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살고 있지만 세상에 속해 있지 않은 이들’, 이것이야말로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표현일 것입니다. 물 속에서 살아가지만 몸에 있는 유분 덕에 물에 젖지 않는 오리처럼 세상에서 살아가지만 세상에 젖지 않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밀어내거나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정확하게 구별해내는 능력이 요구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목전에 두고 고별기도를 하실 때 제자들을 위해서도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 없이 살아가야 할 제자들이 세상과 다른 가치관이나 다른 말과 행동으로 인해 섞이지 못하고 미움받게 될 일들이 염려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을 세상의 시험과 공격으로부터 보전해 달라고 기도하셨습니다.
먼저 예수님은 당신께서 하나님과 하나인 것처럼 제자들도 하나가 되게 해달라고 구하셧습니다. 제자들은 종종 서로 다투었습니다. 어떤 이는 어부로 어떤 이는 세리로 또 어떤 이는 열심당원으로 살아가다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기 때문에 출신배경이나 생각들이 각양각색이었고 저마다 다른 마음으로 예수님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가정은 그리고 교회는 어떻습니까? 하나입니까? 믿음 안에서 사랑으로 하나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하나되는 최고의 방법은 낮아지는 것입니다. 나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상대에게 맞추려 하지 않고 상대를 나에게 맞추려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사실을 말하는 것에 몰두하다가 관계를 깨뜨리기도 합니다. 서로 용납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 준비될 때 비로소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서로를 지켜낸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우리 나라가 천 번에 가까운 외세의 침입을 받아왔지만 하나됨을 통해 그 어느 세력도 완전히 우리를 굴복시키지 못하게 한 것처럼 말입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께서 구하신 것은 제자들이 하나됨으로 말미암아 기쁨 안에 거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과 하나됨에서 오는 기쁨이 얼마나 큰 지 알고 계셨습니다. 완전한 인성을 가지고 계셨기 때문에 십자가를 지는 것을 피하고 싶었던 예수님이었지만 그 고난을 모두 견뎌내고 순종할 수 있었던 비결도 하나됨의 기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기쁨은 모든 것을 이기게 할 만큼 강력합니다. 십자가가 여전히 두렵지만 그 두려움 앞에 맞설 수 있게 해 준 것이 기쁨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항상 기뻐하라고 강조합니다. 잃었던 기쁨을 다시 회복하시기를 바랍니다.
기쁨이 없다는 것은 좋은 차는 있는데 기름이 없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기쁨이 없으면 배우자나 자녀 혹은 교회 등 다른 것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다른 데서 찾지 말고 말씀에 비추어서 하나님과 혹은 형제들과 하나되지 못하지 않았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쁨이 기름이 되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고 오리의 몸을 젖직 않게 하는 유분이 되어 세상에 속하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그 기쁨을 통해 함께 아파해주고 서로를 위해 중보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예수님은 하나님께 제자들을 미움받는 세상으로부터 옮겨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고난이 사라지게 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고난 중에서도 악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달라는 것입니다. 고난으로부터 도망치거나 포기하거나 고난 자체가 없어지게 해달라는 기도가 아니라 두려움과 불안 속에서 악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거룩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것은 예수님께서 그리하셨던 것처럼 나를 십자가에 못박고 육체의 본성을 죽이는 것입니다.
하나되는 것, 하나됨을 통해 기쁨을 누리는 것 그리고 세상의 공격과 시험 속에서도 악에 빠지지 않고 진리의 말씀으로 거룩하게 해 달라는 것, 이것은 제자들을 향한 예수님의 기도인 동시에 우리를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말씀이 큰 열매가 되어 하나님께 기쁨과 영광을 올려드리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