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제33장 琉璃晶母
--- 유리정모(琉璃晶母) 숙염애상!
그녀는 금황대제 북궁담격의 본처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처소인 유리각(琉璃閣)은 성의 맨 끝에 있다. 유리정모의 나이는 오십대였다. 허나, 그녀는 아직도 삼십대의 젊음을 유지하고 있었고 성결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장 외로운 여인(女人)이었다. 금황대제! 그는 무려 삼십년 동안 그녀의 처소를 찾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그는 어느 누구도 유리정모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유리각(琉璃閣)의 주위에 수많은 진(陣)과 기관(機關)을 장치해 놓았다. 그 관문(關門)을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금황대제 혼자 뿐이었다. 이것이 극소수의 사람이 알고 있는 그녀의 전부였다.
…
악무성, 아니, 그로 변신한 표리천영은 유리각(琉璃閣)근처에 와 있었다. 유리각(琉璃閣)은 아직 보이지 않았고, 그곳으로 이루는 좁다란 길은 조그만 녹지를 향하고 있었다.
"…!"
표리천영은 그 길을 따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당시의 상황으로 미루어 금황대제는 자신에게 명을 내리는 자의 정체를 모르고 있음이 분명하다.)
몇 걸음이나 집입했을까? 돌연 주위의 풍경이 급변했다.
"…!"
표리천영은 흠칫 긴장했다.
(진(陣)이다…!)
그는 문득 살갗이 타는 듯한 폭열(爆熱)을 느꼈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외에는… 그의 머리 바로 위에는 뜨거운 태양(太陽)이 대지를 녹일 듯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표리천영, 그의 이마엔 어느새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주르륵…! 몇 방울의 땀이 얼굴 위로 떨어져 흘렀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뜨거운 폭열이었다. 살이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 이것은 환상(幻想)에 불과한 것이다!)
허나, 표리천영은 이 환상만으로는 능히 수백 수천의 인명을 앗아갈 수 있음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두 눈을 감고 수없이 많은 진(陣)들을 머리에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파훼법을 연구해 내기에 골몰했다.
(사상(四象)에서는 월(月)이 빠졌으며 오행(五行)에 서는 목(木)이… 그리고 팔괘(八卦)에서는 곤(坤)이 비었다…!)
이때였다. 돌연, 우… 우… 우… 웅! 표리천영은 천지가 뒤바뀌는 굉음을 듣고 눈을 떴다.
"저… 저것 은…!"
사막 끝으로부터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거대한 용권풍…! 하늘을 온통 가리는 용권풍은 거대한 모래기둥을 형성한채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넓이는 무려 오십 장에 이르렀고, 위로는 하늘 끝에 닿아있었다. 순간, 표리천영은 대경했다.
"사… 사문(死門)이 움직인다!"
그의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표리천영은 이 괴진(怪陣)을 어느정도 깨닫고 있는 것이었다.
"일 각… 주어진 시간은 오직 일 각 뿐…"
진(陣)안에 침입자가 생기는 순간, 일 각 후에 사문(死門)이 형성되고, 다시 일 각 후에는 사문 스스로 침입자를 찾아다니며 죽음으로 인도 하는 가공할 절진(絶陣)! 콰.. 르… 르… 릉…! 표리천영의 이마에서는 구슬같은 땀방울이 쏟아져 내렸고, 용권풍은 어느새 그의 삼장 앞에까지 이르러 있었다. 이때,
"…!"
표리천영의 두 눈에 예광이 스쳤다.
(그렇다! 이것은 천년전(千年前)에 실전되었던 용풍폭열만겁대진(龍風爆熱萬劫大陣)이다!)
깨달음…! 순간, 스… 팟…! 표리천영은 돌연 거대한 용권풍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사(死)는 생(生)의 끝에 있으니 생 또한 죽음 가운데 있으며 생과 사는 본시 하나요 그 차이는 다만 깨달음에 있음이라…"
꽈… 르… 릉…! 그의 신형은 이내 용권풍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 그 한가운데를 할 일 없이 용권풍만이 핥고 지나 갔다.
…
표리천영! 그는 지금 조그만 녹지(綠地)에 서 있었다. 기화이초(奇花異草)가 만발하고, 녹수(綠樹)가 일렁이는 조그만 인공호수(人工湖水)가 보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한 채의 누각(樓閣)이 있었다.
