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유월)에 관한 시모음 (39)
초가의 유월 /이원문
앞 산마루 뻐꾹새 어젯 밤 그 소쩍새 그렇게 울더니 오늘은 뻐꾸기가 떠나질 않네 띠 구름도 점심내내 끊기질 않고
이러다 비 내리면 불 집힐 짚 눅눅하고 뒷곁 울 뒤 뽕나무 위 청개구리가 얼마나 울까 아침내 비 개이고 저녁 달 오르면 앞 논의 개구리도 그렇게 울 것인데
6월의 비 /은파 오애숙
금햇살 비가 그치면 찬란히 비취어 하늘빛 심연에 샤랄라이 스미련만 달갑지 않은 비가 연이어 내립니다
그 누가 이 서러움 알고서 하늘 창문 화알짝 열었는지 종일 비 내리기에 이 비가 내린 후엔 해맑음 속삭이며 살포시 웃음꽃 펴 희망 선사하련가
그 끝 보이지 않아 벼랑 끝에 서있어 모든 게 불확실해 바들바들 떠는 자 음예 공간에 갇혀있으나 길고 긴 터널 성공한 자 반드시 거치는 관문이기에 . 말갛게 갠 하늘 애타게 바라보는 맘 그 어린 옛 추억 살며시 꺼내 날개 펴 새김질하며 빗속에서 입 맞춰 봅니다
6월이 되면 /藝香 도지현
금계국꽃들이 황금빛 왕관을 쓰고 금빛 광채를 번쩍이며 들을 빛나게 하는데 금계국꽃이 피면 돌아오겠노라 하며 떠난 그임은 금계국꽃이 몇 번을 피어도 오시지 않는 임을 오늘도 망부석이 된다
금계국꽃처럼 황금빛 왕관을 쓰고 금의 환 향하시겠다는 그 말 믿고 기다리는데 세월은 하 세월 얼마를 기다려야 할까 바람 소리만 들려도 임이신가 하는 이 애절한 마음을 임은 아실까 금계국이 꽃을 피우면 흔들리는 마음 망부석이 되더라도 기다려 보리라
유월의 셈 /이원문
봄부터 모내기까지 얼마나 바뻤나 벌판 아닌 다랑이논 손질 할 것 많았고 가래질에 못자리 만드느라 그리 바뻤었는데 때 잃을까 바뻤던 날 품앗이로 보낸 봄 고추모에 모내기 끝났으니 그 며칠 쉼이 될까
그래도 남은 보리밭 하루가 다르게 영글어 가니 보람스런 마음이어도 논을 보면 걱정이 된다 날씨가 잘 따라 주어야 하는데 장마에 떠밀리고 바람에 쓰러지고
언제인가 그해 같이 그런 흉년 오면 절반의 수확에 일 더 많아 품 사야 하니 고된 이 몸이 그 많은 일에 잘 따라 줄지
어머니 병환도 그렇고 얻어야 할 장려쌀 한편으로는 청혼 들어오는 큰 아이 마음 편안한 날이 언제 오고 그날이 언제인가 둘러보는 논둑 나절 산 그림자에 가리고 저녁 뻐꾹새 날 저문다 집으로 가라 한다
6월의 소리는 / 정심 김덕성
무지갯빛 빛나는 하늘가 떠가는 흰 구름을 품에 따뜻이 안은 사랑으로 달구는 햇살에 실려 메아리치는 사랑의 초록 잎
초록 잎을 피우는 소리 포근히 솟구치는 생명의 물결소리 숲속의 새들이 재잘거리는 소리 하모니 되어 들려오는 6월
감미로운 싱그러운 향기 가슴마저 푸르게 젖은 초록빛 향기 바람결에 잎이 전해 준 그리움 그녀의 향기에 매혹됐던 나
초여름 햇살의 축복 속에 고운 그녀의 사랑 노래 들리는데 초록 잎 피는 6월의 소리는 영혼의 소리인 듯 들리고
유월의 마음 /이원문
그 하얗던 들녘이 이리 파래지는 것을 덮인 눈이 언제 녹나 지나 보니 짧은 날
봄날은 안 그런가 몇 번 보는 꽃으로 뚜렸한 기억 없이 하루 하루 지냈고
며칠새 얇아진 옷 이제 더울 여름인가 아직은 아니어도 얼마나 뜨거울까
뻐꾹새 찾아온 날 벼 포기 더 벌어지면 그 다음은 뜸북새 그때는 칠월 더 덥겠지
6월 /노정혜
참 좋구나 하늘 높고 나르는 새들 즐겁게 나른다 땅에는 짙푸른 생기 풀립마다 꽃 피어나 빨강 노랑 초록 조화
생기담은 땅 참 좋아 흙이 닿는곳에 생명들 생그러워
참 평화 참 평화로다
6월의 냄새 /배성희
