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했다
첫설을 맞았다
결혼식때 나와 공룡은 한복을 맞추지 않았다
거의 맨주먹으로 시작한 우리는 한복을 빌려입었었다
그래도 나는 새댁이라고 새언니에게 한복을 빌려서 시댁에 갔다
설날아침 우아하게 한복입고 세배드리는걸 상상하면서...
그때만 해도 설에 시댁엔 약 40명의 어른과 아이들이 북적댔었다
며칠전부터 나물하고 부침하고 밤마다 제대로 못자다 설 아침에는 새볔부터 일어나
차례상을 차린다
무릎나온 츄리닝에 세수도 못하고 일하기 일쑤다
상을 물리면 어른들 아침상을 차린다고 정신이 없다
와중에 머리 곱게 빗고 한복을 갈아입고 세배할 정신은 꿈도 못꾼다
츄리닝이나 벗고 평상복으로 대충 갈아입는것도 이방저방 빈방찾아 도는것도 어렵다
10년전...준비해간 한복은 끝내 상자도 못열어 보았다
그렇게 첫설이 지나고 나는 한번도 한복입고 절해본적이 없다 ㅠㅠ
몇년후 동서가 시집왔다
설에 나는 열나게 일하고 있는데 늦게 일어나 화장하고 한복으로 갈아입고
앞치마를 두르더라
한복에 기름튄다고 어머님은 저리가라고 하시더라
열이 뻗쳤다 ㅎㅎㅎ
"동서 지금 뭐해?" 이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걸 참았다
그 넓은 소매 한복입고 지금 일을 않하겠다는거지?...-내 심정이 그랬다-
여전히 며느리가 셋인 우리집
형님은 올망졸망 아들셋 간수하기도 힘들고...
막내도 여전히 꾀쟁이다 ㅎㅎㅎ
일하는 사람이 나보다야 늘 힘들겠지 하고 이해한다
이제 한 10년 지나니 그저 내일이거니 하면서 무심하다
그런데 가끔 한복 곱게 차려입고 세배하는 남의집 풍경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좀 이해가 안된다 ㅎㅎㅎ
세뱃돈이야기
사실 예전처럼 부모님께 용돈받기 힘든시절 아이들은 세뱃돈이 아주 귀했을꺼다
요즘은 너도나도 아이라면 꺼뻑 죽으면서 부모가 뭔들 안해주냐
요즘 아이들은 돈도 물건도 귀한줄 모른다
설날이다
아이들은 세배를 한다
세뱃돈도 이미 아이들 머리속으로 계산이 끝나있다
올해는 최소 수입 얼마 ㅎㅎㅎ
지들이 사고싶은 물건리스트들 주르륵 머리속에 다 있다
조카들이 너도나도 다 같더라
야~~이번에 수입이 얼마냐?
아...너무 짜다
장사(?) 안되네...
흐미 ~~~이게 뭔 말이다냐
절값을 주면서도 찝찝하다
내년에는 절대로 안줄꺼야 다짐을 한다
작은 선물이라도 챙겨줘야지 하다가 그 숫자에 놀라 포기한다 ㅠㅠ
울아빠는 꼭 세뱃돈 봉투에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서 주신다
올해 학교에 들어가는 우리큰놈...
봉투를 열어보더니
"엄마~~10만원이네
준수형 학교들어갈때는 할머니가 70만원 줬다는데
우리 할아버지랑 할머니는 가난해?"
순간 벙쪄서 고개를 못들겠더라
얼마나 민망했던지...
첫댓글나도 설에는 만두빚기 분당 1개에서 2개로 랩업(...)이라는 수확도 있었지. 마침 넷상에 돌아다니던 맏며느리 시조를 떠올리며 텁텁한 웃음 한 번 허공에 흘려보내다. 쳇- 웃기지마셔. 이시점에서 어머니 일손에 약간 더 보탬되는건 기쁘지만 장차 누구들만 좋을 일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음. 나는 종종 타인이 뼈빠지게
차려낸 옥반가효-_- 를 생각없이 '쳐'드시는 뱃심과 어쨌거나 수 십년간 짝 이뤄 이런들저런들어떠리 만수산드렁칡 타령 부르신 어머니들이 존경스럽다. 어떤 의미로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그 인내의 깊이에. 그게 바로 가부장 권력의 위력이라고? 아니- 저 쯤 이르면 단순한 역학구조 이상의 그무엇이 있지 않고선 불가능
첫댓글 나도 설에는 만두빚기 분당 1개에서 2개로 랩업(...)이라는 수확도 있었지. 마침 넷상에 돌아다니던 맏며느리 시조를 떠올리며 텁텁한 웃음 한 번 허공에 흘려보내다. 쳇- 웃기지마셔. 이시점에서 어머니 일손에 약간 더 보탬되는건 기쁘지만 장차 누구들만 좋을 일 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음. 나는 종종 타인이 뼈빠지게
차려낸 옥반가효-_- 를 생각없이 '쳐'드시는 뱃심과 어쨌거나 수 십년간 짝 이뤄 이런들저런들어떠리 만수산드렁칡 타령 부르신 어머니들이 존경스럽다. 어떤 의미로 사람의 한계를 넘어선 그 인내의 깊이에. 그게 바로 가부장 권력의 위력이라고? 아니- 저 쯤 이르면 단순한 역학구조 이상의 그무엇이 있지 않고선 불가능
하다 생각해. 농담도 조롱도 아니야. 정말 존경스럽다. 거의 초탈의 경지에 이른 심리, 신앙에 이른 인고. 요번 설에도 대단하셨습니다. 다음 설에도 대단해야지.<
옛이야기가 될 오늘의 이야기인지라....오늘도 좋은 하루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