란도 겪고 하는게 사실이지만
뭐 다 여러가지를 체득하기 위한 성장통이라고 봐야지 싶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하나은행의 시즌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