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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암화추색(岩花秋色)
붉으료 열두 기봉(奇峰) 가을이 타오르고
자소봉(紫巢峰) 굽은 솔에 선학(仙鶴) 한 쌍 깃들 제에
오산당(吾山堂) 찰진 회초리 산들바람 때리네
* 청량산(淸凉山 870m); 경북 봉화, 도립공원. 남한의 3대 기악 중 하나로, 서쪽으로 낙동강 상류가 흐른다. 거송과 어우러진 12 봉우리는 마치 바위연꽃이 활짝 핀 듯하며, 청량사는 연화부수(蓮花浮水) 형국의 암술자리에 해당하는 명당이다. 주봉은 의상봉(장인봉)이나, 자소봉(보살봉 845m)이 더 빼어나다. 사찰을 비롯해 문화재 유적 전설이 많으며, 오산당은 퇴계가 성리학을 가르쳤다는 곳(淸凉精舍).
* 퇴계 이황은 이 산을 얼마나 아꼈기에 혹 외부에 알려질까 봐, 물위로 떨어지는 복숭아꽃에도 의혹의 눈길을 보냈음을, 그의 시조에서도 알 수 있다. 청량산 육육봉(六六峰)을 아는 이 나와 백구(白鷗)/ 백구야 날 속이랴마는 못 믿을 손 도화(桃花)로다/ 도화야 물 따라 가지마라 어부(漁夫) 알까 하노라.
* 빛고을동인 사화집 5수 2004년.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제 403면.
22. 선녀빙폭 초등(初登)-선시조
도톰한 불두덩골 음수(陰水)가 흘러내려
순결을 겁탈했나 비명 지른 청빙(靑氷)선녀
파랑새 날아가 버리고 선혈만이 뚝뚝뚝
* 명지산(明智山 1,267m) 논남기 코스; 경기 가평, 경기 제 2고봉으로 군립공원이다. 북면 적목리 논남기 임산골 입구에서 30분 쯤 오르면 ‘미남바위’와 ‘선녀폭포’(임산폭포)가 나타난다. 높이 40m(3단)로 명지산에서 가장 큰 폭포인데, 상단부는 나무에 가려 보지 못했다. 결빙된 푸른 얼음 한가운데로 졸졸 흐르는 물이 꼭 여자의 음부로 보여,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인다. 괜한 영웅심이 발동돼 장비 없이 오르다 미끄러져 냅다 비명을 지른 후, 뜨끔해 손바닥을 보니 찢어져 있다.
* 파랑새; 사자(使者), 서간(書簡) 등의 뜻, 한(漢)의 궁전에 세발 가진 푸른 새가 온 것을 보고, 동방삭(東方朔)이 서왕모(西王母)의 사자라고 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청조(靑鳥)또는 청작(靑雀). 일본에서는 불법승(佛法僧)의 다른 말로 쓰임.
* 졸저 산악시조 제2집 『山窓』 ‘남의 단점 보지 말기’-명지산(104쪽) 참조.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1-190(17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3. 팔당의 보석
한강을 들이키다 산 하나 토해내다
검붉은 불사영단(不死靈丹) 혀만 살짝 갔다대도
심장이 콩당 뛰누나 팔당호(八堂湖)의 흑진주
* 검단산(黔丹山 685m); 경기 하남 광주. 팔당의 기를 듬뿍 머금은 서울 근교의 산이다. 한강에 비친 검은 모습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교통이 편리해 접근이 용이하며, 등산 코스도 다양하다
* 《월간문학》2004년(사) 한국문인협회 발행. 발표작 일부 수정.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1-27(63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4. 와잠(臥蠶)은 아직 일러
눈 밑에 기는 누에 세월이 주름 잡혀
앞머리 뽀얀 서리 뒷심까지 딸린다만
아직은 와잠 이르니 뽕잎 먹게 놔두게
* 잠두산(蠶頭山 1,243.2m); 강원 평창. 먼 데서 보면 꼭 누에머리처럼 생겼으나, 막상 정상을 밟으면 앞쪽이 갑자기 뚝 떨어지는 육산 봉우리로 기대와 달리 뭔가 아쉬움이 남는 산이다. 모릿재를 기점으로 북쪽은 백적산(白積山 1,142.2m)을 향하고, 남쪽은 백석산(白石山 1,364.6m)과 연결되는 길고 장쾌한 능선에 산나물과 야생화가 흐드러지다.
* 와잠; 잠자는 누에. 관상학에서 말하는 눈 밑의 그늘 살로, 자녀궁, 남녀궁을 관장한다. 도톰하면 신수가 좋다하며, 나이가 들면 지나치게 불거지거나 처지기도 하고, 혹은 검게 변해 보기에 좋지 않다.