그는 말했다 대지의 음핵이 인수봉으로 솟아있는 거라고 바위는 비에 젖어 감각이 더 생생해진다고
그럴 만했겠지, 이 한마디에 어떤 경계는 무너진다, 젖은 바위나 배롱나무에서 여자냄새가 풍겨 도, 브로크백마운틴 남자끼리 사랑에 빠져도, 엄마시체 옆에서 수음하는 영화 속 아들의 심리에 도 끄덕이며, 우리 교감은 거기서 시작했으니 이제 아무런 분노 없이 끝낼 수 있다
꼬인 밧줄 타기는 영화나 현실이나 위태로운 묘기 뜨거운 숨을 기척 없이 내쉬는 기술처럼 가난한 영혼이 바늘귀를 통과할 때 소리를 내지 않듯이 조용히 떠나왔다 낯선 곳으로
하필이면 도끼로 소 잡던 도축의 마을 그 피비린 피비린 기운이 불면의 밤을 고문 한다 지하 맨틀로부터 되살아나오는 체취 부위별로 해체된 소들은 나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노라 웅얼거린다 끈질긴 냄새는 단말마의 표정으로 꼭 그래야만 했냐고 밤새 추궁하지만
홀로 맞이하는 6월의 아침은 초연하다 카니발에 취해 살았던 육식의 시간을 우그려뜨려 땅 밑에 눌러 감추었다
살맛을 포기하는 대신에 고속버스든 새마을기차든 가리지 않고 나는 버터구이 오징어를 얌전하게 먹기로 했다 속죄기도 후에 착해진 영혼처럼
유월 /독운
스무살 청년의 객기냐 어여쁜 아가씨 맵시냐
제 잘 난 멋 부끄러움도 두려움도 없는 타는 저들을 그 누가 끄랴
두어라 천둥이 치고 소낙비 쏟아져도 때가 되면 황금빛으로 여물테니
하루사리 회오리치는 사랑춤 봐라 온 우주를 다 돌아도 저만큼 신비로울까
유월엔 이별노래 부르지 말자 아픔일랑 한켠 내려놓고서 누구라도 벗 되고 아무라도 살뜰히 사랑하자
유월에 핀 사랑 꽃 /정심 김덕성 한 맺힌 애통의 그늘 유월이면 겨레의 가슴마다에 선혈이 흐르며 피어나는 아름다운 유월의 꽃
긴 세월 눈물로 피어난 초개같이 목숨을 버리고 핀 조국을 위해 못다 피운 젊음이들 이 강산의 충정의 꽃
영원히 기억에 남을 장미보다도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랑으로 핀 유월의 꽃
조국 산하 잿더미에서 번영의 불꽃으로 피었으니 눈물 나도록 장한 유월의 꽃으로 영원히 아름답고 향기로워져라
그리고 겨레 꽃으로 피어라 우리들 가슴에 영원히
유월의 아침 /황다연
이 세상에 올 때 빈손으로 왔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덤이라고 일면식도 없는 어느 스님이 톡 방에 남기신 글을 봅니다 맞는 말임을 공감합니다 때때로 부족함에 허기졌던 마음 오늘 보니 가진 게 너무 많아 되려 부끄러워집니다 사랑하는 가족들 사랑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감사함을 잊고 산 자신의 과오를 반성합니다 신선한 공기와 물 자연의 풍요 돈 한 푼 내지 않고 마음대로 사용하며 고마움을 몰랐던 무지를 반성합니다 언젠가 내가 떠나고 후손이 쓰게될 이 땅에 모든 자연을 소중히 아끼며 사용할 것을 당부하신 법정 스님 말씀이 뇌리를 스칩니다 새벽비가 다녀간 유월의 아침 창문을 열었더니 한꺼번에 달려와 내 품에 안기는 신선한 공기의 소중함을 새삼 느낍니다
유월의 빗소리 /우심 안국훈
혼돈의 세상 격변하는 시대에 국민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할까
상식 통하지 않는 보수는 기관사 없이 달리는 기차 같고 기본이 모자란 진보는 자격 없는 기관사가 모는 기차 같은데
서로 마주 보고 달리다가 일찍이 동족상잔의 비극 겪었거늘 누가 더 멍청이 같고 누가 더 머저리 같은지 알 수 없는 국민은 비에 흠뻑 젖는다
