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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가]

한강을 중심으로본 민속낚시....(6)   두미강 12바탕 잉어몰이    



* 옛사람들의 고기잡이 두미강 12바탕 잉어몰이

*두미강(斗尾江)과 잉어몰이의 배경
두미강 12바탕 잉어몰이는 겨울철에 한강(두미강)에서 행해졌던
일종의 고기잡이 방식으로 생업방식이자 민속놀이의 하나로 전승되었던 낚시놀이다.
두미강의 잉어몰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봉안마을에 사는 이재만(1997년 84세)에 의하면 부부가 4대째 가업을 계승하였다는 것으로 보아
조선 후기에까지 그 연원을 추측할 수 있다.
또한 조선 후기 이 지역에 연고를 가지고 있던 실학자 다산 정약용(丁若鏞 : 1762∼1836)의
시 중에서 두미강의 물고기 구경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다.
1786년(정조 10) 소내 주변의 승경 13곳을 춘하추동의 절기에 따라
사언시(四言詩) 13수로
지었던 것이「초천사시사효장남호상심낙사(苕川四時詞效張南湖賞心樂事)」인데
그 중에서 겨울 부분은 다음과 같다.

겨울 수종산의 눈 구경 水鍾山賞雪
두미협의 물고기 구경 斗尾峽觀魚
송정의 활쏘기 松亭射帿

소내는 정약용에게 마음의 안식처이자 회귀의 공간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꿈은 관직 생활과 유배로 인하여 이루어지지 않다가 죽기 몇 해 전에야 달성되었다.
그 생활 공간 중에 하나가
두미협의 물고기 구경이라는 구절의 시사해 주는 바가 사뭇 많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12바탕 잉어몰이가 언제부터 행해지고 있었던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잉어몰이는 한말과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이 지역 사람들의 생활의 하나로,
그리고 인근 사람들을 겨울철 소일거리로 널리 유행되었다.
하지만 1973년 12월 팔당댐이 건설되기 직전까지 두미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잉어몰이는
팔당댐이 축조되면서 두미강은 동서로 분리되고,
어로(漁路)가 차단되자 어종이 고갈되면서 놀이마당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면 잉어몰이가 행해지는 두미강은 어떤 곳인가?
두미강이라는 지명은 오늘날은 잘 사용되지 않지만 한말 이전까지만 해도
널리 불리어지던 지명이다.
한진호의 『도담여정기』의 입협기(入峽記)에 “두미협은 곧 『여지승람의 도미진(渡迷津)으로
북쪽에는 예빈산(예봉산)이 있고,
남쪽에는 검단산이 서로 마주 보아 마치 문(門)과 같고, 강물이 그 가운데로 지나간다.”라고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은 두물머리에서 만나 하나가 되어 한강이 된다.
즉 두미강은 두물머리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한강의 상팔당 근처까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 중심 마을에 두미마을이 있었던 것이다.

두미마을은 오늘날 봉안마을로 예봉산의 끝자락에 위치하며
12바탕이 펼쳐지는 작업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남양주시 와부읍과 조안면의 경계지점에 위치한 마을로 상팔당과 봉안마을 사이에 있고
옛날부터 두미나루가 있었다.
다산이 이 두미강의 물고기 구경을 노래한 것으로 보아
예전부터 두미강에는 물고기 잡이가 성행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양주의 특산물로 한강에서 나는 은구어를 들고 있어
잉어몰이와 묘한 연관성을 나타내고 있다.

강변 사람들의 생활상
두미강변을 중심으로 하는 사람들은 주위 여건상 농토가 자리잡을만한 것이 거의 없다.
주위가 돌벼랑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한강변이나 한강 강변 사람들 또한 비슷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
농토가 없는 마을사람들은 다양한 생계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은 한강을 따라 강원도에서 서울로 운반되는 나무를 운송하는 일이었다.
강원도에서 생산된 나무가 서울로 진입하기 전에 ‘봉안구미’와 ‘팔당’에 머문다.
이곳에서는 뗏목을 운반하는 사공들에게 음식과 술을 파는 주막거리가 들어섰던 것이다.
물론
이 지역 사람들이 직접 산에서 나무를 하여 서울에 파는 경우도 흔히 있었던 일이었다.
두미강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생계수단은 양잠(養蠶)이었다.
양잠은 궁핍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한 생활이었다.
다산도 1795년 고향인 마현에 들러 ‘탄빈(歎貧)’이라는 시를 통하여
이 지역의 가난을 노래하고 있다. 이러한 가난에 대하여 다산은 실학자다운 면모를 볼 수 있다.