* 한 참 일할 나이라 쉬면 안 되는데, 도시 일거리가 없으니?
* 산가 3-5 ‘해탈한 누에’-잠두산 시조 참조.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제 358면.
25. 법회(法會) 참관기
미륵불 엷은 미소 설무(雪舞) 춘 해오라기
다리 꼰 노송분재 귀 기울인 바위들
하늘 벽 스르륵 열려 정토계(淨土界)가 눈앞에
* 용화산(龍華山 878.4m); 강원 화천, 춘천. 북한산 인수봉과 도봉산 만장봉의 합작품 같은 화천(옛 이름 浪川) 제일의 명산으로, 입석대, 촛대바위, 주전자바위 등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암릉을 따라 펼쳐진 노송군락은 석부작(石付作) 분재를 연출하는데, 함박눈이 날리면 백로(해오라비)가 춤을 추듯 하다. 하늘벽은 속계와 정토를 가르는 바위대문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암벽이다.
* 용화삼회(龍華三會); 미륵보살이 용화나무 아래서 법회를 열어, 초회 이회 삼회로 나누어 중생을 제도함을 이른다.(佛)
* 이청득심 (以聽得心); 남의 말을 들음으로서 마음을 얻는다는 뜻이다. 귀를 기울여 상대의 말을 들음으로서, 말하는 자의 마음을 얻고, 더불어 공동체가 됨을 이르는 말이다.(논어 위정편)
* 《해동문학》 시선집 제8호 5수 중. 2004년.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제 337면.
26. 금학(金鶴)이 울 때
북녘은 지척인데 철조망 가로막아
금산(金山)은 토라 앉고 봄볕조차 외면하네
황학(黃鶴)이 끼륵 울 때면 동토(凍土)의 눈 녹겠지
* 금학산(金鶴山 947.3m); 강원 철원의 진신(鎭山)이다. 고대산(832m)과 더불어 북녘의 땅과 철책이 고스란히 보이는 산이다. 한국전쟁 때 공방이 치열했던 전방의 요충으로, 정상에 병력이 주둔해 있다. 마애불과 매바위가 유명하며, ‘학이 막 내려앉는 모양’을 하고 있다. 도선국사는 “만약 궁예가 이 산을 근거로 삼았다면 300백년은 갈 것“이라는 예언을 했다. 마애불은 정상 북동쪽 지능선 20m 옆에 있는데, 고려 때 조성된 것으로, 몸통 선각(線刻) 위에 머리모양을 다듬은 돌을 얹어놓은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매바위는 북릉 중간 등산로 가까이 있고, 매처럼 날렵하다.
* 봄볕은 며느리에게 쬐이고, 가을볕은 딸에게 쬐인다(우리 속담).
* 북한 도우미 햇볕정책이 제대로 먹혀들어 갈까? 고기를 줄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 주라!
* 《해동문학》 시선집 제8호 5수 중. 2004년.
* 졸저 『한국산악시조대전』 부제 산음가 산영 제1-84(10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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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운의 영역,(2022. 6. 27)
<When A Golden Crane Howls>
Sang-Cheol, Han
The northern territory is near, the barbed-fences block the way.
Golden Mountain turned sulky and sit, spring lights are turning away.
When a Yellow Crane’s honking and howling, the snow on which the frozen land will be melting
(Translated by Kinsle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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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번역할 때, 대략 초, 중장이 heptameter정도 되니 다소 길다. 종장은 10보격 정도로 매우 길다. 그래서, 종장에는 변화를 주기 위해 inner rhyme을 사용해 보았다. 중장과 종장에는 alliteration을 사용해 보았다.
시조를 번역할 때, 조, 중, 종장을 번역했을 때 적절한 호흡을 위해 3라인이 아닌, 6 라인 시로 번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경우가 많이 있을 것 같다.(2022. 6. 27 번역)
27. 주어천(走魚川) 춘색
-산골의 봄
자운영 논배미에 벌레 쪼는 종달새
시마는 봄을 몰아 농부 손에 쥐어주고
냇가에 버들강아지 아장아장 따라와요
* 양자산(楊子山 709.5m, 일명 牛山) 주어천; 경기 여주 광주. 마치 금슬 좋은 부부처럼 마주 보는 이 산과, 앵자봉(鶯子峰 667m) 사이에 있는 개천이다. 봄바람에 간들거리는 버들강아지가 참 귀엽다.
