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도립공원이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됐다.
도립공원에서 승격…동식물 5천296종 분포·문화자원 두번째로 풍부
한화진 장관 "보호지역 30%까지 확대…연말 생물다양성 계획 수립"
팔공산 가을 전경
경부는 23일 제138차 국립공원위원회를 열고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2021년 5월 대구시와 경북도가 환경부에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을 건의한 지 2년만, 2016년 8월 태백산도립공원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한 뒤 7년 만이다.
야생생물 5천296종 서식…문화자원 북한산 다음으로 풍부팔공산은 해발고도가 1천193m로 대구 동구, 경북 경산시·영천시·군위군·칠곡군에 걸쳐 있으며, 낙동정맥(매봉산∼몰운대)에서 뻗어져 나오는 팔공지맥과 유봉지맥 사이에 있어 팔공산은 생태축 복원사업에 있어서도 의미를 지닌다.
2021년 9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팔공산은 자연생태계와 자연경관, 문화경관 측면에서 준수한 평가를 받았으며, 붉은박쥐·수달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매·삵·담비·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원앙·황조롱이·소쩍새 등 천연기념물을 포함해 야생생물 5천296종이 서식하고 있다.
산봉 39곳과 기암 10곳, 계곡 19곳 등 자연경관자원도 77곳 분포해 있다.
특히 국가지정문화재 30점, 지방지정문화재 61점, 등록문화재 1점 등 문화자원 92점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팔공산은 북한산 다음으로 가장 풍부한 문화자원을 보유한 국립공원이 될 전망이다.
국내 23번째 국립공원…공원면적 0.7% 확대환경부는 팔공산을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면서 농경지와 훼손된 사유지 등 1.201㎢를 공원구역에서 해제하고, 은해사와 공유지 등 1.229㎢를 편입했다.
구적오차(실제 면적과 장부상 면적 간 차이)를 고려하면 팔공산 공원구역 면적은 125.232㎢에서 126.058㎢로 0.826㎢(0.7%) 늘었다.
이 중에서도 풍부한 생물다양성과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행위를 학술연구·공원관리·군사·통신 등 목적으로만 허용하는 '공원자연보존지구'는 29.356㎢로 23.3%를 차지했다.
공원자연보전지구의 완충공간으로서 보전하는 '공원자연환경지구'는 91.241㎢(72.4%), 주민생활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공원마을지구'는 1.395㎢(1.1%), 문화재 보존을 위해 필요한 시설을 설치하는 '공원문화유산지구'는 4.066㎢(3.2%)다.
국립공원 승격으로 보전 가치와 이용 가치가 상승함으로써 추가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는 2천479억원으로 평가됐다.
팔공산을 찾는 탐방객은 358만명에서 458만명으로 28% 증가할 것으로 환경부는 내다봤다.
늘어나는 탐방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탐방로와 화장실, 주차장 야영장 등 13곳을 추가하면 총 115곳의 공원시설이 마련된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팔공산을 관리하는 주체는 대구시와 경북도에서 환경부로 일원화됐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1967년 지리산이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2016년 태백산 국립공원까지 22곳이 지정돼 있는데, 기존 22곳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 관리를 받는 한라산국립공원을 제외한 21곳은 국립공원공단 관할이다.
공원을 관리하는 전문기관인 국립공원공단이 팔공산을 관리하게 되면 자연자원 모니터링, 훼손지 복원, 핵심지역 사유지 매수, 문화유산지구 정비를 통해 체계적인 보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팔공산의 경우 사유지 비율이 52.9%로 다른 국립공원보다 높지만 10년 후면 약 7%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
환경부는 다음 달 중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을 관보에 고시하고 올 하반기 중에 업무 이관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소통으로 주민 설득…개발 전례에 '그린워싱' 지적도환경부는 작년 12월부터 지역주민 및 이해관계자와 약 60차례 간담회, 공청회를 실시한 결과 반대대책위원회가 상생발전위원회로 전환하고 국립공원 승격을 반대하는 현수막을 자진 철거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구·경북 주민 600명을 상대로 2019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72.3%였던 승격 찬성 입장이 이번달 주민 8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조사에서는 83.5%로 집계됐다.
조우 상지대 조경산림학과 교수는 "팔공산은 생태적·역사 문화적 가치가 매우 큰 곳으로 국민에게 혜택을 주고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국립공원이 주민에게 불편을 초래한다는 인식을 해소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근 흑산공항 예정 부지인 전남 신안군 흑산도 예리 일원을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 제외하고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조건부로 동의하는 등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을 푼 만큼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정인철 사무국장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설악산 오색삭도나 흑산공항에서 보듯 국립공원에 대한 정체성을 훼손한 상황에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은 '그린워싱'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팔공산국립공원 지정을 계기로 국토를 더 보호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지역을 국립공원으로 추가 지정하는 하나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말까지 보호지역을 30%까지 확대하는 방안에 대한 생물다양성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면서 "관계부처 및 전문가와 계속해서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옮긴 글
국립공원 지정 현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