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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이야기 속 인물들을
미래에 데려다놓으면 생기는 일
정명섭 작가의 ‘옛이야기를 SF로 재해석한다’는 한 줄 기획에서 시작된 ‘고전xSF 앤솔러지’가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박애진, 임태운, 김이환, 정명섭, 김성희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흥미로운 글을 쓰는 작가들이 이 기획에 참여했다. 이번 앤솔러지에는 심청전, 별주부전, 해님달님, 장화홍련전, 흥부와 놀부. 이렇게 다섯 편의 옛이야기를 SF라는 장르로 재해석한 다섯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기술자의 피를 물려받은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든 이유(박애진 작가의 「깊고 푸른」), 클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해 육지로 간 안드로이드 이야기(임태운 작가의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 해가 없는 ‘밤의 도시’ 소녀와 소년, 그리고 호랑이 외계인의 동화 같은 이야기(김이환 작가의 「밤의 도시」), 계모의 계략으로 우주에서 실종된 언니를 찾아 나선 우주비행사 홍련의 모험(정명섭 작가의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마음씨 착한 흥부와 형 놀부. ‘흥부의 과학’ 때문에 벌어진 형제의 난(김성희 작가의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폭발하는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다섯 편의 단편소설, 과연 이번에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날까?
목차
깊고 푸른_박애진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_임태운
밤의 도시_김이환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_정명섭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_김성희
저자 소개
박애진
언제부턴가 자려고 누우면 죽기 전에 하드 속 착상 폴더에서 무한이 쓰인 번호표를 쥐고 대기 중인 글들을 다 쓸 수 있을지 불안감이 엄습하곤 한다. 때로 나만 혼자 하루를 48시간으로 살면 좋겠다는 덧없는 망상을 하다가,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살아야지, 라는 교과서적인 반성을 하며, SF, 판타지, 스릴러, 청소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쓴다.
혼자 쓴 책으로, 연작소설집 『우리가 모르는 이웃』, 소녀와 여성 사이의 경계에 있는 예민한 시기를 다룬 단편을 모은 작품집 『원초적 본능 feat.미소년』, 소외된 혹은 차라리 소외를 선택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집 『각인』을 출간했다. 장편으로는 고전 소설을 모티브로 한 『지우전: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신비로운 부엉이가 키운 소녀의 모험담 『부엉이 소녀 욜란드』, 세상을 떠도는 여행가의 이야기 『바람결에 흩날리고 강을 따라 떠도는』이 있다. 일군의 작가들과 조선스팀펑크연작선을 기획해 그 첫 앤솔러지인 『기기인 도로』에 「군자의 길」을 실었고,?『언젠가 한 번은 떠나야 한다』에 「쿤라와 그레시아」를,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에 「이상한 차원의 안리수」를, 『여성작가SF단편모음집』에 「토요일」을 수록하는 등 여러 앤솔러지에 단편을 발표해왔다.
임태운
2007년 장편소설 『이터널 마일』로 한국전자출판협회 제2회 디지털작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마법사가 곤란하다』, 『종말 하나만 막고 올게』, 장편소설 『태릉 좀비촌』, 『화이트블러드』를 펴냈고,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그것들』, 『앱솔루트 바디』 등 다수의 앤솔러지에 작품을 수록했다. 『장르의 장르』, 『한국 창작 SF의 거의 모든 것』에 참여하며 SF에 대한 애정을 고백한 바 있다. 건빵 봉지 속 별사탕처럼 읽는 이의 가슴에 당분처럼 스며드는 소설을 쓰고 있다.
김이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를 읽고 감명을 받아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 2004년 『에비터젠의 유령』을 출간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양말 줍는 소년』, 『절망의 구』, 『오픈』, 『디저트 월드』,『초인은 지금』, 『아무도 없는 숲』, 『엄마를 찾아서 마법의 성으로』, 『엉망진창 우주선을 타고』 등 장편소설과 공동단편집을 출간했다. 2021년 조선스팀펑크연작선 『기기인 도로』를 함께 썼다. 2009년 멀티문학상, 2011년 젊은작가상 우수상, 2017년 SF 어워드 장편소설 우수상을 수상했다.
단편 「너의 변신」이 잡지 [Koreana]를 통해 9개 국어로 번역되었고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었으며, 장편소설 『절망의 구』와 『초인은 지금』은 일본에서 만화로 각색되어 출간을 준비 중이다. 평소 좋아하는 판타지, SF, 동화, 추리, 미스터리, 문단 문학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거나 재조합해서 소설을 쓰고 있다. 독립영화를 좋아하여 [씨네 21], [계간 독립영화]등 다양한 지면에 독립영화 리뷰를 싣기도 했다.
