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니우스는 그의 저서 <박물사(博物史)>에서 거대한 연체동물(軟體動物)이, 어물전 뒤뜰에 놓아 둔 소금물 통에 담긴 고기를 잡아먹으려고 한 일이 있었음을 밝히고 있는데, 그 괴물에 관한 서술은 다음과 같다.
"이 괴물은 담을 넘어 마당으로 침입했다. 개는 미친 듯이 짖어대면서 이 괴물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 괴물은 엄청나게 컸고, 온몸은 소금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아주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괴물은 거칠은 콧김을 뿜어 내 개를 쓰러뜨린 다음 촉각 끝으로 치고 발로 짓밟았다. 잠시 후 이 소동에 놀란 마을 사람들이 달려와 작살로 찍어 죽였다. 그리고 괴물의 대가리를 끊어 베티카의 르크로 총독에게 보냈는데, 그것은 마치 몇 섬들이 술통 같았다.
괴물의 다리 하나만도 장정 한사람의 힘으로는 들지 못할 정도였다. 길다란 발은 모두 30개나 되었고 발에 붙은 빨판(吸盤)은 단지만한 크기였다. 괴물의 이빨은 700파운드나 되는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오늘날 안다루시아라고 불리는 이 지방의 총독이 들려주었다는 이 이야기는 오랫동안 단순한 우화일 것이라고만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괴물의 생김새를 묘사한 것은 보면 비록 부분적인 변형과 왜곡 그리고 과장은 있을망정 단순한 우화라고만 보기에는 너무나도 비슷한 사건이 아주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에리히 폰토피탄의 저서 <노르웨이 자연사(自然史)>의 일부를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어부들은 온갖 물고기들이 해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렸다. 바다가 점점 얕아지기 시작하자 어부들은 드디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라켄이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넘실거리는 파도 사이로 육지 같은 넓은 바닥이 나타나더니 해면 위로 10미터나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이 육지 같은 것의 한 끝까지 가려면 30분은 걸릴 정도였다. 한복판에는 움푹 꺼져 들어간 곳이 있으며 거기 고여 있는 물 속에서 물고기들이 팔딱팔딱 뛰고 있었다. 이 육지의 곳곳에서 산이며 언덕 같은 것이 솟아올랐다. 그리고 그 속에서 거머리의 촉각처럼 생긴, 큰 배의 돛대보다 굵은 손이 뻗쳐와서 100문의 대포를 실을 수 있는 배를 바다 밑으로 끌고 들어갔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 밖에도 많이 있지만 이 크라켄의 이야기는 노르웨이의 기원이 될 수도 있는 아주 오랜 전설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크라켄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학자는 거대한 연체동물이라고도 하며, 어마어마하게 큰 해파리라는 사람도 있다. 또 용이나 바다뱀일 것이라는 사람도 있다.
크라켄은 단순한 전설상의 괴물이 아니라 실제적인 동물이라고 생각되었다. 자연과학자 로렌 오켄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인데, 그는 이렇게 거대한 연체동물로부터 그와 같은 전설이 태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현존하는 거대한 연체동물에 크라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독자는 가장 흔한 연체동물인 문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별로 해가 없는 이 생물은 조개·새우·게 또는 그 밖의 다른 작은 바다 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매우 재미있는 생물이다. 문어는 분비선(分泌腺)에서 분비액을 내뿜어 먹이가 될 생물의 신경을 마비시킨 다음 먹이의 몸 안에 위액을 주입시켜 자기 몸 안으로 흡수한다. 문어는 또한 날카로운 관찰자이다. 커다란 조개가 껍질을 열 때까지 오랫동안 꾹 참고 기다리다가 껍질을 열기만 하면 틈을 보아 재빠르게 조갯살 안으로 돌을 밀어넣 어 껍질을 닫지 못하게 한 다음, 천천히 조갯살을 먹어치운다. 문어는 큰 것이라도 2.5미터를 넘지 않는다. 또한 발이 길이도 1미터 이상 되는 것은 없으며, 인간에게는 별로 위험한 동물은 아니며, 애교 있는 행동으로 우리를 웃겨 주기도하고 또는 길들일 수도 있는 연체동물이다.
그러나 이무기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 바다 이무기는 바다의 중간 깊이에서 살고 있으며, 학자들이 이제까지 밝혀 낸 이무기 중 가장 큰 것은 15미터나 되었다. 그런데 이무기의 위에서 발견된 다른 이무기의 발로 미루어 보았을 때, 적어도 30미터는 됨직한 이무기가 있다는 사실이 추정되었다. 1959년의 조사에 의해 미국 학자들은 42미터나 되는 이무기도 있다고 한다. 어류학자 해롤드 니센은 이들 이무기는 대개 쿡섬과 통가열도 근처에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 이무기를 사로잡기 위한 원정조사단을 조직하자고 제창했던 것이다.
