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열린 작업실 문틈으로 누가 빼꼼 고개를 들였다 손가락 끝은 화병의 백합을 가리키는 것 같았다 몇 마디를 내뱉었으나 충분히 외국인이었다 그녀가 그 꽃을 어디서 샀냐고 물었다 백합 향기에 가던 길을 돌아왔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새벽에 들여놓은 백합의 반을 덜어 안겨주었다
누군가의 목소리만으로 그 사람 뒤를 따라간 적이 있다
누가 쓴 글씨인지를 묻고 물어 한사코 그 사람을 알고 싶어 한 적이 있다
누가 햇볕에 널어놓은 허름할 대로 허름한 빨래를 한없이 올려다보다 그만 마음이 젖고 만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첫댓글 공감하며 사는 삶,
더불어함께 살아가는 삶..
함께하며 공감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삶인지 눈물이 나네요~♡
백합향, 누군가의 목소리와 글씨, 누군가 널어놓은 빨래....
이들의 공통점은
눈을 감고 가만히 사람의 따스함을 그려보는 것.
그 따스함에 기대고 싶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