정명섭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다. 파주 출판도시에서 일하던 중 소설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으며, 현재 전업 작가로 생활 중이다. 『기억, 직지』로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으로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으며 2019년 ‘원주 한 도시 한 책’에 『미스 손탁』이 선정되었다. 2020년에는 한국추리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다양한 글을 쓰고 있으며, 주요 출간작으로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찾아라!』, 『일상 감시 구역』, 『귀신 초등학교』, 『앉은뱅이밀 지구 탐사대』, 『미스 손탁』 등이 있다.
김성희
인터파크 북앤 작가단, 한국콘텐츠진흥원 2014 스토리작가 데뷔프로그램, 2015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에 선정됐다. 2014년 및 2015년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페스티벌 (SA&F) 스토리마켓에서 피칭했다. 「옆집에 킬러가 산다」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쇼박스 초이스 어워드와 E-IP 관객상을, 과학 및 액션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전에서 「사랑예방백신백신」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스토리 어워드&페스티벌, 콘텐츠 원작소설 창작과정 등에 선정됐다. 장편소설 『마이 미스 미세스』, 공동 단편집 『당신이 죽어야 하는 일곱 가지 이유』, 『첫사랑 위원회』, 『나의 서울대 합격 수기』, 『어위크』 등을 출간했다.
출판사 리뷰
옛이야기와 공상 과학 소설이 만나
더욱 생생해지다
우리가 흔히 고전, 옛이야기라고 부르는 작품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고 하여 구전동화라는 이름이 붙기도 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시대의 상황과 평범한 이들의 희망이 담기게 마련이다. 오랜 시간 전해져 내려오며 응축되고 변형된 작품은 더욱 깊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품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만큼 이제 와 읽어보면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도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도 있다.
현대소설 장르 중 하나인 SF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 먼 미래의 이야기들을 ‘과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이다. 공상 과학 소설이라고도 불리는 이 장르의 정의는 ‘시간과 공간의 테두리를 벗어난 일을 과학적으로 가상하여 그린 소설’이다. 이에 맞춰 옛이야기를 새로 정의해보자면 ‘권위와 신분을 뛰어넘는 일을 소설적으로 가상하여 그린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얼핏 보면 고전과 SF는 서로 관련 없는, 오히려 정반대의 장르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정명섭 작가는 두 장르 사이에는 무엇보다 강한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바로 ‘꿈을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고전의 대부분은 이뤄질 수 없는 꿈을 얘기합니다. ‘홍길동’은 당대 사회의 보편적인 기준인 적서의 차별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줬고, ‘춘향전’에서는 기생 춘향과 암행어사가 된 양반 이몽룡의 결혼이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해피엔딩을 맞이했습니다. ……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의 줄임말인 SF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로서는 이뤄질 수 없거나 혹은 존재하지 않는 기술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_ 정명섭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작가의 말 중에서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속 다섯 단편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민족의 꿈을 반영하며 수없이 변형되어 온 고전을 SF라는 전혀 새로운 판에 앉혀 시대의 꿈을 반영한 이야기로 재탄생했다.
기술자의 피를 물려받은 심청이가 인당수에 뛰어든 이유(박애진 작가의 「깊고 푸른」), 간을 배달하기 위해 육지로 간 안드로이드와 클론 소녀의 만남(임태운 작가의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 해가 없는 ‘밤의 도시’ 소녀와 소년, 그리고 호랑이 외계인의 동화 같은 이야기(김이환 작가의 「밤의 도시」), 계모의 계략으로 우주에서 실종된 언니를 찾아 나선 우주비행사 홍련의 모험(정명섭 작가의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마음씨 착한 흥부와 형 놀부. ‘흥부의 과학’ 때문에 벌어진 형제의 난(김성희 작가의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이렇게 새로 쓰인 다섯 편의 소설과 기존 옛이야기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 요소 중 하나이다. 등장하는 인물이나 설정 등 공통점은 무엇인지, 인물은 그대로이고 배경만 바뀐 상황에서 이야기는 어떻게 다르게 전개되는지 비교해보며 이 책을 즐기는 것이다. 정반대의 장르처럼 보이는 두 이야기의 결합은 ‘고전’과 ‘SF’를 따로 떨어뜨려 놓았을 때보다 독자에게 훨씬 생생한 재미로 다가갈 것이다.
