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는 1895년 미국에서 고안된 스포츠. 당초 레크레이션에 가까웠던 배구가 본격적인 스포츠로 뿌리를 내린 것은 1918년 6인제가 정립되면서부터다. 현재 국제경기로 치러지고 있는 6인제 배구에서 팬이 가장 이해하기 힘든 룰은 바로 로테이션(rotation)이다. 로테이션 룰은 서브를 독점적으로 행사하지 않고 다른 선수에게도 서브 기회를 골고루 부여해 공평하게 경기를 이끌기 위해 고안됐다. 이 룰은 전술 구사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양팀 사령탑은 선수들의 위치이동으로 연출되는 다양한 포메이션에 따라 최선의 전술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상대의 허점을 뚫을 수 있는 벤치의 전술은 로테이션이라는 룰이 있어 더욱 다양하게 진화했다. 까다로운 로테이션 룰을 제대로 이해하면 한 차원 높은 배구의 묘미를 맛볼 수가 있다.

◇로테이션과 서브 순서
로테이션은 리시빙팀(수비팀)이 득점했을 때 서브권을 얻은 팀만 한다. 공격권을 뺏긴 팀 선수들의 위치는 그대로다. 로테이션 방향은 시계방향이다. 예컨대 오른쪽 코트 앞줄 왼쪽부터 4프런트레프트 3프런트센터 2프런트라이트가 서 있다가 공격권을 따내면 오른쪽으로 한칸씩 이동하게 된다<그림 1 참조>. 그래서 앞줄은 왼쪽부터 5→4→3순으로 위치하게 되고 앞줄에서 뒤로 밀려간 2는 뒷줄 오른쪽(원래 1 자리)이 서버의 자리이기 때문에 서브를 하게 된다. 이를 뒤집어서 얘기하면 서브 순서는 1백라이트→2프런트라이트→3프런트센터→4프런트레프트→5백레프트→6백센터 순이다. 여기서 말하는 라이트, 센터, 레프트는 배구에서 말하는 포지션이 아니라 세트를 시작할 때 코트 전·후위에 포진한 단순 위치를 가리킨다. 통상 경기 중 부르는 실제 포지션 이름은 다르며 현대배구에서는 대개 한 경기에 레프트 2명, 센터 2명, 라이트 1명, 세터 1명을 투입한다.
◇스타팅 라인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로테이션
감독은 각 세트 개시 전 라인업 시트에 6명의 스타팅 멤버를 기입하여 부심이나 기록원에게 제출하는데 이게 바로 로테이션 및 서브 순서가 된다. 매 세트마다 라인업을 달리 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상황에 따라 사령탑의 치열한 오더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오더싸움에 의한 전술의 승부수
올 시즌 남자 프로배구에서 오더 싸움을 통해 전술적인 개가를 올린 경기를 살펴보자. 지난해 12월 23일 삼성화재-LIG손해보험전은 스타팅 라인업에 변화를 준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승부수가 빛을 발한 명승부로 꼽힌다. 신 감독은 이날 LIG손보의 피라타가 부상으로 뛰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1세트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LIG손보의 김요한만 틀어막으면 승산이 높다고 판단해 207㎝의 장신인 가빈을 평소와 달리 스타팅 라인업에 후위에 포진하는 1번 백라이트로 써냈다. 이는 로테이션을 통해 가빈이 전위에 나섰을 때 김요한과 매치업을 이루게 하려는 전술. 신 감독은 평소에는 가빈을 스타팅 라인업에서 전위인 4번 프런트 레프트로 주로 썼다. 이날 신 감독의 오더싸움은 제대로 들어맞았다. 김요한은 1세트에서 가빈의 높이에 주눅이 들었고, 삼성화재는 1세트를 25-15로 따내며 3-0 완승에 발판을 닦았다. 오더싸움이 승리를 부른 쾌거였다.

◇포지셔널 폴트
서브를 때리는 순간 양팀 선수들은 로테이션에 따른 올바른 위치에 포진하고 있어야 한다. 바른 위치에 자리하지 않으면 포지셔널 폴트가 선언되기 때문이다. 서브 순간 백 플레이어는 자기와 포지션이 같은 프런트 플레이어보다 조금이라도 뒤에 있지 않으면 안 된다<그림2-가>. 동일 선상에 있어도 포지셔널 폴트가 선언된다. 프런트 플레이어, 백 플레이어끼리의 위치도 세심한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예를 들어 레프트 선수가 센터 선수보다 우측에 있어도 반칙이 선언되기 때문이다<그림 2-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