과연 거기서 전설상의 크라켄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이 크라켄의 전설은 심해에 사는 이무기가 어쩌다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던 나머지 해면으로 떠올라 몸부림치는 광경을 본 어부들은 전율과 공포가 전설로 전화한 것이 아닐까. 윌리엄 비브에 의하면 심해에는 무시무시하고도 엄청난 이무기가 아직도 많이 살아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이무기의 몸은 진주조개 같은 영롱한 색상인데, 눈언저리는 엷은 푸른색이며 발과 배에는 형형색색으로 변하는 무수한 구멍이 아로새겨져 있다고 한다.
크라켄과 바다뱀을 혼동시킨 전설도 있지만 바다뱀만을 다룬 전설도 있다. 스웨덴의 오라우스 마그누스는 16세기 중엽에 쓴 <북국사(北國史)>중에서 그가 '노르웨이의 바다뱀'이라고 부른 10미터짜리 괴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1740년 한스 에가드는 그린란드 근해에서 2쌍의 지느러미가 달린 뱀 같은 괴물이 해면에 솟아올랐는데 이 괴물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는 마치 폭포수와도 같았다고 목격담을 말하고 있다.
"그 괴물은 우리가 탄 배를 향해 다가왔는데 그 괴물의 머리높이는 우리가 탄 배의 돛대 끝에 설치된 파수대보다도 더 높았다."
19세기에 들어서자 그 괴물의 목격기록은 더욱 늘어났고 더욱 상세해졌다. 카리브해·인도양·태평양·동남아시아 해역등 여러해역에서 괴물이 발견되었다.
1848년 8월 4일, 맥크하에 선장이 지휘하는 콜베트함 다아다레스 호는 동인도에서 돌아오는 길에 케이프타운과 세인트헬레나 섬 사이의 해역에서 괴물과 마주쳤는데, 선장의 말에 의하면 그 괴물은 몸의 일부분밖에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크기는 20미터는 족히 되더라는 것이었다.
그 후 9년이 지난 1857년에, <타임즈>지가 카스틸리안호의 선장이며 해군장교이기도 한 해링톤 선장의 항해일지를 간추려 게재했다. 이 항해일지에 의하면 해링톤 선장은 봄베이와 리버풀 사이의 항로를 항해하던 중 해면에서 2.5∼3미터에 이른 엄청나게 큰 괴물의 대가리를 발견했던 것이다. 또 1872년 소형기선 레다호를 타고 있던 사제신부(司祭神父)와 수습 사제신부는 스코틀랜드와 스카이섬 사이에서 대가리는 뱀인데 사람 손과 같은 앞발을 가졌고, 갈기가 달린 기다란 목을 가진 기묘한 괴물을 발견했다.
또 1877년 퍼슨 제독은 시칠리아 해역을 항해하던 중, 대원들과 함께 괴상한 모습의 괴물을 발견했는데, 그 사실을 영국해군성에 다음과 같이 보고하고 있다.
"괴물의 대가리는 바다표범을 닮았고, 지름은 2미터나 되었다. 이따금 가늘고 긴 목이 해면 위로 솟아오를 때도 있었다. 해면 위로 드러난 부분만도 18미터나 되었고, 기각류의 피부처럼 반질반질해 보였다."
오늘날, 태고의 전설을 들어본 일도 없는 사람들의 목격보고가 전설의 괴물 묘사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은 참으로 흥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바다뱀이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들 괴물은 열대의 바다에 살고 있는 2미터 이하의 비교적 작은 생물과 같은 종족임이 밝혀졌다.
제노바 시림 자연사박물관의 엔리코 톨트네이제 관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동물은 동작이 민첩하다. 그리고 때로는 해면 가까이에 떠올라 떼지어 다닌다. 떠오를 때에는 허파에 공기를 채우고, 가라앉을 때는 공기를 토해낸다. 이들에게 물리기만 하면 어떤 동물이건 즉사한다. 이 종류의 생물은 대부분 맹독성이며, 위턱에 달린 날카로운 독니로 독을 뿜어 넣는다.
어떤 종류는 암초에 알을 낳고 해안에서 새끼를 부화시키지만 대부분은 난태성 동물이며 바닥속에서 어미보다도 더욱 다채로운 색상을 지닌 2마리에서 18마리까지의 새끼를 낳는다.
이 종류의 동물은 가끔 그물에 잘 걸린다. 물론 독성이 강해 조심하기는 하지만 별로 사납게 물려고 덤비지는 않기 때문에 비교적 온순한 동물이라고 생각되고 있다."