1802년 강진에서 아들 학연(學淵)과 학유(學遊)에게 보낸 편지에서
나무와 채소를 재배할 것을 권하면서
자기가 집에 있었다면 뽕나무 수백 그루를 가꾸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즉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뽕나무 심기를 권하고 있는 것이다.
한말의 『황성신문』1900년 3월 1일자에
두미강 근처의 하도면 구선동(와부읍 월문리 구성동)에서 뽕나무 수십만 그루가
키워졌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두미강 주변 사람들은 농업을 대신하여 나무를 하거나 뽕나무를 심어
생계를 이어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뽕나무를 가지고 키운 누에에서 나온 실은 잉어몰이 시에 사용되는 그물을 제작하는데
직접 사용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겨울철 인근 사람들의 유흥과 두미강 사람들의 생계의 한 방편으로
잉어몰이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인원의 구성과 어구

잉어몰이를 위한 인원구성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두미강변 사람들은 해마다 겨울철이 두미강이 얼면 강 주변 사람들은
잉어몰이를 의논하기 위하여 모인다.
여기에서 어느 마을이 중심이 되어 준비할 것인지, 잉어몰이는 언제 시작할 지,
제1바탕 장소는 어디로 할지를 정하고 나면 잉어몰이 낚시를 진행할 인원이 꾸려진다.

잉어몰이 잡이에 필요한 인원은 먼저 그물의 주인으로
작업이 끝날 때까지 전체 경비를 부담하는 그물주 1인, 유료 고용인인 영좌(嶺座),
몰이꾼인 머리괴 등이 있다.
인원이 구성되면 잉어몰이에 필요한 그물을 비롯한 여러 어구들을 준비하고
첫째바탕의 그물을 내린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두미강 12바탕 잉어몰이 낚시는 보통 강물 전체가 어는 동짓달부터
다음 해 해동이 될 때까지 석달 정도에 걸쳐 벌어졌다고 한다.

*잉어몰이에 인원이 구성되면 여기에 사용되는 어구(漁具)는 무엇이 있을까.

어구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물이다.
그물은 강의 길이에 따라 약 3개 정도가 필요한데,
그물은 이 마을에서는 생산된 누에에서 나오는 명주실로 견사(絹絲)를 직접 생산하였다.
그물은 숙련된 어부의 몫으로 100발(약 1,500m)을 만드는데 약 1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한편 일제시대에는 뽕나무(누에)의 과다한 공출로 인하여 견사를 만드는 것이 부족하자
부족분을 조안면사무소까지 직접 가서 구입해 사용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 외 머리나무토막, 얼음을 깰 때 사용하는 쇠 도구인 ‘쓰리’,
전문 낚시꾼들이 사용하는 ‘가루손갈구리’ ‘삼봉낚시’ ‘거미낚시’ ‘걸인대’ ‘그물닷’ ‘썰매’ ‘끄낙’ 등이 필요하다.

*12바탕 그물의 명칭과 위치
그물은 대개 12번을 치는데 한 바탕에서 잉어몰이를 한 후 대충 잡았다고 생각되면
아랫그물은 그대로 두고 윗그물만 걷어 다음 바탕의 아랫그물을 치는데 사용한다.
12바탕을 구분하는 명칭과 치는 위치는 다음과 같다.

*제1바탕은 ‘너래그물’이라고 한다.
윗그물은 소내섬 하류인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마재마을과
광주군 남종면 이석리 사이에 가로질러 놓는다.
아랫그물은 조안면 마재마을의 웅암나루와 하남시 배알미동 윗배알미마을 사이에 놓는다.
이 지점은 강폭이 넓고 상류에 급류가 있어 두껍게 얼지 않는다.