저마다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국민은 갈수록 피곤해지니 정작 궁금해진다 누가 더 엉터리일까
유월 /김유석 보리밥나무 열매 속으로 붉음이 스며든다. 붉음은 유월에 익는 것들의 감정 비긋이 열린 마당을 적시는 눈시울이 생혈生血 같다. 푸른 몸에 밭는 붉음은 공연히 서럽고 빈집을 들른 저 빛은 가만히 건네는 기별 같아서 마당귀 늙은 감나무의 귀가 닳고 붉어질수록 휘는 가지 아래 더운 숨결이 고인다. 그늘을 쓰면 해묵은 배고픔이 내려얹히는 한 철 보리누름 지나는 들판에선가 망연히 오는 붉음을 자기연민에 사무치듯 몸에 들이는 열매들이 묽다. 벌레들이 끓고, 그렇게 밖에는 지울 수 없는 제 몸의 붉음을 맛보며 나무는 늙는다. 익는다는 것은 조금 늦게 오는 통감(痛感), 저 붉음을 들고 찾아갈 곳 이번 생에는 없어 빈집을 들러 가는 짓무른 기억들……, 버려지듯 떨어진다.
6월엔 치자꽃 향그럼으로 /은파 오애숙
꽃대 하나 우주를 들어 올리는 초록 이파리 가슴 열고 중심점에서 피어 화사함의 달콤한 향기 관엽식물로 재배 하매 아름다움 휘날립니다
치자나무 종류에는 200종 있고 솨관목과 나무로 열대, 아열대 지역 자생하고 사철 푸르고 넓은 잎 가진 키 작은 나무로 6월이 되니 만개 해 기쁨 주네요
꽃이 피어 있는 동안 주변에 온통 그 향그럼 휘날려 그 옛날 청순하고 순결한 모습 같은지 한 없는 즐거움 망울망울 행복으로 피어나 가슴에 휘날려 옵니다
치자꽃 모양 술잔 같아 [치]라는 한자어 붙인 치자 작열한 여름 날이 지나고 핍진한 꽃봉오리마다 황금빛 샛노란 열매 가을 속에 맺힐 기대로 곰삭여 봅니다
천국의 향기 지녔다는 가장 고귀한 그 향그러움 샤넬의 가드니아 향수 휘날리나 타향서 즐기는 김밥에 빠질 수 없는 노란 단무지 치자 염료로 물들였다니
새삼 입을 다물지 못할 놀라움에 감탄케 하고 있고 다쳤을 때 치자 물과 밀가루 버무려 상처 부위에 붙였던 조상의 슬기 새김질 해 치자의 중요성 곰삭여 봅니다
우리네 옛날 선조들 치자꽃을 꽃 중에서 가장 고귀한 꽃이라여겨 고단한 삶에 천국의 향그럼을 가슴에 안겨 주매 심연에 고이 스며들어 휘날리고 있어
그 귀한 향그러움에 순백의 너울 가슴에 슬어 내 님의 순결함으로 새 옷 갈아 입고 주 사랑의 향그럼 온누리에 휘날려 보리라 새롭게 눈을 뜹니다
유월의 연가 /은석 김영제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 유월이 오면 가슴 뛰며 떠오르는 얼굴 있어 오래된 비디오테잎을 되감듯 그때 그 시절을 재생 합니다
외로움을 많이 타서인지 헤어지는 발걸음은 언제나 무거웠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장충단공원 꽃향기길 따라 수표교난간에 앉아 푸른 꿈을 만들었던 그 시절 누가 볼까 두려워서 이 곳에서만 우린 만났습니다.
그날의 포근한 햇살은 떨어지는 꽃비속에 순수한 우리를 맞으며 아릿한 첫사랑이라는 단어를 두 가슴속에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 지금은 내게 없습니다. 그 어디 그 어느 하늘아래 살런지는 모르지만 부디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살아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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