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친과 여친의 친구. 저.
이렇게 셋이 만나서 명동에서 놀다가 시위가기로 했습니다.
시위때 입을 복장을 미리 입고 명동거리를 돌아다니기엔 여친이 너무 창피해 할 것 같아 (두건에 특전사 옷과 장갑;;;)
깔끔한 캐주얼을 입고 쇼핑백에 시위 복장을 싸들고 돌아다니다가
시간이 되어 시청앞 비스게 만남 장소로 집결.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여친의 친구는 옷 갈아입고 나오는 저를 못알아 보는 것 같더군요;;
가두시위가 시작되자 2조는 사람들을 만나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광화문쪽으로 내려오기로 결정을 하고
가볍게 산책하듯 걷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경향신문 본사를 지나 광화문쪽으로 내려오는데
활동화를 신은 백골단(으로 추정되는 녀석들)이 장구를 챙기고 있더군요.
설마 했습니다.
광화문 사거리에 도착하니 이미 물대포와 소화기가 난무하였고
전경들은 약올리듯 준비해온 조약돌을 시위대에게 던지며 도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여친과 여친의 친구는 위험할 것 같아 집으로 보내고
대치 라인의 최전선 좌측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다른 분들 오셔서 준비해 주신 음식들도 먹고 어쩌고 (.. 농구생활님 블락머신님 후기 참조)
결전의 순간이 되었는지 막무가내로 방패날과 곤봉을 휘두르며 시위대에게 돌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저와 DJ shadow. leerude형과 밥말리. 이렇게 넷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계단을 뛰어 올라가고 있는데
올라오자마자 블락머신님의 "비스게~!!!!!!!!!!!!!!!!!!!!!"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씁니다.
인도쪽에서 집결한 바로 그 순간
시위대에게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폭력에 분노한 블락머신님의 "저 XXXXXXXX들이!!!!!!!!!!!!!!!!!!!!!"
를 시작으로 저희도 최전선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비스게 인원이 우르르 같이 움직이는 편이 우리 자체의 안전에는 좋지만
저는 분명히 동료들에게 제재 당할 거라고 생각했고, 가장 극렬한 최전선에 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도왔는지
다같이 격전지로 달려가는 도중, 제 눈에 들어온 장면
온몸을 웅크린채 주저앉은 여중생쯤으로 보이는 아이의 등을 전경 한놈이 곤봉으로 수차례 가격하는 겁니다.
저는 진격 방향을 바꾸어 그 전경에게 달려가 걷어 찼고, 자빠트려 밟은 후 아이를 뒤로 피신 시켰습니다.
여자아이와 노인이 맞는 것을 보면 이성을 잃게 됩니다.
이미 그러고 돌아보니 제 시야 반경에 시위대가 없는겁니다.
고립되기 직전이었죠.
재빨리 등을 돌려 시위대 최전선 쪽으로 합류했고
마구잡이로 방패날과 곤봉을 휘두르는 전경과 맞서, 맨손으로 격렬하게 맞짱을 떴습니다.
피를 흘리는 여자와 청년. 중년의 아저씨들이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폭력을 가장 적극적으로 휘두르는 전경들을 하나씩 잡아 끄집어 냈고
무장 해제를 시켜 인도로 내보냈습니다. 백골단이라기에는 너무도 허약한. 그냥 평범하고 겁많은 아이들이더군요.
한 네명쯤 끄집어내 무장해제를 시키는데 한 순간 시위대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시청앞 광장으로 올라가는 길은 노점과 차량들 때문에 굉장히 좁았는데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드니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올라가는 사람들의 뒤로 방패날이 날아들고 곤봉이 날아들었죠
저는 사람들을 힘으로 밀어올리고 가까스로 방패날을 피해 올라갔습니다.
프레시안 시민기자도 다치고 심지어는 의료진도 부상을 입더군요.
그리고 한 숨 돌리며 핸드폰을 꺼내보니 마침 동료들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해보니
격전을 막 끝내고 덕수궁 앞에 모여있다고 하더군요.
페니쫑님의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고
블락머신님은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고 (오랜 시간 봐 온 사이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이었습니다.)
나머지 분들도 분에 못이겨 씩씩 거리고 계셨습니다.
일행을 보자 긴장이 확 풀어졌는지
금이 가 있던 갈비뼈가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대로 한번 더 붙으면 힘들 것 같아서
밥말리가 공수해온 물파스를 바르고 (제가 모기라도 물린 줄 알았나봐요 ㅋㅋ)
무기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아까 붙어보니 맨몸으로도 충분히 할 만 했지만
그건 단지 그때 상황일 뿐, 고립되면 바로 끝장 나는거고, 갈비뼈도 많이 아팠기 때문에
시위대와 제 자신을 지키려면 하는 수 없이 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위협적인 물건은 거리 어디에도 없었고,
아까 뺏었던 곤봉들은 제 뒤에 있던 시위대에게 주었는데, 아무래도 다시 돌려준 것 같더군요.
아 몰라. 맨몸으로 다시 붙지 뭐.
라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더이상의 충돌은 없었습니다.
(이후 술자리의 후기는 다른 분들의 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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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게 분들 정말 친절하셨고, 정말 용감하셨고, 진짜로 존경합니다.
오늘도 저는 광화문으로 갑니다.
오늘은 절대 건드릴 일이 없다고 하지만, 이 또라이 정부와 경찰들은 무슨 짓을 할 지 모릅니다.
그래도
오늘도 저는 광화문으로 갑니다.
첫댓글 다른 사람이 맞아도 열받는건 마찬가지지만......... 여자와 어린아이와 노인들 패는걸 보면 그새키 눈알을 파버리고 싶습니다. 너무 격했나요?
파도 됩니다.
바이크용품중에 팔뚝 프로텍터 있던데 그거 알아보는 중. 진압봉 막으려면 필요할 듯해서.
저도 오늘 갑니다.
진짜 대책없는 놈들이네요. 크로스라인 프롬헬로도 안되겠네요.
뭐 맨소래담 손에 바르고 눈을 살짝 문질러 주는 방법도 있구여,,,구슬 같은거 밑에 깔아주면서 달리면 따라오다 넘어지기 참 좋죠,,,아니면 따라오는 전경들에게 바나나 껍질 대량 살포도 있고... 우선 앞선이 무너지면 뒤는 따라오지를 못하죠....사람 괴롭히는데 오랜 세월 살아와서. ㅋㅋㅋ몸 아파서 잔머리만 쓰네여,,,
나홀로집에식 비살상 트랩;
간다고 하고 못가서 죄송합니다 죄송해요...오늘은 갑니다....
그거있잖아요, 홀리랜드라는 만화에 보면 주인공이 팔뚝? 에 무슨 단단한거 차서 방어하는거있던데, 그거차면 곤봉같은거와도 팔로 막으실수있을듯요 대충. 아무튼 외국이라 참여못해서 너무.. 화나네요
전주에서 진심을 다해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세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래도 최전선에있을때 절대 조심하십시오. 다치는것도 다치는거지만 연행할때 한명이아니라 수십명이 달려들어서 몸을 들어버립니다. 동시에 구타. =_=;;; 나름 잘도망치는놈이라고 생각했는데 떼거지로 덤벼들어서 연행하니깐 이건 모 힘을 못쓰더군요. 48시간 유치장 짜증납니다. 생활패턴이 완전깨집니다. 조심하세여. 앞으로도 싸워야할날이 더 깁니다. 물론 여자떄리면 눈돌아가야합니다. ㅎㅎ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고생하시네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