1963년 8월, 챌린저호의 선원들이 뉴저지주 샌디 호크의 배래에서 발견한 기괴한 생물이 있는데, 어쩌면 이 생물은 바다뱀과 같은 종류는 아닐는지도 모른다.
국무성 동물연구 센터의 리오넬 월포드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것은 반투명이고 뱀 같은 생김새이지만 뼈·입·눈이 없는 무척추동물이다. 비너스의 띠라는 이름의 반투명체 생물과 어딘가 비슷한 점이 있지만, 이 생물은 10센티 가량밖에 안 되는데, 괴물은 15미터나 되며 뱀장어를 납작하게 한 것 같은 모양이었다."
1966년에는 또 다른 괴물이 해브리디스 제도의 팬테코스테섬 배래에서 프랑스의 로베르 르 세레에 의해 촬영되었다. 그는 이 괴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처음에는 물에 떠밀려온 나무토막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까 연록색 눈알과 세로째진 검은 눈동자가 있었다. 22미터에서 24미터는 됨 직한 몸뚱이는 그 무시무시하고 소름끼치는 코끝을 내게로 향하고 헤엄쳐 오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파리 자연사박물관의 해양전문가 폴 파커의 해설이 <파리 매치>지에 게재되었다.
"이 괴물은 틀림없이 거대한 연체동물의 일종인 원시 뱀장어의 형태를 취한 물고기의 희귀한 보기이다."
어떤 사람은 그 사진이 조작된 가짜라고 말했지만 해양전문지 <바다의 모험>에는 다음과 같은 다른 학자의 반박론을 실었다.
"이와 같이 거대한 모조품을 만들려면 적어도 6톤의 자재가 소요된다. 그런데 어느 누가 그런 어리석은 짓을 구태여 고생스럽게 할 것인가?"
해양생물을 완전히 파악하려면 아직도 많은 노력과 오랜 세월이 걸려야 할 것으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던 사람들도 1962년에는 깨끗이 자기 고집을 꺾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 해 3월 놀라운 뉴스가 오스트레일리아의 남쪽 타스매니아 섬에서 전해졌다. 이 타스매니아 섬에 표착한 생물은 우주에서가 아니면 어떤 다른 혹성에서 온 생물이 아니냐 하는 의심이 날 정도로 기묘한 생물이었다. 그 후 두어 달 지나서 또다시 놀라운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 보도에 의하면 이 생물의 몸은 굉장히 단단해서 열이나 화학약품에 대해서도 저항이 강할 뿐 아니라 칼 따위는 어림도 없고 도끼날 마저 튕겨질 정도로 강한 것이었다. 이렇게 되면 별 터무니없는 공상론이 다 나오게 마련이지만 하여간 어느 누구도 정확한 판정을 내릴 수 없어서 머리를 갸웃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이 괴물은 달걀 모양으로 생겼는데 길이는 7미터, 폭은 6미터 가량이며 앞쪽 한복판은 두께가 1.5미터나 되었다. 온 몸은 잔털로 뒤덮여 있었고, 눈, 입, 뼈 따위는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실상 이 괴물은 모래펄 한 가운데 있어서 가까이 가 볼 수도 없었고 끌어 낼 수도 없었기 대문에 얼마쯤 떨어진 곳에서 관찰하는 도리밖에 없었는데, 더구나 해변에 부서지는 파도가 쉴새 없이 모래를 괴물 위에 뒤덮어 버렸던 것이다.
조사를 담당했다. 학자들도 끝내는 정체를 파악할 길이 없었고, 그 중 한사람인 블루스 모리슨은 이렇게 말했다.
"이 괴물의 생체조직은 살코기라는 말로써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식물성인 과육(果肉)이라고도 할 수 없고 모든 개념과 부합되지 않는 새롭고 기괴한 조직이었다."
허바트 대학 동물원연구소의 A. M. 클라크 소장은 아직까지 발견된 일이 없는 새로운 종류의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종류로는 길이가 무려 7미터나 되는 거대한 해요어가 있지만 제아무리 거대한 해요어라 할지라도 저 모래톱에 밀려와 죽어 있던 괴물에 비하면 납작하고 작은 편이다. 이 괴물의 추정중량은 10톤을 넘으면 넘었지 그보다 가볍지는 않게 보였다.
멜베른의 학자는 태고에 멸종된 생물과 같은 종류에 속한다고 분류했다. 몇 천만 년 동안 남극의 얼음 속에 파묻혀 있다가 얼음이 녹아 바다로 떠돌아다니다가 조루에 밀려 타스매니아 섬에 와 닿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가설은 많은 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리하여 오스트레일리아의 자연과학자들에 의한 조사단은 이 괴물이 이미 죽은 지 오래되었던 것이라고 결론짓고 타스매니아를 떠났던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괴이한 종족이 실상 태고 이래로 살아왔던 어떤 미지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음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