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대통령 각하. 각하께서는 과학자라는 인종을 잘 모르시는군요. 우리는 특별한 욕심에 사로잡힌 인간입니다. 우리의 본능적인 욕망이란, 지적 욕구입니다. 그 강력함은 보통 사람들에게 식욕이나 성욕과도 같거나 그 이상입니다. 우리에게는 날 때부터 무언가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414)
“저는 위험에 대해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은 환경의 문제를 극복하고 건전한 시민 생활을 보냅니다. 혹자는 내면의 분노를 훌륭히 승화시켜서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는 사람도 있겠지요. 하지만 외부 세계에 대한 분노가 날 때부터 가진 폭력 성향과 연결되어 흉악 범죄자로 치닫는 사람도 나타납니다. 자신의 직장에서 총을 난사하는 그런 패거리 말입니다. 그들은 자기 자신과 세계를 없애 버리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지금 네메시스 작전이 누스의 마음에 공포와 불안, 그리고 분노를 심고 그의 자존심을 파괴하려 하고 있습니다. 너는 이 세계에서 미움받는 존재라고 각인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작전을 진행하면 누스는 고도의 지성을 그대로 혼이 황혜화되겠지요.”
(462)
군산 복합체의 중심에 있다 보면 지배 논리란 것이 굉장히 단순하다는 사실에 놀라고는 했다. ‘공포’였다. 전쟁으로 돈을 벌고 싶은 정책 결정자는 다른 나라의 위협을 과장하여 국민에게 크게 퍼뜨리기만 하면 됐다. 판단의 근거를 국가 기밀이란 벽으로 감춰 버리면 매스컴도 확인 없이 이 위협론에 올라탔다. 그저 그것만으로 막대한 자금이 세금에서 국방 예산으로 흘러들어 군수 기업 경영자들에게 갈 대가가 순식간에 뛰어올랐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심어진 공포는 국경 밖으로 전파되어 다른 나라도 미국을 따라서 군사 예산을 늘렸다. 이런 국가 간의 긴장은 의심 때문에 현실에 비해 훨씬 고조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 전쟁으로 이어져 특정인만 이득을 얻는 무한한 금맥이 형성됐다. 게다가 위정자로서는 외적을 만들면 덤으로 지지율도 오른다는 이익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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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과 친하게 지내기보다 세계 평화를 외치는 게 더 간단하지. 알겠나, 전쟁이라는 것은 형태만 바꾸었을 뿐 서로 잡아먹는 건 똑같네. 그리고 인간은 지성을 써서 서로 잡아먹으려는 본능은 은폐하려 하네. 정치, 종교, 이데올로기, 애국심 같은 핑계를 주물럭대고 있지. 하지만 저 밑에 깔려 있는 것은 짐승하고 똑 같은 욕구일세. 영토를 둘러싸고 인간이 서로 죽이는 것과 자기 영역을 침범당한 침팬지가 미쳐 날뛰며 폭력을 휘두르는 것이 어디가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