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 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 어늬 산(山)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한국 대표 명시1, 빛샘]===
백석 (白石)
출생 연도:1912년 7월 1일
사망 연도:1996년
출생지:평안북도 정주
관련 사건:문학예술총동맹|조선작가대회|아동문학논쟁
백석은 해방 이후 「집게네 네 형제」·「석양」·「고향」 등을 저술한 시인이다. 1912년에 태어나 1996년에 사망했다. 1930년 『조선일보』 신년현상문예에 단편소설이 당선되어 장학금으로 일본에 유학, 모더니즘운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1935년 『조광』 창간에 참여했고, 같은 해 『조선일보』에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해방 후 문학예술총동맹에서 활동하다가 월북했다. 이야기 구조를 갖춘 서사지향적인 그의 시는 김소월과 한용운, 정지용이 다져놓은 현대 시의 기틀 위에 새로운 시의 문법을 세움으로써 한국 시의 영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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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지취: 취나물(산나물)의 일종
○ 금덤판: 금점관. 금광의 일터
○ 파리한: 몸이 마르고 핏기가 없어 해쓱하다.
○ 섶벌: 재래종 일벌
○ 마당귀: 마당의 귀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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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헤이룽장성에는 기온이 영하 25도까지 떨어졌다는 소식이 있고
대관령에는 영하를 기록하여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내렸답니다.
김소월 시에 매료되어 시를 좋아했으며,
백석의 시의 세계를 알게 된 후로 더욱 시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승'이라는 시의 제목을 보니
2021년 4월 25일 일요일 봄날에
"구름이 들어오는 문"이라는
청도 운문사를 방문하였던 기억이 나는군요.
운문승가대학이 있어 비구니들이 있었습니다.
그날 조용한 사찰의 모퉁이에 앉아 이런 메모를 남겼더군요.
햇볕에 달구어진
돌덩어리에 앉아
흐르는 구름과 바람과
웃으며 이야기 꽃을 피우며
지나는 인파들.
오백 년 묵은 처진 소나무
일찍 나온 낮달이 나를 바라보았던 시간.
속세의 미련을 두고 왔건만
비구니의 옆을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인연의 끈들.
이런 사연 저런 사연은
목탁소리로 허공에 맴도는데
모처럼 사색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여유로운 시간 되시길 바라면서
=적토마 올림=
2021년 4월 25일 방문시 운문사, 촬영한 사진도 감상하세요.
사단법인 한국명시낭송가협회 | 청도 운문사 - Daum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