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_907. 차라주라경(遮羅周羅經)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의 가란다죽원에 계셨다.
그때 나라(那羅) 마을 촌장인 차라주라(遮羅周羅)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서, 앞에서 문안을 드리고 위로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는 옛날 노래하고 춤추며 장난치고 웃고 하던, 늙고 덕 있는 스승이, 이와 같이 말하였다고 들었습니다.
‘만일 광대 아이[伎兒]가 대중들 앞에서, 노래하고 춤추며 장난질 치고 웃고 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재주로 저 대중들을 기쁘게 하고 웃기면, 그 업연(業緣) 때문에,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환희천(歡喜天)에 태어난다. ’
이에 대하여 구담(瞿曇)의 법에서는 어떻게 말합니까?”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그 이치는 묻지 말라.”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씀하셨으나 그래도 청하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물으셨다.
“내가 지금 그대에게 물으리니, 그대는 마음대로 대답하라.
옛날 이 마을 중생들은 탐욕을 여의지 못하여 탐욕이라는 번뇌에 묶였고,
성냄을 여의지 못하여 성냄의 번뇌에 묶였으며,
어리석음을 여의지 못하여 어리석음의 번뇌에 묶였다.
그런데 그 여러 어린 광대들은, 대중들 앞에서 갖가지 노래와 춤과 풍류와 익살로 그 대중들을 기쁘게 해주고 웃게 하였다.
촌장이여, 저 좋아하고 기쁘게 웃고 즐기던 사람들이,
어찌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의 번뇌에 결박됨이 더욱 더 늘어나지 않았겠는가?”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촌장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밧줄에 묶였는데, 다시 어떤 사람이 오랜 세월 동안 나쁜 마음을 가지고, 그 사람을 그릇된 이치로 해치고 고통을 주어 불안하고 불쾌하게 하기 위해 그를 묶은 밧줄에 물을 자주 뿌리면, 그 사람의 결박은 어찌 갈수록 더욱 조이지 않겠는가?”
촌장이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촌장이여, 그 옛날 중생들도 또한 그와 같다.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결박을 여의지도 못했는데,
저 아이가 부리는 익살을 보고 즐거워하고 기뻐하며 웃으므로 말미암아, 그 결박이 더욱 굳어진 것이다.”
촌장이 말하였다.
“실로 그렇습니다. 구담이시여, 저 모든 어린 광대들은 그 중생들을 즐거워하게 하고 기쁘게 웃겨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결박이 더욱 더 견고하게 하였습니다.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좋은 곳에 태어난다는 것은, 그런 이치는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그 옛날의 어린 광대들이 대중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웃겼으므로, 그 업의 인연으로 환희천에 태어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삿된 견해이다.
만일 삿된 견해라면, 그는 반드시 지옥[地獄趣]이나 축생[畜生趣], 이 두 곳 중에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실 때, 나라 마을 촌장 차라주라는 눈물을 흘리면서 슬피 울었다.
그때 세존께서 촌장에게 말씀하셨다.
“그런 이유로 나는 아까 그대갸 세 번이나 물었는데도 대답하지 않고,
‘촌장이여, 그만두라. 그 이치는 묻지 말라’라고 말했던 것이다.”
촌장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구담의 말씀 때문에 슬피 우는 것이 아니옵니다. 저는 왜 오늘날까지 저렇게도 어리석고 분별력이 없으며, 나쁜 어린 광대들의 견해에 속았는가 하고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들은 ‘대중들 앞에서 온갖 풍류를 울리면서
……(내지)……
환희천에 태어난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제 분명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 어린 광대들이 노래와 춤과 익살로 인하여 환희천에 태어날 수 있겠는가?’
구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저 어린 광대들의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을 버리고, 부처님과 법과 비구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촌장이여, 이것이 가장 진실한 요체이니라.”
그때 나라 마을 촌장 차라주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고 따라 기뻐하면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기뻐하며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