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12) - 찰방 길 살피고 전별공연 곁들인 영천걷기(신녕중학교 – 영천 조양각 24km)
-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서울 – 도쿄 한일우정걷기 기행록 15
4월 15일(토), 흐리고 오후에 비가 내린다. 아침 7시 반에 숙소를 나서 인근의 식당에서 뼈다귀해장국을 들고 8시 반에 조양각 앞에서 버스에 올라 걷기출발장소인 신녕면 소재지 근처에 있는 신녕중학교로 향하였다. 신녕중학교 정문에 이르니 오전 9시, 영천문화재지킴이보존회에서 1일 걷기 행사에 참가하는 어린이들과 여러 회원들이 이원조 회장의 지휘아래 '제9차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행렬도'라 새긴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일행을 박수로 맞는다.
중학교 바로 앞 골목은 찰방 길, 담벼락에 그려진 조선통신사 인마행렬도가 눈길을 끌고 옛적 말에 물을 먹였다는 우물 근처의 벽에는 영천 태생인 포은 정몽주, 화산관 이명기의 초상화를 곁들인 벽화가 그려져 있다. 최근에 새로 단장한 듯 2년 전에 보던 벽화들보다 선명한 색상이 보기 좋다. 찰방 길 담벼락에 새긴 한 문장,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가면 머무는 곳마다 일본의 식자들이 몰려들었다. 조선통신사 일행으로부터 뭔가를 듣고 배우기 위해서이다. 이런 모습에 통신사 일행들은 자신들의 지적우월성에 흠뻑 도취되곤 하였다.' 우리는 무엇을 갖추고 가는가?
찰방 길 걷기 끝나고 우물 근처에서 기념촬영
이원조 회장의 안내로 찰방 길 벗어나 옛 조선통신사들이 들러 시문을 즐겼던 신녕초등학교 뒤편의 환벽정(環碧亭)에 들러 정자의 상층부에 가득 찬 시문을 살피니 주변의 운치 있는 경관과 더불어 선인들의 격조 높은 풍류가 한 눈에 들어온다. 초등학교 앞의 신녕면사무소는 옛 신녕현 관아 터, 현감과 찰방들의 공덕비가 수백 년 세월을 격하여 후세의 귀감이 된다. 면장과 부면장이 앞장 서 일행을 안내하며 음료와 빵을 제공하는 순발력이 돋보인다.
조선통신사의 숨결이 스민 찰방 길과 신녕초등학교, 면사무소를 두루 살피니 어느덧 10시 반, 영천 방향의 도로를 따라 걷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어린이를 포함한 영천의 1일 참가자들도 함께.
한 시간여 걸으니 외양이 상큼한 시골교회, 잠시 머무는 동안 집행부에서 김현숙 회원이 제공하는 천혜향을 하나씩 돌린다. 엔도 일본대표의 말, ‘제주도 천헤향의 맛이 좋아요.’ 목사님은 일행에게 커피를 권하기도. 잠시 후 신녕면 벗어나 화산면 경계에 이르고 30여분 더 걸어 화산면소재지에 당도한다. 분주한 식육식당이 점심장소, 열심히 따라 걸은 어린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단출하면서도 깔끔한 식사를 맛있게 들었다.
교회에서 휴식 후 출발하는 모습
13시 반에 오후 걷기, 영천‧포항으로 이어지는 도로 따라 한 시간여 걸으니 청통면 초당마을에 이른다. 도로변의 공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영천의 도착지인 조양각을 향해 열심히 걷는다. 한 시간여 걸어 시내에 접어드니 계속 흐리던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가뭄에 시달리는 농촌에는 보약 같은 약비, 비를 맞으며 열심히 걸어 조양각에 이르니 오후 4시 반이 가깝다. 걸은 거리는 24km.
최종 도착지 조양각에서 기념촬영
조양각(朝陽閣)은 조선통신사들이 영천을 지날 때 전별연을 벌인 곳이다. 이원조 회장이 주선한 전별공연은 이언화 무용단의 진쇠춤, 별빛어린이무용단의 ‘별이 빛나는 영천에서’라는 신명나는 율동, 영천아리랑연구보존회의 전은석 회장과 회원들의 감칠맛 나는 영천아리랑 등이 30여 분 동안 흥겹게 펼쳐진다. 먼 길 열심히 걸어온 일행들의 피곤함을 풀어주고 더 먼 길 가는 동안 무사히 걸어 소기의 성과를 거양하기 바라는 간절함에 숙연한 마음이기도. 공연단 여러분,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언화 무용단의 진쇠춤 공연 모습
오후 6시에 저녁식사, 걷기 중 처음인 중화요리가 별미다. 내일은 영천에서 경주까지 38km 장거리 코스, 푹 쉬고 힘차게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