<유리각(琉璃閣)>
유리정모의 처소였다. 누각은 이층으로 되어져 있었으며, 호반에서 누각까지는 긴 목교(木橋)로 이어져 있었다.
"…!"
표리천영, 그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하다가 누각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유리정모.. 과연 그녀가 가짜 금황대제의 상전일까…?)
아아! 가짜 금황대제를 조종하고 있는 신비의 여인(女人)…! 표리천영은 지금 유리정모를 의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과연… 목교(木橋), 그것은 각기 다른 청(靑), 홍(紅), 흑색(黑色)의 나무로 이어져 있었다. 그가 막 홍색의 묵교를 밟는 순가,
"…!"
표리천영은 문득 발에 와 닿는 감촉이 이상함을 느꼈다. 동시에, 슈슈슉! 쏴--- 아--- 아! 츠츠츳--- 츠---!
"헉!"
표리천영은 대경했다. 미처 피할 엄두도 내기 전에,
"윽!"
수없이 많은 독침(毒針)이 그의 복부를 꿰뚫었다.
"독(毒)… 이…"
극독(極毒)은 무섭게 번져갔다. 어느새, 그의 입술은 파리하게 변했으며 살갗 또한 검게 죽어가기 시작했다. 이때였다. 유리각(琉璃閣)의 문이 열리며 시비차림의 한 청의소녀(靑衣少女)가 나타났다. 얼굴에는 주근깨가 가득했으며, 들창코에다 눈은 어디를 보는지 추측이 불가능한 사팔뜨기였다. 허나, 못생긴 얼굴과는 달리 하늘거리는 몸매는 가히 매혹적이었다.
추녀(醜女)…! 그녀는 목교를 걸어 쓰러진 표리천영을 향해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흥! 천독세가도 별 것 아니군. 결국은 독살을 면치 못하니…"
그녀는 냉소하며 발끝으로 표리천영을 툭! 걷어차 호수속으로 밀어넣으려 했다. 순간,
(아앗…!)
그녀는 대경실색했다. 용천혈이 뜨끔한 것을 느낀 것이었다. 이어, 그녀는 마침내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동시에, 표리천영은 벌떡 일어나며 득의한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천독세가의 독(毒)은 별 것 아니지. 그러나 무림맹의 독보다는 백배 뛰어나지…"
추녀의 안색이 확! 변했다.
"너… 너 는…? 무림맹이라니…?"
표리천영은 그녀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재차 입을 열었다.
"흥! 본 공자는 이미 네년들을 의심하고 있는 터였다. 성주님 앞에서 너희들의 정체를 밝히리라!"
격장지계인가? 상대의 정체를 떠보기 위한… 그녀가 환상천계의 사자(使者)라 해도 빠져나갈 구멍을 미리 마련한 의도인 것이었다.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표리천영의 예측대로라면 지금쯤은 상황의 변화가 생겨야 했다. 헌데, 그녀의 태도엔 변함이 없지 않은가!
"…!"
표리천영은 내심 중얼거렸다.
(내가 잘못 짚었단 말인가…?)
허나, 이미 내친 걸음이 아닌가! 표리천영은 추녀를 옆구리에 끼며 말했다.
"감히 성주님의 부인으로 가장한 계집은 어디에 있느냐?"
그는 말을 하면서 유리각(琉璃閣)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순, 추녀는 억울한 듯 울먹였다.
"대체 왜 그러는거예요? 혹… 성주님도 너무하시지. 마님을 그렇게 미워 하시더니 결국은 죽이려는 명분을 찾기 위해 이렇게… 흑흑…"
(유리정모… 정녕 내가 잘못 짚은 것인가?)
유리각(琉璃閣)안, 그곳은 마치 불문(佛門)의 대웅전(大雄殿)을 방불케 했다. 불상(佛像)! 그것도 사람 크기의 불상이 수십개나 서 있었다. 유리정모, 아마도 깊은 불심(佛心)을 지닌 듯했다.
(음… 이토록 불심이 깊은 여인이라면… 하지만 이 또한 이목을 속이는 수단이라면…! 속단은 금물 이다!)
표리천영은 내심 생각했다. 이어, 그는 한쪽 귀퉁이에다 추녀를 내려놓고 소리쳤다.
"또 한 계집은 어디에 숨었는지 말해라!"
추녀는 쓰러진채 악을 썼다.
