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도 아니고 영화처럼 스펙터클이 하나의 상품으로 제시되어야 하는 장르에서 이러한 공간적 제약은 실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모험을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 첫 번째는 이 곳이 라디오 스튜디오이면서 동시에 방송국 임시 스튜디오로 변모한다는 점이다. 방송국 스튜디오는 폐쇄된 공간이면서도 저 바깥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많은 모니터를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준다. 카메라는 그 모니터를 통해 잠깐씩의 바깥 외출이 가능해진다.
물론 이것은 가능성일 뿐, 실제 이 영화에서는 그다지 많이 활용되지 않는다. 대신 그 모니터를 통해 비춰지는 외부상황이라던가 쌍방향 소통이 만들어내는 윤영화의 다채로운 표정과 감정 변화가 더 핵심이다. 하정우는 이 점에 있어서 두 말할 나위 없는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가 나온 영화들이 대체로 성공했던 이유가 어쩌면 그의 얼굴만 쳐다봐도 충분히 영화가 재밌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들 정도다. 이것이 이 폐쇄공포증을 일으키는 영화가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두 번째 요소다.
모니터가 외부상황을 보여줌으로써 폐쇄공간에 외부로 통하는 일종의 구멍을 내준다면, 테러범으로부터, 그 와중에도 오로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국장으로부터, 또 이 상황을 진압하려는 정부가 보낸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으로부터 끊임없이 스튜디오 안으로 연결되는 전화와 메시지는 보이지는 않지만 윤영화의 감정변화를 리드미컬하게 만드는 자극제가 된다. 이러한 시청각적인 요소들은 이 영화의 좁은 공간을 오히려 폭넓게 만들어준다. 카메라가 공간을 찾아가기보다는 오히려 공간을 스튜디오 안으로 불러들이는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09.09 2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