* 시마; 뱃사람들이 은어로, ‘남동풍(南東風)’을 이름. 간새라고도 함.
* 《한강문학》 제14호(2018년 가을) 제133면.
* 한국 좋은 동시 재능기부회(대표 김관식) 제출 동시조 2수.(2020. 8. 8)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1-406(314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28. 제도(濟度)의 참뜻
일겁(一劫)도 덧없어라 미래불도 늙는구려
법회(法會)에 아니 가도 들창코를 못 만져도
이타행(利他行) 먼저 행하면 소원 성취 절로 되리
* 미륵산(彌勒山 689m) 강원 원주. 정상은 넓은 공터이고, 남쪽 500m 지점에 미륵봉이 있다. 수직암벽에 커다란 마애불이 있는데, 코를 만지면 소원성취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풍상에 씻겨 코가 많이 닳아졌고, 위로는 쇠난간이 설치돼 있다. 암릉길엔 바위를 뚫고나온 소나무 뿌리가 근사하다.
* 위 미륵불상은 2007년 9월 원주시에서 선정한 ‘원주8경’ 중 제8경이다.
* 제도; 일체 중생을 고해에서 건져 극락으로 인도하여줌.
* 이타행; 애써 쌓은 공덕이나 이익을 나누어 남을 이롭게 하는 것.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제 187면.
29. 꾀꼬리봉 진달래
꾀꼬리 날아 앉자 군무 춘 참나무숲
옥 굴린 선율 따라 넘실대는 벽파(碧波) 위로
폐병이 걸린 두견화 객혈(喀血) 잔뜩 토하네
* 앵자봉(鶯子峰 667m); 경기 여주 광주. 전체적으로 육산이나, 간혹 나타난 암봉이 구슬처럼 보이는, ‘꾀꼬리가 알을 품은 형상’의 산이다. 참나무가 우점종(優占種)을 이루나, 8부 능선 위로 연분홍 진달래군락이 조화롭다. 천진암(天眞庵)성지에는 천주교도들이 많이 찾아온다.
* 2017. 5. 6 시조 종장 수정.
* 《한강문학》 제14호(2018년 가을) 제133면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403(312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0. 앵두빛 산성
풍우는 혹독한 법 살이 닳은 옛 토성
독전(督戰)의 북소린가 쏙독새 에코 음(音)에
톡톡톡 산앵두로 터진 선열들의 붉은 맘
* 고려산(高麗山 304m); 충남 연기, 금북정맥. 정상에 토성과 석성이 혼합된 퇴뫼형 산성(둘레 250m)이 있다. 원래 아목산으로 불렀으나, 고려 충렬왕 17년(1291년) 연기에 침입한 원나라 반란군 합란적(哈丹敵)을 물리친, 고려 3장군(한희유, 김흔, 인후)이 태조 왕건의 음덕을 기려 부르게 되었다는 안내문이 있다. 간혹 들리는 쏙독새 소리가 운치 있다.
* 에코(echo); 메아리, 반향. 대문자로 쓰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의 요정(妖精)을 뜻함.
* 쏙독새; 전국의 야산에 도래하여 번식하는 흔한 여름 철새로, 약 27~28.5cm 정도의 크기이다. 위장색을 띠는 어두운 흑갈색이어서 나무껍질과 비슷하게 보인다. 어두워지면 곤충을 찾아 날아다니는 야행성이다. 야간에 "쏙독, 쏙독, 쏙독" 또는 "쏙, 쏙, 쏙, 쏙"하며 빠르게 반복해서 운다.(조류도감)
* 《역사와 문학》 제출원고 1수. 2004년 4월.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1-40(70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1. 운필(運筆)의 묘(妙)
새파란 북한강에 점 하나 찍고파라
석봉(石峰)은 주묵(朱墨)인저 갈아보고 뉘어보다
명필이 예 있음에야 한 획(劃)이면 족할까
* 보납산(寶納山 330m); 경기 가평. 일명 석봉이다. 서쪽으로 가평천이 동쪽으로 북한강이 흐르며, 정상은 각진 붉은 바위로 마치 주묵(붉은 먹)을 눕혀놓은 듯하다. 조선의 명필 한호(韓濩)가 가평군수로 있을 때, 이 산에 심취(心醉)하여 자신의 호(號)까지 석봉(石峰)으로 바꿨다는 일화가 있다. 또 그가 참선하며 기도처로 삼았다는 동굴의 물맛도 기막히다. 쪽빛 북한강 위 멀리서 반짝이는 남이섬은, 역시 한석봉이 아니면 찍어낼 수 없는 낙점(落點) 일획(一劃)이다.