"나쁜 사람들! 소문이 퍼질까 두려워 반평생 감금시키고도 부족해서 이젠 무림맹의 첩자라는 누명까지 씌우려 하다니…"
표리천영은 내부를 샅샅이 뒤지면서 냉소를 터뜨렸다.
"흥! 네년은 꼭 증거를 대야 실토를 할 것이냐?"
그는 경대며 부엌, 침실까지도 닥치는 대로 뒤졌다. 헌데 문득, 그의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창을 가리는 휘장, 그 휘장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줄이 왠지 눈에 거슬리는 것이 아닌가! 일순,
"…!"
표리천영은 줄을 슬쩍 당겼다. 착! 스르르--- 르---! 휘장이 완전히 창을 가리는 순간, 푸드득…! 천정에 조그만 구멍이 생기며 한마리의 전서구가 날아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때였다. 쾅! 쿠르르--- 릉! 돌연 주위의 문(門)이 일제히 닫히면서 차가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악무성…! 네놈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이미 밝혀진 이상 너를 살려둘 수는 없다!"
"…!"
표리천영은 흠칫하며 신형을 휙 돌렸다. 또다시, 꽈--- 르--- 릉! 쿠르르--- 릉! 침실과 부엌을 구분짓던 벽이 일제히 사라지고, 유리각(琉璃閣)의 아래층은 거대한 대전으로 변하고 말았다. 실로 놀라운 기관장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
"…!"
그 끝에는 두 명의 여인(女人)이 서 있었고, 표리천영과의 사이에는 수십개의 불상(佛像)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여인(女人)…! 한 명은 조금 전의 그 추녀였으며, 그 옆에는 성결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중년미부(中年美婦)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허나, 표리천영은 전서구의 다리에 매여있는 서찰을 태연히 펼쳤다.
"이것인가…?"
돌연, 서찰을 읽는 순간 그는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런…! 가짜를 잡으려다 진짜를 잡고 말았군."
<유리정모… 금황대제가 가짜라는 정모의 보고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것을 바탕으로 조사를 한 결과 금황대제는 천면마존(千面魔尊)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불행히도 그는 이미 금황대제를 살해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무림을 생각해서 때를 기다리십시오. 최근에 들어 금황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유리정모께서 조사한 후 보고해 주셨으면 합니다. 명심하십시오. 결코 서두르면 안된다는 사실을… 정천(正天).>
정천(正天)… 그것은 정천혈맹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이 서찰로 미루어 유리정모는 진짜임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금황대제의 배후에서 명을 내리던 신비의 여인이라는 표리천영의 의심은 기우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러나, 유리정모! 그녀가 놀랍게도 정천혈맹의 첩자였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순, 표리천영은 멋적게 웃었다.
"알고보니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지였구려."
헌데, 유리정모는 싸늘하게 말했다.
"악무성, 역시 소문대로 비열한 놈이구나. 그러나 너는 이곳에서 뼈를 묻어야 한다. 무림을 위해서…!"
그녀는 벽에 툭 튀어나와 있는 손잡이를 당겼다. 순간, 콰… 르… 릉! 끼기기--- 끼---! 사방에 널브러진 불상(佛像)들이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현묘한 진(陣)을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찰라, 표리천영은 경악했다.
"이… 이것은 소림(少林)의 나한진(羅漢陣)!"
실로 놀랍게도 기관에 움직이는 불상의 진세는 소림사의 나한진이었던 것이었다. 정녕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러나, 미처 놀라기도 전에 표리천영의 등으로 위맹한 경기가 엄습해 왔다. 쐐애애--- 애애애액!
× × ×
"아아… 으음…"
"헉… 학학…"
뇌살적이고도 흥분을 일으키는 신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침상, 벌거벗은 남녀(男女)가 한데 어우러지고 있었다.
북해빙제! 북해빙마궁의 궁주… 그는 지금 농염한 여인(女人)과 한창 뜨겁게 육체(肉體)를 불태우고 있었다. 칠순(七旬)에 달한 그였지만 정력은 대단했다. 여인(女人)… 갓 이십을 조금 넘긴 듯한 뇌살적인 육체(肉體)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북해빙제의 단단하 육체 아래에서 연신 숨가쁜 교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하아… 흑…"
"헉… 으음…"
뜨거운 육체(肉體)는 점점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한데, 바로 이때였다. 북해빙제의 귀로 가느다란 전음이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빙제, 그 계집은 독모 야음희의 제자이네. 지금 고독(蠱毒)을 풀려고 하고 있지…!"
