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시모음 15편/그도세상

[그도세상김용호]

김영아 시 모음  15편
☆★☆★☆★☆★☆★☆★☆★☆★☆★
장구
          
       김영아

텅 빈 공간 양면에
가죽옷 입고
개미허리 같은
각양 각색 소리의 조화를
만들어내는
너는 (마술사 魔術師) 아닌
소리사
엎고 얹히고 넘기고 젖히고
죽이고 메기고
채편에서 시간차로
만들어내는 천의 소리는
맑고 고와
잠자는 (심혼 心魂)을
일깨워주고
궁편에서 굴르는 고운 장단은
어느 악기 있어
흉내라도 낼까보냐
어쩌면 너는 흰옷 입은
우리 조상이 물려준 유산인 것을
언제나 네가 있는 곳에
어깨 춤 있어
다듬고 지켜서 흰옷 속에
영원히 너를 묶어두고 싶다.

     글자 : 251자
     낱말 :  72개
원고 분량 :  2.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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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김영아

어느 날 갑자기
백발과 동무해서
콧잔등에 날렵하게 앉아
나와 친구 하잔다
세월이 너와 함께
친해지자고
한 줄 글 읽는데도
쓰는데도
너는 내게 빛과 같은
존재인 것을
내게는 찾을 날이
더디 올 것만 같았는데
지금은 너로 하여
세상을 본다
황혼 녘 인생 길은
서글프지만
네가 있어 벗하며
외롭지 않으리

     글자 : 245자
     낱말 ;  67개
원고 분량 :  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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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랑
              
            김영아

낙엽이 구르는
아스팔트 길 사랑의
긴 머리 향기는
하얀 안개꽃으로
피다 시들어지고
내 가슴에 와 닿는
절대의 얼굴
환하디 환한 초상하나
잎새가 떨어진
나뭇가지 사이로
그대의 얼굴이 보인다.
머물고 싶었던
순간들의 틈 사이로
사랑은 가고
추억만 풀잎의
이슬 되어 떨어지든가
겨울밤 은하수 별빛 되어
그대 옆에 머물고 싶네

     글자 : 184자
     낱말 ;  50개
원고 분량 : 2.2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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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잊어
              
            김영아

지금 나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들풀 무성했던 그해 여름밤의
목마른 만남들을

같이 걷던 그 길을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며
은하수 별빛이 쏟아져 내릴 것 같던
그 많은 속삭임의 밀어들을

까마득한 날들이 흘러간 지금도
나는 당신의 그 선한 눈빛을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는 그럴 수밖에 없는 해어짐이
안타까워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의 의미를
미쳐 깨닫기도 전

스산한 바람이 불던 날 당신의 뒷 斜影(사영) 조차
보이기 싫어 한마디 말없이 떠나 버린
당신을 나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을 잊어버린다면
그 때는 아마도 내 생명의 불꽃이
꺼지는 날이라 생각합니다


     글자 : 392자
     낱말 : 107개
원고 분량 :   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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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김영아

오늘도 실루엣처럼
다가서는 그대 못잊어
살을 저미는 눈물을 tHE는다
숱한 비바람에 풍화 작용을 하고
시간이 흘러 면역 채가
생길 만도 하건만

끈끈한 인연의 끈 한 가닥
놓지 못해 이렇게 가슴이
시리는지 펄떡이는
심장 한 조각 뚝 떼어 주고픈
사랑하든 사람아

구름이 흘러가다
쉬었다 갔다 해도 한 방울의
물이라도 남기고 가소
한 잎 낙엽으로나마
당신 흔적 알고 싶으니


     글자 : 281자
     낱말 :  77개
원고 분량 : 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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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의 江
                  
              감영아

내 그대 갈 곳을 모른다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짧은 순간에
영롱한 구슬로 맺혔다가 떨어질
너와 나의 사랑을
어찌 생각이나 했겠던가
얄궂은 인연의 흔적을 내 가슴에
화인처럼 남겨 두고 물 속 깊이
침잠해서 앙금으로 남겨지는
너의 전부를 혼신의 힘으로
내게서 떠나 버린 너를

못 맺을 너와 나의 인연을 사랑했기에
한 알의 밀 알로 새 싹을 틔우고
지금은 빈 쭉정이로 남아
시체 되어 뒹구는 쭉정이 일지라도
인제는 네게서 떠나고 싶다
그리고 끈적이는 인연 때문에
아파한 지난날들에 이별을 고하고
중늙은이로 남겨진
나를 인제는 사랑하고 싶다

     글자 : 371자
     낱말 ; 102개
원고 분량 : 3.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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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연민
                    
             감영아

오늘밤에도
한 마리 들쥐처럼
거리를 떠돈다
절대의 얼굴을 찾아
시린 가슴을 묻고
어디엔가
육신을 눕힌 불쌍한 사람아

온갖 회한이 싸여
이 스산한 날씨에 비되어
내리는가 어리석은 사랑에
목을 메고 하얀 밤으로 치닫던
끝없는 내 맘속의 전쟁을

끝내 수수께끼로
풀지 못한 님의 마음을
아픈 날들에 가난한 감정을
달래 줄 나를
인제는 감싸안고 싶다


     글자 : 442자
     낱말 : 120개
원고 분량 :  3.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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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엔 흰눈이 내리고
                          
