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너무 모르고있으니, 해군측에서하는 거짓말을믿고 토지강제수용을 수락하게 된것이라면서, 제주 강정마을 정영희 여성위원장,마을도 사람도모두 잃어버

[쌩떽쥐베리]

마을도 사람도 모두 빼앗겼다

[인터뷰] 제주 강정마을 정영희 여성위원장

2011년 10월 26일 (수) 19:37:05

정현진 기자 regina@catholicnews.co.kr

매일 촛불문화제가 열리는 강정마을 코사마트 앞. 자녀들이 보내 준 여행에서 이제 막 도착했다는 인사를 하며, 강정마을 정영희 여성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자리를 비워 미안하다고 하면서, 여행 이야기를 풀어놓는 정 위원장은 전혀 기쁜 얼굴이 아니다.

“그 유명한 카프리섬에도 갔습니다. 가기 전에 얼마나 설레였는지...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별 것 없습디다. 우리 제주도에 비하면 훨씬 못해요. 그런데 그들은 그만한 자연환경으로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립니다. 왜 이렇게 축복받은 자연을 가진 우리 제주도는 환경도, 평화도 파괴되어야 할까. 여행 내내 이 아름다운 제주도가 파괴되는 것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 정영희 위원장은 매일 밤 열리는 강정마을 촛불문화제를 꼬박꼬박 지킨다. 밤이면 촛불문화제를 하고, 낮에는 강정마을 지킴이들의 쉼터가 되기도 하는 이곳은 정영희 위원장의 땅이기도 하다.

여행 내내 제주도 생각에 즐기기는커녕, 한숨만 지었다는 정영희 여성위원장은 당장이라도 도지사를 만나 “왜 제주도를 지키지 못하느냐”고 따지고 싶다고 했다.

게다가 여행을 다녀오니, 다 키워놓은 천혜향이 엉망이 되었다. 바다 옆에 비닐하우스가 있는데, 사업장에서 날아온 먼지들이 비닐하우스를 뒤덮었고, 소금기 밴 파편들이 열매에 박혀 모두 망가졌다.

“수용지 밖인데 2차적인 피해를 입고 있어요. 기지 부지와 상관없는 곳인데도 인근 비닐하우스 꽃농사, 한라봉까지 피해가 막심합니다. 먼지로 빛이 차단되면 감귤이 익기 어렵고, 석회질이 묻으면 숨을 못쉬어서 성장하지 못합니다. 연차적인 피해가 오는거에요.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피해상황을 조사하고 소송 절차를 준비중입니다.”

지금까지 싸웠던 세월을 생각만해도 피가 마르고, 너무 아프다는 정영희 위원장은 육지에서 살다가 1990년 결혼으로 제주도에서 살게 됐다. 제주 해군기지 싸움이 시작된 5년전부터 지금까지 강정마을 여성위원장을 맡고 있다. 요즘엔 구럼비를 부수는 포크레인 소리가 들릴때마다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한숨을 내뱉는다.

이 작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면, 점점 확대가 될 것이고 결국 지금의 제주도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하면서, 무엇보다 이 싸움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겪고 있는 마을 내부의 갈등도 심해질 것이고 그것은 4.3의 비극보다 더한 비극이 될 것이라고,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을 군사기지로, 유흥의 섬으로 만들 수 없다면서 “끝까지 이 마을을 지켜서 이곳에서 살겁니다. 아이들에게 이대로 물려줘야지요”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정 위원장은 토지 강제수용에 대해 설명하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 5년째 강정마을을 지키기위한 싸움을 이어가는 정영희 여성위원장.

“해군기지가 안보의 문제라면, 꼭 있어야 한다면 정당성 있게 들어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충분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인 공권력으로, 주민들 대상으로 모략을 꾸미고...이런 정부가 어디 있습니까? 도대체 민주주의라는게 뭡니까? 모든 것이 불법이고 정당성도 없어요. 그래서 싸웁니다. 이해관계가 아니에요. 지게 될지 이기게 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싸울겁니다.”

정 위원장은 조금만 법을 알았더라면, 도와주는 이들이 한달만 먼저 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너무 모르고 있으니, 해군측에서 하는 거짓말을 믿고 토지 강제수용을 수락하게 된 것이라면서 분을 삭였다. 정 위원장 혼자서 토지 보상금을 찾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지금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는 곳도 정 위원장이 제공했다. 

마을 주민간 갈등에 대해 묻자 친구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제주 정서상 외지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아 친구 한명 없었을 때, 어렵사리 해녀 친구를 만났다. 그 후로 20년간 서로 비밀도, 허물도 없는 친구로 지냈고 한 달에 한번은 꼭 부부동반으로 만나면서 함께 지내왔다. 그런데 이번 해군기지 문제로 친구도 마음대로 만나지 못한다고 했다.

“나와 내 남편, 친구는 모두 반대측이에요. 그런데 친구 남편이 찬성측이죠. 친구와 나는 별 문제 없지만, 우리 둘이 만나면 찬성측, 반대측에서 모두 불편해하니 눈치가 보여 만날 수가 없어요. 그저 가끔 전화통화만 하는거죠. 그렇게 잘 지냈는데...”