"…!"
북해빙제의 안색이 홱 변했다. 전음은 다시 이어졌다.
"살고 싶으면 속히 회음혈(會陰穴)을 닫고 그녀의 풍부혈(豊部穴)을 점하게!"
전음! 여유있고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목소리였다. 그러나 거기에는 왠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믿져야 본전이다…!)
북해빙제는 그 말에 따랐다. 이어, 그는 신형을 일으킴과 동시에 의심의 눈으로 계집의 허여멀건한 두 다리 사이를 주시했다. 아직도 질퍽 한 그곳… 거기에는 미세한 고충(蠱蟲)이 꿈틀 거리고 있지 않는가!
"…!"
북해 빙제의 두눈에는 얼음광선과도 같은 분노의 빛이 쏟아져 나왔다.
(금황대제… 그놈이 감히 본좌에게 수작을…!)
허나, 과연 일대종사였다. 그는 이성을 잃지 않은채 침착함을 유지했다.
(누가 나에게 이런 경고를…?)
그는 청력을 기울여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조용했다. 그저 아무 것도 모르는 계집만이 제혼자서 욕정(欲情)을 불태우고 있을 뿐…
"친구,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 어떻소?"
북해빙제의 말이 막 끝남과 동시에,
"허허허… 친구라? 하긴 같이 늙어가는 처지니…"
웃음과 함께 한 인영이 나타났다. 인영, 그는 바로 혈마신 잠곡이 었다. 북해빙제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조금전의 전음은…?"
혈마신 잠곡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채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노부가 보냈네."
북해빙제는 내심 기분이 나빴다. 자신도 이미 칠순의 나이거늘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자가 노부라 자칭하다니,
"어쨌든 고맙소. 헌데 고명은 어떻게 되시는지…?"
혈마신 잠곡은 웃으면서 대꾸했다.
"고명이랄 것은 없고, 그저 혈마신 잠곡이라고 부르네."
순간,
"혀… 혈마신…!"
복해빙제의 안색이 홱 변했다. 동시에 그는 혈마신 잠곡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서… 선배! 감히 몰라 뵈었습니다!"
허나, 북해빙제는 막강한 잠력이 자신을 일으키는 것을 느끼고 대경했다.
(과… 과연… 천외오마신이다! 도저히 무릎을 꿇을 수가 없구나…)
혈마신 잠곡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허허… 노부는 그저 주인의 명에 의해 한일이니 부담 갖지 말게."
"주… 주인이라니요?"
북해빙제는 대경했다.
(가히 전설적인 천외오마신에게 주인이 있단 말인가…?)
순간, 그의 머리에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검왕제일가에 나타났던 신비의 공자 뇌공천신! 그가 천외오마신을 거느리고 다닌다고 하지 않던가!
"그… 그럼 뇌공…"
북해빙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허허… 감히 주인의 존명을 입에 담으려 하다니…"
북해빙제는 찔끔했다. 아니, 그의 얼굴은 아예 사색이 되었다. 혈마신 잠곡! 아득한 과거 그는 웃으면서 사람을 죽인 다는 것을 그가 어찌 모르리!
"죽…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혈마신 잠곡은 조금전의 말을 이미 잊은 듯 입을 열었다.
"금황성은 천사마부의 총단이고 그들은 지금 군웅들을 노예로 부리려고 하고 있네."
"…!"
북해빙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조금전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혈마신 잠곡은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는 어떻게 하겠나?"
북해빙제는 살기띤 음성으로 말했다.
"내 그놈들을 당장에 찢어 죽이고 말겠습니다!"
혈마신 잠곡은 웃었다.
"허허… 아직은 때가 아니네."
"그 럼…"
혈마신 잠곡은 말을 이었다.
"자네는 당분간 노부의 주인의 말을 따르겠는가?"
북해빙제는 감히 거절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사실은 천하의 천외오마신을 거느리고 있는 뇌공천신에 대해 호기심과 경외심도 느끼던 차였다.
"무… 물론입니다!"
혈마신 잠곡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내 말대로 하게!"
이어, 그들의 밀담(密談)은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어둠처럼 조용히… 밤(夜), 아직도 어둠은 짙기만 했다.
× × ×
콰아아아… 불상(佛像)들이 이룬 나한진(羅漢陣)!