                 김영아

휘영청 밝은 달은
나뭇가지에 걸렸는데
삼육동 골 작에 삭풍이 불어
밤은 깊어 삼경인데
잠 못 이루고
모로 누운 모습이 처량하구나

멀리서 개 짖는 소리
두고 온 고향집에 낯익은 소리건만
역마의 동인처럼 흐려지는
눈을 씀벅이며 지난날에
그리움만 물밀 듯이 밀려온다

눈발은 빈 나무에 설경을 그리는데
아직은 타인이기만 한 길손이기에
한 잎 남은 잎마저 떨어져버린
집 앞 고목 나무엔
곰삭은 세월만 흘러간다


     글자 : 314자
     낱말 :  81개
원고 분량 : 3.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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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랑

             김영아

아침 이슬 맺힌 풀잎에 햇살 비칠 때
당신은 내 곁에 있었습니다.
라디오조차 없는 절해 고도에서도
당신이 있어 외롭지 않았고 당신 어깨에
내 지친 머리 기댈 수 있어 좋았고
잔잔한 물살에 작은 돌멩이 던질 수 있는
여유 주었습니다.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당신과의
끝이 보이는 시작인데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고
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을 영원히
멈출 수 있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상 누각이 될 줄 알면서도 당신과의
무수한 약속들이 지금은 밀려오는
파도에 묻혀 갑니다.

  
     글자 : 347자
     낱말 :  95개
원고 분량 : 3.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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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김영아

남자는
싸움을 주먹으로 하고
사랑은 가슴으로 한다.
여자는
작은 것에 행복해 하고
사랑은 정으로 한다.

사랑하는 사람은
입술이 달고
사랑이 간 자리엔
(追憶 추억) 만 남는다.
해장국 따라 술맛 다르고
친구와 함께 먹는
술맛은 꿀맛이어라


     글자 : 140자
     낱말 :  37개
원고 분량 :  2.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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同 伴 者

        김영아

당신이 일터에서 돌아 올 때쯤
당신 마누라는 앞치마 끈
풀어놓고 대문 앞을 서성인다.
시계를 안 봐도 낯익은 발자국이
반가워 기쁜 마음 한이 없는데

품안에 자식 어느덧 성큼 자라 산지
사방 흩어지고 둘만이 마주 앉은
밥상이 초라해도 텃밭의 푸성귀만큼
싱싱하고픈 내 일상의 삶이

저고리 걷어 올려 가려운 등 긁어 줄
당신 곁에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거짓 없는 삶을 영원히 같이 하고 싶다.


     글자 : 294자
     낱말 :  81개
원고 분량 : 3.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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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김영아

눈부신 햇살이 뜰 안에
가득 필 때 서러운 마음에
울고 싶을 때 아무도 몰래
혼자만이 떠나고 싶다.
그곳이 어딘지는 알지 못 한다.
끝없이 비상하고 싶었던
내 젊음 있던 날
어느새 저만치 가고

삶의 여정이 너무 힘들어
사슬 같은 인연들을 잘라 내고
적토마 타고 떠나고 싶다.
질기디 질긴 질경이 같은 삶은
내 끝없는 노력과 눈물을 받쳐도
대답이 없으므로


     글자 : 297자
     낱말 :  77개
원고 분량 :  3.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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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김영아

봄비 풀잎에 눕는 이슬
하늘 바람 타고 승천하는
봄 냄새
자목련 꽃은 피고 지는데
약속 없는 긴 기다림

결도 무늬도 같은 사람
기약 없는 긴 기다림의
종이 학을 수북수북 접으며
꽃말 없는 한 송이
꽃으로 남을까?

기다림에 한 뼘쯤
길어진 목을 싸안고
그리워라 봄비 내리는 오후
수채화 같은 영상으로
너를 향한 그리움만
너울너울 피어난다

     글자 : 277자
     낱말 :  63개
원고 분량 : 2.7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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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방황
                    
             김영아

별빛이 빛나는 밤에 단발 머리소녀
갈곳 없다 하네 친척집 친구 집 떠돌다
흘러온 곳 아빠는 저 세상에
엄마는 꿀벌 찾아가고
외로움에 지쳐 멍이 들었네

큰 눈 한번 끔쩍하면 그 눈물 무게
견디지 못하고 옷깃에 떨어 질 때
긴 별똥 하나 유성처럼 흐른다.
네 탓이 아니
우리 모두의 탓인 것을......

소녀야 오늘밤은 어디서 잠을 잘라노
회색 가면 화장 긴 머리 가발
벗어버리고 솜털 보송한 홍안 얼굴
세라복 교문으로 가야지 않겠니

     글자 : 299자
     낱말 :  71개
원고 분량 :  3.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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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김영아

백설이 이름 모를
산자락에 하얀 융을 친다
흰눈이 즐거워 마냥 설레던
그 마음엔 어느새 먼지만 쌓였는지

인적 없는 외진 산골짝
새 바람 물소리
멀리서 컹컹 개 짖는 소리
와시랑 와시랑
낙엽끼리 부딪치는 소리

내 설움의 시원이 어딘지
알 순 없지만
두고 온 고향집이 그리워
정든 목소리 듣고 싶어
전화 수화기 들고 다이얼 돌리면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코끝이
아려옴은 애틋한 향수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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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하트]

그도세상김용호님 워요.
10월 끝자락...
오늘도 많은 내려 주심에 감사 드립니다...

만추의 아름다운 가을날을
한장의 사진처럼 예쁜추억으로 가슴 깊숙히 담으시면서

가을의 끝자락..
여유롭게 마무리 하셨으면 합니다.
수고 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