* 한석봉의 명시조 한수; 짚방석 내지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불 혀지마라 어제 진 달 돌아온다/ 아이야 박주산채(薄酒山菜)일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이 얼마나 여유롭고 낭만적인가? 담박하면서도 정갈한 옛 선비의 풍류가 엿보인다.
* 빛고을동인 사화집 2수 추가 2004년.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250(21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2. 수리봉 소견
쇠버짐 띄엄띄엄 머슴 놈은 배를 잡고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겠다나
거위가 박힌 게 아녀 제 사촌이 논을 산겨
* 수리봉(守里峰 644.9m); 강원 춘천. 이 산의 주인은 북동쪽 대룡산(大龍山 899.4m)이다. 정상 일대는 꼭 머슴처럼 어리숭하게 생겼고, 띄엄띄엄 임도가 있어 마치 산에 버짐이 오른 것 같다. 반면에 남쪽은 절벽이라 비교적 경관이 좋으나, 독수리 형상은 아니다. 용심부리지 마라! 인석아!
* 거위; 회충(蛔蟲), 꺼심이. 산토닌(santonin) 또는 해인초(海印草)로 구제(驅除)한다.
* 한국인은 평등의식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도, 남이 잘 되는 것은 무척 시기한다. 과정만 평등하면 그만이지, 결과까지 평등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남과의 ‘선의의 경쟁’은 참 좋은 것인데도, 규칙을 지키며 정정당당하게 사는 게 마치 바보처럼 보이는 세상이 돼버렸다.
* 원창고개 ‘춘천지구전투 승전기념비’가 왜 사라졌을까? 등산 들머리 춘천~홍천 간 5번 국도에 있는 이 고개에서, 한국전쟁 때 국군 제6사단과 포병 제16대대의 눈부신 활약으로 북한군 제7사단을 패퇴시킴으로써, 춘천지역을 3일간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국군은 주력부대를 다시 수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전쟁의 양상을 바뀌게 했다. “언제부터인가 이 기념비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어떤 경로로 비가 없어졌는지? 당국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지나친 것이 아닌지? 6. 25 제60주년을 맞아 몹시 안타까운 심정이다.”라고 ‘산 따라 물 따라’ 저자 박재곤 선생은, 2010 7월 1일자 발행 한강포럼 제86호 9면에 술회(述懷)했다. 필자가 등산할 당시인 2002년 2월 27일에는 분명히 있었다.
* 빛고을동인 사화집 2수 추가 2004년.
*《동방문학》제96호. 코비드19 사회에 있어 ‘평등’에 관한 글.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山詠 1-379(29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3. 살 없는 오골계(烏骨鷄)
한 식경 어줍게도 오골계 잡았으되
살은 없고 털만 수북 보신하기 탐탁찮아
계륵(鷄肋)만 취할 바에는 살려줌이 어떨지
* 현계산(玄溪山 535m); 강원 원주.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산으로 수풀이 우거져 오골계처럼 검게 보이고, 가지 맥들은 야위다. 정상은 군용 대삼각점이 있는 헬리포트이다. 개척산행인데, 계곡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 이산을 중심으로 동남방에 봉림산(577.5m), 동북방에 쌀개봉(495.8m)이 있다.
* 계륵; 닭의 갈비뼈. 뜯어먹을 만한 살은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움. ‘가치는 적지만 버리기 어려움’의 비유. 연약한 몸의 비유.
* 어줍다; (말이나 행동이)둔하고 자유롭지 못하다. 글이란 남에게 감동을 주는 것도 좋지만, 바르게 쓰는 게 먼저다! ‘어쭙잖게’가 맞다.
* 후일 알았지만, 유적이 많은 소중한 산이다. 들머리 손곡리(蓀谷里) 삼거리에는 1968년에 세운 임경업(林慶業, 1594~1646)의 추모비가 있다. 그 옆에는 1983년에 세운 손곡 ‘이달(李達, 1539~1612) 시비가 사람들의 외면 속에 외로이 서 있다. 이외에도, 법천사지(法泉寺址), 거돈사지(居頓寺址)가 있다. 천년 고목이 들려주는 아득한 전설을 귀담아 듣는다면, 산행의미가 열 배로 늘어날 것이다. 2023. 4. 17 자료 추가. 출처 다음카페 신암산악회 飛肉(비육) 님에서 발췌.(2010. 10. 22)
* 거돈사지(居頓寺址); 행정구역상으로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141-1이다. 1968년 사적 제 168호로 지정되었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었으나, 연대는 미상이며, 고려 초기에 대찰의 면모를 이룩하였다. 약 7,500여 평의 절터에 있는 금당지(金堂址)에는 전면 6줄, 측면 5줄의 초석(礎石)이 보존되어, 본래 20여 칸의 대법당이 있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2024. 7. 12 추가.