*제2바탕은 ‘마당서그물’이라고 한다.
윗그물은 첫째바탕인 너래그물의 아랫그물을 그대로 사용한다.
아랫그물은 옛 봉안역터와 발전소 사이에 놓는다.
이곳은 잉어의 어획량이 많다. 그물설치를 끝내고 영좌는 머리값을 지불하고
안방에 입장하여 각자 자리를 잡는데 좋은 자리를 잡기위해 싸움이 나기도 한다.

*제3바탕은 ‘펄그물’이라고 한다.
지금의 팔당댐 바로 상류쪽에 아랫그물을 친다. 펄이 있는 곳으로 잉어가 별로 잡히지 않아
건너 뛰기도 한다.

*제4바탕은 ‘마들그물’이라고 한다.
팔당댐 하류쪽과 하남시 아래배알미마을 사이에 아랫그물을 놓는다.

잉어를 말로 들어 올릴 만큼 큰그물이라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

*제5바탕은 ‘복자그물’이라고 한다.
아랫그물을 수위관측소와 펌프장 사이에 놓는다. 잉어는 대체적으로 잘 올라온다.

*제6바탕은 ‘곧은줄그물’이라고 한다. 아랫그물을 예봉산 끝자락안 두미마을에 가로질러 놓는다.
다른 지역보다 강이 곧게 뻗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잉어는 보통으로 잡힌다.

*제7바탕은 ‘북챙이그물’이라고 한다. 팔당유원지 부근에 아랫그물을 놓는다.

*제8바탕은 ‘서탕그물’이라고 한다.
팔당역과 하남시 바깥창모루 사이에 아랫그물을 놓는다.
두미강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잉어를 수심이 얕은 쪽으로 몰기 위해 밤에 불을 피워
불몰이를 하는데 그 정경이 장관이었다고 한다.

*제9바탕은 ‘쌍가심그물’이라고 한다.
12바탕 중 강폭이 가장 좁은 맥이며 그물은 7∼8대(약 200m)를 놓는다.
쌍가심은 두 가슴을 말하는데, 두 발의 뜻으로 좁다는 말이라고 한다. 물은 깊은 곳이다.

*제10바탕은 ‘윤버들그물’이라고 한다.
부근에 아랫그물을 설치하며 깊은 그물이다. 그물은 12대(350m)를 내린다.

*제11바탕은 ‘괴마루그물’이라고 한다. 지금의 팔당대교에 아랫그물을 놓는다.
잉어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마들에 이어 두번째 술청이 벌어진다.

*제12바탕은 ‘덕반(떡반)그물’이라고 한다. 팔당대교 바로 하류인 하팔당과
더우개 사이에 아랫그물을 놓는다.

이렇게 하여 3개월간의 12바탕이 모두 끝난다.
하지만 입장객들의 어획고 불만과 그해 기후 사정으로 얼음이 그대로 녹지않을 경우에는
영좌의 재량으로 잉어가 많이 나오는 마당서, 마들, 괴마루에서 다시 그물을 치는데
이를 ‘재탕’이라고 하기도 한다.
이때도 머리값은 받는데, 재탕이 끝나고도 입장객들이 미흡해 하면 머리값을 받지 않고
개평그물을 쳐주고서야 끝이 난다.

*잉어잡이 방법과 운영
그물놓을 장소가 정해지면 제1바탕부터 자리를 잡고 인원을 배치한다.
그물 내릴 위치를 선정하여 쓰리로 얼음 구멍을 뚫고 그물닷(장대)으로 적당한 수심을 고른다.
그물닷의 길이(5m)를 간격으로 하여 강폭 전체를 잇는 얼음 구멍을 뚫어 나간다.
다음으로 그물닷 끝에 그물 끝을 놋끈으로 묶어 첫 공이부터 마지막 공이까지
그물을 이어 내린다.
그물은 얼음 밑에서 윗비리가 연결된 부분은 물위로 뜨고 아래로는 아랫톳이 달려 있어
그 무게로 그물이 강바닥에 닿게 된다.
동면(冬眠) 중인 잉어는 항상 강바닥에 서식하기 때문에
강바닥에 공간이 생기지 않게 무게가 있는 추를 메어단 것이다.