시대의 변화는 곧 여성캐릭터의 변화
앤솔러지의 첫 작품은 ‘심청전’을 모티프로 한 박애진 작가의 「깊고 푸른」이다. 이 작품은 작가의 어린 시절 기억 속 ‘왜?’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심청전’을 읽고 작가는 ‘왜 옛이야기에서는 늘 처녀를 제물로 바칠까?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라니 가슴 아픈 일이나 아버지의 눈을 뜨이게 하기 위해 죽기까지 해야 했을까? 사람의 목숨을 제물로 삼는 뱃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닐까? 왜 이야기 어디에도 그 사람들이 나쁘다는 말이 없을까?’ 하는 의문들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질문을 마음속에 품고 쓰기 시작한 「깊고 푸른」에는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도, 운명에 순응하는 여성 캐릭터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 ‘청이’는 할머니로부터 손기술을 그대로 물려받은 소녀다. 아버지가 눈을 잃자 공장에 출근해 먹고살 길을 마련한다. 그러다 손기술이 좋은 것으로 ‘정부고위’의 눈에 들게 되고, 깊고 푸른 바닷속에 가라앉은 ‘인당수 타워’에 뛰어드는 것도 스스로 선택한다. ‘심청전’의 청이처럼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살리기 위해, 자기 자신 역시 살아 돌아오기 위해 바다로 들어가는 것이다.
최근에는 마냥 수동적이었던 원작의 인물들, 특히 여성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로 재창조하는 경우가 많다. 「깊고 푸른」의 청이도 그러하다. 여자아이에게 착하고 순종적이고 희생적인 성품을 요구하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으며, 그만 지난 시대로 떠나보낼 때도 되었다. _작가의 말 중
박애진 작가의 말처럼 「깊고 푸른」의 청이는 적극적으로 자기 운명을 개척하는 인물이다. 이것이, 같은 ‘심청’이라는 인물을 데려다 SF의 주인공으로 삼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장 통쾌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 역시 독보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용궁주의 클론으로 태어나 간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코닐리오는 ‘토선생’처럼 꾀를 내기보다 타르타루가에게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전면승부를 택한다.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의 홍련 역시 언니 장화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주체적인 결정과 선택을 한다. 계모에게 학대 당하는 힘없고 약한 인물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필요할 때는 복수도 마다하지 않는 우주비행사 홍련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렇듯 옛이야기에서는 제물로 바쳐지고, 꾐에 넘어가 목숨을 잃거나 이용당하던 여성 캐릭터들이 새로운 시대와 장르를 만나 주체적인 모습으로 새롭게 재창조되었다.
폭발하는 상상력으로 재탄생한 다섯 편의 이야기
박애진 「깊고 푸른」
- ‘정부고위’에게 눈을 빼앗긴 아빠. 그런 아빠를 위해 청은 공장에 나가 일을 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아빠에게 물려받은 손기술로 기계들을 만지다가 십장과 정부고위의 눈에 든다. 얼마 전부터 심상치 않은 인당수 타워에 내려보낼 기술자가 필요했다며, 청에게 아빠와 마을 사람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한다. 실패하면? 청이도 아빠도 죽는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리라 다짐하고 바닷속으로 뛰어들지만, 깊고 푸른 바다는 결코 만만치 않다.
임태운 「당신의 간을 배달하기 위하여-코닐리오의 간」
- 용궁주의 명령으로 육지에 있는 ‘클론’의 간을 구하러 간 안드로이드 타르타루가. 수백 번 수행한 명령이지만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클론’은 좀 다르다. 코닐리오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호락호락하게 간을 내어줄 것 같지 않다. 심지어 간을 가져가려면 버킷리스트 이루는 데 협조를 하라는데. 타르타루가는 용궁주를 위한 싱싱한 간을 무사히 배달할 수 있을까?
김이환 「밤의 도시」
- 인공태양이 망가져 낮이 없어진 ‘밤의 도시’. 그곳에 사는 소녀 루비와 대학 입학 에세이를 쓰기 위해 낯선 도시로 여행을 온 소년 럭키의 이야기다. 두 아이는 들어가서는 안 되는 폐허로 들어가 오래된 문명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과연 어른들도 못 찾은 새로운 걸 우리가 찾을 수 있을까?
정명섭 「부활 행성-홍련의 모험」
- 우주비행사 홍련은 탐험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계모에게 “언니가 실종됐다”는 말을 듣는다. 장화의 우주선을 추적해본 결과 접근 금지 구역에 해당하는 ‘부활 행성’에 갔다가 실종된 것이 밝혀진다. 장화는 왜 접근 금지 구역에 갔을까? 홍련은 언니를 찾을 수 있을까?
김성희 「흥부는 답을 알고 있다」
- ‘흥부의 과학’으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과학 이론. 이로 인해 엄청난 부와 인기를 얻은 흥부. 그런 흥부의 자서전에 등장하는 최대 빌런 놀부는 억울하기만 하다. 박놀부 독점 인터뷰를 통해 ‘흥부의 과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두 형제는 무슨 사연으로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놀부는 왜 억울한지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