* 산영 1-258(218면) ‘세월 무상’ 봉림산 시조 참조. 연계산행 가능.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1-604(441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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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lo de cinco huesos sin carne
Un día logré atrapar a Ogolgye, pero
No me gusta tener mucho pelo y nada de carne.
Si sólo tomas gyereuk (鷄肋), ¿qué tal si lo guardas
* 2024. 7. 12 서반어 번역기.
34. 호리병에 담은 소망
하늘의 호리병엔 세심수(洗心水) 흘러내려
풍진에 더럽힌 맘 저 물로 씻어낸 뒤
못 이룬 소망 한 동이 그 병에다 담고파
* 천호산(天壺山 501.2m); 전북 익산, 금남정맥. 호중천의 산이다. 전체적으로 호리병 형상이나, 정상부는 산성이 있다. 산 중턱에 아담한 암자 천일사(天一寺)가 있고, 파란 이끼가 낀 바위 사이로 흘러내리는 석간수 맛이 일품이다(세심수란 이름이 붙음). 옆에는 200년 이상 된 보호수 감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 호중천(壺中天); 속세와는 달리 경치나 분위기가 아주 좋은 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중국 한(漢)나라 때의 호공(壺公)이라는 사람이 항아리 안에서 살았는데, 비장방(費長房)이 그 속에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술과 안주가 가득하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제 396면.
35. 세월 무상
바위는 뼈가 삭아 바람에 흩날리고
실개천 목이 말라 옹달샘에 구걸하네
고목은 서 있는 그대로 흙이 된 채 흐느껴
* 봉림산(鳳林山 577m); 강원 원주. 야생동물의 배설물이 많고, 인적이 드물다. 고목 한 그루 그대로 삭아 붉은 흙무덤으로 변해 있다. 귀신에게 홀렸는지 지도 정치(定置)를 잘못해 엉뚱하게 내려왔다. 동일능선의 북쪽에 쌀개봉(495.8m)이 있어 같이 다룬다. 현계산(534.2m)을 중심으로 회귀한다.
* 老僧三十年前 未參禪時 見山是山見水是水(正) 及至後來親見知識有箇入處 見山不是山 見水不是水(反) 而今得箇休歇處 依前見山祗是山 見水祗是水(合) 大衆這三般見解 是同是別 有人緇素得出 許與親見老僧
노승이 30년 전 참선하기 전에는 ‘산을 보면 산이요. 물을 보면 물이었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진 스님을 만나 깨닫고 보니 ’산은 산이 아니요. 물은 물이 아니다‘ 그런데 이제 쉴 곳을 얻으니 여전히 ’산은 그 산이요. 물은 그 물이더라.’ 대중들이여! 이 세 가지 견해가 서로 같은 것인가? 혹은 다른 것인가? 만일 터득한 이가 있다면, 그가 이 노승을 친견함을 허락하리라. 송(宋)의 청원(靑源) 유신선사(惟信禪師) 어록(語錄)이다. 위 원문 중, 괄호 안 ‘正, 反, 合’ 세 글자는 필자가 임의로 넣은 것으로, 이 선문(禪文)을 변증법으로 풀이해본 것에 불과하다. 퇴옹(退翁) 성철(性徹)스님이 1981년 대한불교조계종 제8대 종정에 추대되면서 내놓은, “산은 산이요(山是山). 물은 물(水是水)”이란 법어(法語)의 원전이다.
* 사람도 때가 되면 조용히 눈을 감고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여야 한다(近思錄에서).
* 산영 1-604(441면) ‘살 없는 오골계’ 현계산 시조 참조. 연계산행 가능.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부제 산음가 산영 1-258(218면). 2018. 6. 25 도서출판 수서원.
36. 연잎 위 명상(冥想)
수행 길 힘들다만 바위 길은 더 어려워
혀 깨물고 오른 암봉 유심조(唯心造) 좌대(座臺)이듯
연잎 위 가부좌 튼 몸 부처마음 같아라
* 연엽산(蓮葉山 850m); 강원 홍천, 연잎 모양의 암봉으로 꼭대기는 펑퍼짐하다. 겨울철에는 바위길로 직등(直登)하기보다 우회하는 게 좋다. 정점(삼각점)은 산불감시초소에서 100m 떨어져있다.
* 졸저『한국산악시조대전』제 3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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