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지난 24일로 '독립 3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91년 소련을 구성해온 러시아 등 민족공화국들이 잇따라 독립(정확하게는 자치)을 선언한 날을 기려 소련붕괴 뒤 제정된 '독립기념일'이 30주년을 맞은 것이다. 소련을 법적으로 승계한 러시아와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적대적인 관계를 이어가는 우크라이나다. '독립'이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대대적인 독립 기념일 행사를 열었다.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도 펼쳤다.
24일 독립기념일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출처:대통령 사이트 president.gov.ua
관심을 끈 것은 역시 우크라이나 군사력을 보여주는 퍼레이드였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이 낸 자료에는 군사 퍼레이드가 다양한 독립기념일 행사의 하나로 소개되지만, 러시아 주요 언론은 군사 퍼레이드에 보도의 초첨을 맞췄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수도 키예프 중심가에서 펼쳐진 군사 퍼레이드에는 5천 여명의 군인(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군사 대표단 행진 포함)과 400대의 각종 군사 장비, 100대의 군용기가 동원됐다. 또 흑해 연안의 남부 도시 오데사에선 군함을 동원한 해상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사진출처:우크라 대통령 사이트
군사퍼레이드에 참여한 미국 군사대표단/사진출처: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트
전날 키예프에서는 '크림 플랫폼' 국제회의가 열렸다. 러시아에 병합된 크림반도 반환을 위한 국제적 지지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전세계 40여 개 국가 및 국제기구 대표들을 초청한 '정상급' 국제회의다. 소련에서 독립한 발트 3국과 냉전시절 소련 중심의 동유럽 군사동맹체 '바르샤바조약기구' 소속의 폴란드, 헝가리, 슬로바키아, 몰도바, 북유럽 핀란드 등 9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참석자들은 거의 이튿날 군사퍼레이드에 참관했다.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군사 퍼레이드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강대국이란 무엇이냐"는 화두를 던진 뒤 지난 30년간 우크라이나 군이 일군 가시적인 성과를 소개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인, 소비예트 시절 무기의 군사 퍼레이드 참가를 '즈라다'(배신, 반역)이라고 불렀다/얀덱스 캡처
하지만, 러시아 주요 언론들은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성과와 군사 퍼레이드를 깎아내렸다. 대중지 콤스몰스카야 프라우다는 "군사 퍼레이드에 동원된 장비들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며 "70년대(심지어는 60년대)의 소련 무기, 현대화한 소련 무기, 외국산 장비"라고 비꼬았다.
언론들은 또 독립기념일 군사 퍼레이드를 '(국민을) 배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한 우크라이나 언론인 드미트리 바실레츠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인용,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언론인 바실레츠의 페이스북/캡처
바실레츠는 자신의 페북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즈라다'(우크라이나어로 반역, 배신)라고 부르면서, Mi-24, Mi-8 헬기와 Su-25, Su-27 전투기, An-26, An-70, IL-76 수송기 등 많은 소련제 군사 장비가 행사에 동원됐다고 썼다. 또 An-225 수송기, Su-24 폭격기, MiG-29 전투기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탈소비예프(소련)의 완전한 실패를 드러낸 것이라고 바실레프는 지적했다.
독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우크라이나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도대체 어느 정도였길래,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살펴보자. 러시아 대통령의 공식 사이트와는 달리,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트에는 퍼레이드 사진이 거의 없다. 주로 러시아 군사전문 TV채널 '즈베즈다'(별)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들로 소개한다.
사진출처:러시아 TV 채널 '즈베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