실로 그것은 가공할 정도였다. 아니, 실제로 소림사의 무승(武僧)들이 펼치는 십팔나한진(十八羅漢陣)보다 더 가공할 정도였다. 금강(金剛)으로 이루어진 불상에는 소름끼치게도 무수한 암기(暗器)는 물론이고, 화르르륵…! 무시무시한 불줄기까지 쏘아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안에 갇히면 귀신이라 해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스슷…! 표리천영은 여유자적이었다.
마치 유령처럼… 그의 신형은 환상처럼 움직이며 그 모든 공세를 피해내고 있었다.
(일장에 이 모든 것을 날려 버릴 수도 있다. 허나… 그럴 수는 없다.)
그렇다. 유리각의 기관장치! 그것은 유리정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리라. 그런 그것을 박살낼 수는 없었다.
(핵심기관을 찾아야 한다. 그것만 파괴한다면 모든 기관은 멈출 것이다!)
이때,
"…!"
"…!"
유리정모와 추녀는 경악했다. 그녀들은 표리천영의 움직임을 아예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어… 엄청난 무공이다…!)
(저자는 결코 악무성이 아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살려줄 수는 없다!)
유리정모는 또다시 손잡이를 빙글 돌렸다. 순간, 철커덕! 철컥! 천정에서 또다시 두개의 조그만 암혈(暗穴)이 생겨났다. 이어, 쌔--- 애--- 액! 파파팟--- 팍---! 폭우처럼 비침(飛針)이 폭사되어 나오며 표리천영의 전신을 휘어 감았다. 동시에, 꾸르르르--- 릉---! 철컥! 쐐--- 애--- 액! 두개의 불상(佛像)이 좌우에서 불쑥 튀어 나오며 또다시 강맹하기 짝이 없는 경기를 발출해 내었다.
그야말로 모든 방위(方位)를 차단하는 가공할 공세였다.
(피… 피할 곳이 없다!)
표리천영은 다급하게 신형을 뒤틀었다. 허나, 파팟팟… 팟 팟… 팟! 퍼펑! 폭우같은 비침(飛針)과 강맹한 경기는 그대로 전신으로 강타했다. 아예 고슴도치가 되고 만 것이었다. 헌데,
"…!"
"…!"
유리정모와 추녀는 입을 딱 벌린채 자신들의 눈을 의심했다.
(저… 럴 수가…! 저자는 인간이 아니다…!)
오오…! 믿을 수 없는 현실이었다. 표리천영, 그는 씨익 웃고 있지 않은가? 더욱이 전신에 고슴도치처럼 박힌 비침들이 돌연 우수수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세상에… 금강불괴였다니…!)
그 어떠한 강기라도 파괴하는 비침! 그러나, 표리천영에게는 완전 무용지물이었다. 유리정모와 추녀는 완전 망연자실 한 모습이었다. 이때,
"…!"
표리천영의 두 눈에 이채가 반짝였다. 바닥에 무수히 그어져 있는 미세한 선(線)들을 발견한 것이었다. 신안(神眼)이라도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선…!
(이것이다…!)
그가 미처 깨닫기도 전에, 쐐르르--- 르…! 또다시 몇 개의 불상이 맹렬하게 덮쳐오고 있었다.
"흥!"
표리천영은 냉소를 터뜨리며 일장을 쏟아 내었다. 헌데 그가 가격한 것은 불상이 아니라 바닥이었다. 파팟… 팟팟팟! 순간, 꽈르르--- 르--- 철컥! 빠르게 다가오던 불상은 파괴된 바닥에서 멈추었다.
(됐다…!)
순식간에 모든 기관이 멈추고 만 것이었다. 일순, 표리천영은 경악한 표정의 유리정모에게 말을 건넸다.
"이제 소생이 악무성이 아님을 알았을 것이오. 어떻소? 무림을 걱정하는 정천혈맹의 고수라면 본인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
"…!"
유리정모와 추녀, 그녀들의 얼굴엔 경악에 이어 미미한 변화가 또다시 생겨났다. 표리천영! 비록 악무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지금의 그의 모습은 하늘을 압도하는 영웅(英雄)의 기개가 가득하지 않은가! 유리정모는 마침내 단호하게 말했다.
"좋아요. 나 유리정모는 우선 소협의 말을 믿어 보겠어요."
첫댓글 즐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
즐독 감사합니다^*^
즐감함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합니다
즐독 합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
즐독 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