그물이 설치되면 영좌는 “머리친다.”라고 하면서 큰 소리로 신호한다.
아랫그물을 고정시키고 영좌의 구령에 맞추어 얼음을 내리쳐 잉어몰이를 하는 것이다.
머리괴들은 2명 1조로 짝을 지어 머리나무 토막을 올렸다가 얼음을 내리치면
그 소리에 잠자던 잉어들이 놀라 아랫그물쪽으로 도망친다.
물이 깊은 곳에 큰그물을 칠 때에는 큰머리 토막을 사용하여 얼음을 쳐 잉어를 몰아간다.

다음은 머리괴들이 빠른 동작으로 윗그물올려 잉어가 강 상류로 도망가지 못하게 한 후
아랫그물을 들어 강 하류에서 잉어를 몰아와 잉어가 모이면
아랫그물을 내려 양쪽 그물에 잉어를 가둔다. 윗그물과 아랫그물 사이에 갇힌 잉어를
견머리(곁몰이)를 하여 한쪽 강변으로 다시 몰이를 하는데 방법은 같다.
모는 곳을 ‘뒷방’이라 하고 잉어가 몰려 갇힌 곳을 ‘안방’이라고 한다.

12바탕중 큰 그물은 바당서, 마들, 괴마루이며 이 3바탕에서는 낚시꾼들에게 입장료를 받는다.
영좌가 “머리값이요.”하고 외침과 동시에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수 백명이 입구에 몰리게 되고 유료 입장객 수는 500∼1000명에 이르렀다.
이 때 입장료는 1인당 5∼10원 정도이었다.

즉 오늘날의 얼음낚시를 하는 것이다.
이때 낚시꾼이 삼봉낚시에 잉어를 걸리면 “때렸다.”라고 큰 소리로 쳐 주위 사람들에게 알린다.
이때 알리지 않고 있다가 주위 낚시와 뒤엉키는 경우에는 분쟁이 생기기도 하였다.
밤낮으로 며칠씩 잉어잡이가 계속되었으며,
1바탕에서 어느 정도 잉어를 잡으면 다음 바탕으로 옮긴다.
그물주가 그물을 올릴 때 걸린 잉어는 인근 사람들에게 팔게 된다.
잉어를 먹기 위하여, 또는 낚시꾼들이 잡은 잉어를 요리를 전문으로 해주는 곳도 있는데
그곳이 오늘날 봉안마을 앞 큰 공터이다.

그물주는 거두어 들인 돈으로 영좌를 포함하여 머리괴 16명에게 품값을 지급하였는데,
1930년대 1인당 1만원을 받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당시 큰 어미소 1마리값이 7,000원 정도였다고 한다.

12바탕이 모두 끝나고 해동기를 맞으면
깨어진 얼음 조각이 떠내려와 첫바탕 너래그물바탕에 쌓인다.
잠에서 덜 깬 잉어들은 얼음 속으로 들어가는 습성이 있는데 이때 한그물을 더 쳐 잡는데,
이것을 “쇠속 떨어 먹는다.”라고 한다.

두미강 12바탕 잉어몰이는 두미강과 겨울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한
우리 선조들의 고유한 놀이문화라 할 것이다.
갑자기 도시화, 개발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진 각종 제도나 건물들 때문에 자연을 훼손하게 되었다.
그 훼손은 강물줄기를 막아 고기들이 강에서 살지 못하는 장소로 만들었다.
그와 함께 우리네 선조들은 즐거운 고유한 놀이문화마져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유홍준은 『나의문화유산답사기』에서 “산이 강을 넘지 못한다.”라고 하였지만
우리네 인간은 그 강을 가로 막아 인간에게 다시 이로움을 보려하다가
오히려 인간의 생명이 가로 잡히게 된 것이다.

<자료출처: 경기문화재단刊  기전 문화예술 2000년 가을호>
감수: 정병호 : 중앙대 명예교수

[몽마르]

잊혀져가는 옛추억을 상기시키네요!~ 노량진에 물위에 떠있는 뗏목위에서 놀던 추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