사실상 찬성측 사람들은 수적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모든 공동체, 모임이 깨졌다. 친구사이, 계모임은 말할 것도 없고, 형제, 부모, 사촌간도 갈라졌다. 촛불문화제 장소 앞에서 슈퍼를 하는 조카 이야기를 하면서 냉정한 얼굴이 된다. “그 아이 말은 99%가 거짓이니 혹시 이야기하게 되거든 절대 믿지 맙서”

늘 길에서 만나면 허물없이 인사하고, 술한잔 권하고, 틈만 나면 서로 농사일 해주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만나면 얼굴을 돌리고, 헐뜯고 원수지간이 되어버렸다. 제사나 벌초도 함께 할 수 없으니 제사도 서울에 있는 자식들에게 모두 올려 보냈다고 한다.

“아프고 아픕니다. 그동안 농사지으면서 거짓없이 재미있게 살았는데...모든 신뢰, 우정, 친목이 다 깨졌습니다. 마을도, 사람도 모두 빼앗겼고, 앞으로는 더 많이 빼앗길거우다. 우리는 다 살았지만,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 위원장은 이렇게라도 돕지 않으면 아이들은 살길이 없어질 것이라면서, 그것을 막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싸움은 불법, 부당함에 대한 싸움이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마을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하는 것입니다. 살날 얼마 안남은 우리가 이 싸움으로 무슨 영화를 보겠습니까?”

말을 마친 정영희 위원장은 아직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천막으로 돌아갔다. 강정마을을 지키고 있는 활동가들이 가르쳐준 춤을 추고,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찬바람 부는 강정마을을 보듬고 있었다.

해군기지 불법공사 항의중에 사제들 연행돼

이강서, 이영찬 신부, 박도현 수사 재차 연행돼

2011년 10월 23일 (일) 20:56:07

평화바람 .

10월 22일 강정 해군기지 건설 현장에서, 이에 항의하던 사제와 수도자가 또 다시 경찰에 연행되었다. 

매일 오전 11시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장 앞에선 생명평화미사가 열리고 있다. 이번주엔 제주도지사가 해군측에 오탁방지막을 설치하고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또 구럼비 시험발파에도 유감의 뜻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그럼에도 공사장에는 공사차량이 쉴틈 없이 오갔다. 이강서 신부를 비롯한 여러 신부님과 수사님, 평화 운동가들은 연좌 농성을 통해 일주일 내내 해군기지 사업단장과의 면담을 요구해 왔다. 지난 수요일에는 해군측에서 민원담당자라는 소령이 나와 “금요일까진 단장이 출타중이다.” “뜻은 전달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요일인 오늘까지도 아무런 답변이 없자 연좌농성은 계속될 수밖에 없었다.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고 다시 정문에 앉기를 40분째... 민원담당자라는 정용성 소령이 나타나 “단장님은 출타중”이라며 당장 해산할 것을 요구했다. 이강서 신부는 “수요일에 이미 면담요구를 했고, 민원담당자가 나와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요구는 묵살 됐다. 오히려 신원 확인을 위해 신분증을 요구하는 신부들에게 정용성 소령은 놓고 왔다며, 왜 보여줘야 하냐 둥 빈정거리며 자리를 떠났다. 제복차림도 아닌 사복차림으로 나타난 군인에게 신원확인차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은 민원을 제기한 입장에서 당연한 것임에도 해군측 담당자는 빈정거림으로 일관했다.

▲예수회 이영찬 신부와 박도현 수사가 레미콘 차량의 공사장 지입을 막기 위해 차량에 교대로 차량에 올라갔다.

▲레미콘 차량에 올라갔던 박도현 수사가 끌려내려오고 있다.

1시경 레미콘 차량이 다시 공사를 위해 공사장으로 진입했다. 이를 저지 하기 위해 이영찬 신부가 레미콘 차량 위에 올라 앉았다. 이미 수차례 해군기지 공사의 불법성이 강조된 상황에서 공사가 강행되는 것에 대한 항의 행동이었다. 정문앞에선 여전히 연좌농성을 하며 들려 나오기를 수차례 반복중이었다. 이윽고 또 다른 레미콘 차량이 들어오자 박도현 수사가 레미콘 차량 위에 올라갔다.

경찰들은 신부님들의 연좌와 항의행동 소식을 듣고 달려나온 주민과 활동가들을 경찰들로 에워싸서 막아내 고착시키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문정현 신부는 한때 심장쇼크가 발생하기도 해 구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항의과정에서 문정현 신부가 심장쇼크를 일으켜 누워있다.

1시 40분경 뒤따라 레미콘 차량에 진입을 시도하던 이강서 신부를 연행하는 것으로 시작해, 이영찬 신부, 박도현 수사가 차례로 연행되어 서귀포경찰서로 이송됐다. 차량위에 있는 신부들을 강제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건물 2층짜리 높이의 레미콘 차량에서 사람이 떨어질 뻔 했다. 강제연행으로 주민들의 격렬한 항의가 뒤따랐다.

현재 문정현 신부와 평화운동가와 주민들은 공사장 정문앞에서 연좌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