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미일 반도체 마찰을 상기시키는 미중 무역전쟁 -
- 결과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상황과 외교 면에서 결정될 것 -
□ 세계 1위 대국 자리를 차지해 낸 미국,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려는 대응
ㅇ 미국, 2차 대전 이후 세계 1위의 대국으로 성장
- 제2차 산업 혁명으로 풍부한 석유 자원을 가지고 있던 미국은 영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공업국으로 도약
- 제1차 세계 대전(1914년) 군수 경기와 제2차 세계 대전(1945년)을 겪으면서 유럽 국가들과 소련이 무너지는 가운데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성장
ㅇ 1980년대 일본의 성장과 미국의 대응
- 고도 경제 성장과 오일 쇼크를 극복하고 세계 2위로 자리 잡은 일본에 미국은 ‘플라자 합의’와 ‘미일 반도체 협정’ 등으로 대응하여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를 초래
- 경쟁 상대가 없던 90년대, 미국은 마이크로 소프트와 인텔이 전 세계 반도체와 컴퓨터 시장을 장악. 2000년대에 들어서는 IT 혁명으로 앞서나가 다시 압도적 1위로 자리잡음.
□ 일본을 뒤흔들었던 미일 반도체 마찰(1983년)과 미일 반도체 협정(1986년)이란?
ㅇ 1980년대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도시바 등 일본 반도체 업체가 압도적인 성장세로 미국의 반도체기업을 위협, 당시 미 레이건 대통령은 상무부에 일본 덤핑 문제 조사를 명령
-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의 반짝 수요가 끝나자 미국 반도체 시장은 대 불황으로 전락. 시장의 급변은 열세였던 미국 반도체 업체에 큰 타격을 주었고, 미일 반도체 마찰은 더욱 과열됨.
-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같은 해 대규모 해고, 인텔과 내셔널 세미 컨덕터(NS), 모토롤라도 가동시간을 단축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처함.
- 마이크론은 1985년 일본 반도체 업체 7개사가 부당하게 DRAM을 매매하고 있다는 덤핑 소송으로 일본 기업을 공격.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와 NS도 덤핑 소송을 진행
ㅇ 이는 1986년 ‘미일 반도체 협정’이 체결되는 사태로 진전, 미국이 일본에 미국산 반도체 수입 촉진을 강요하는 것이 허용됨.
ㅇ 미일 반도체 협정에 따라 미일 마찰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미국은 다시 일본의 제3국 시장에서의 덤핑을 이유로 1987년추가 보복 조치를 발표, 미일은 전후 최대의 긴장 상태에 돌입했음.
- 레이건 대통령은 일본이 반도체 협정을 위반한 것에 대해 손해 배상액으로 3억 달러를 상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일제 컴퓨터나 TV, 전동 공구에 대해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100%의 보복 관세를 발표함.
- 또한 미국 국방부는 후지쯔의 페어차일드 인수를 저지하는 등 일본 기업에 대한 보복이 이어짐.
ㅇ 미국의 엄청난 압력이라는 시련을 일본 반도체 업게는 제조 기술 향상으로 대응, 맞서나감.
- 80년대 후반, 일본의 반도체 대기업 30개사의 매출액은 4조 엔으로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며 반도체 마찰이 일어나기 전에 비해 2배로 확대됨.
ㅇ 한편 일본 반도체 산업 약화에 성공하지 못한 미국은 새로운 미일 반도체 협정을 체결. 컴퓨터나 TV, 전동 공구에 대한 100 %의 보복 관세는 해제되었지만, 일본 시장에서 외국 반도체 점유율을 20 % 이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수치 목표가 설정됨.
- 또한, 동 시기 미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지적 재산권에 의한 침해를 이유로 일본 기업을 공격. 일본 반도체 업체가 지불한 특허료는 몇 천억 엔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짐.
ㅇ 90년대 초반, 미국 반도체 산업의 회복으로 대일 제재는 종료 수순
세계 반도체 순위 추이(1987~1993년)
자료원: LIMO자료를 바탕으로 KOTRA 도쿄 무역관 작성
- 미일 반도체 마찰 시작부터 10년이 경과한 1992년에는 컴퓨터 수요에 힘 입어 인텔(Intel)이 성장, 미국 반도체 업계가 회복경향을 보임.
- DRAM에서는 한국 삼성이 일본의 새로운 위협이 되어, 앞에는 인텔, 뒤에서는 삼성이 위협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시기
- 1993년에는 마이크로소프트의 Windows3.1, 1995년에는 Windows95가 전세계에 보급되어 미국 기업이 전자 업계의 패권을 탈환. 가전 및 오디오 장비에 강했던 일본 세력은 서서히 후퇴
- 1994년 미국은 제2차 미일 반도체 협정(91년 개정) 종료를 결정, 미일 반도체 마찰은 시작된 지 13년 후인 1996년에 마침내 종결됨.
□ 미일 반도체 마찰과 같이 최첨단 기술 전쟁의 성격도 띠는 미중 무역전쟁
ㅇ 이번에는 중국 정부가 최첨단 기술 제조 강국을 목표로 세운 국가 정책 ‘중국제조2025’가 미국의 경계 대상
- 2009년에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 중국. 그러나 중국의 제조업은 빠르게 성장한 반면, 반도체 기업은 세계 10위 안에 아직 한 곳도 들어가지 못함.
ㅇ 한편 중국은 첨단 반도체 개발에서 한발 뒤쳐졌지만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같은 인터넷 대기업에 의한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은 미국을 따라 잡을 정도. 거대한 시장을 가진 중국은 이 분야에서 미국 기업의 중국 진입을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 분야에서 중국 기업의 성장을 억제하지 못하고 있음.
ㅇ 또한 AI와 자동 운전, 얼굴 인식에 의한 감시 카메라 시스템 등의 분야에서도 중국은 독자적인 진화를 시작하여 미국은 중국을 경계하기 시작함.
- 미국 정부는 2018년 중국의 스마트폰 제조업체 ZTE에 전자 부품 판매를 금지를 명령, 눈에 띄는 성장을 제재하려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섬.
- 9월에는 대중국 무역 적자의 절반(약 2500억 달러) 가까이까지 과세 제재를 확대. 미중 양국은 무역과 최첨단 기술분야에서 격렬하게 충돌하고 있음.
□ 미일과 미중 최첨단기술 전쟁의 차이와 그 전망은?
ㅇ 과거 ‘미일 반도체 마찰’과 이번 ‘미중 무역전쟁 및 최첨단전쟁’을 비교해보면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데, 미일 반도체 마찰은 일본이 미국을 넘어선 다음에 발생한 것에 비해, 이번 미중 무역전쟁이 일어난 시점에서는 아직까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했다는 점임.
ㅇ 따라서 미국은 현단계에서 대중국 반도체 직접 규제를 가하지는 않고, 미국의 최첨단 반도체를 중국기업에 판매하지 않음으로써 중국의 최첨단 산업의 근본적인 성장을 막으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음.
-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전자기기의 수출로 수익을 올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를 미국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어 더 큰 이득은 미국이 얻고 있음.
ㅇ 그러나 이번 ‘중국제조2025’에서는 반도체의 국산화를 장래 7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내걸고 있는 바, 이런 반도체 국산화의 움직임이 진행될수록 미국의 보복조치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임.
ㅇ 한편 전자기기 산업신문 상해지사 국장 K씨에 따르면, “미일 반도체 마찰 당시, 미국은 일본의 '반도체'에 초점을 맞춰 보복했다.그러나, 이번에는 미중 양국에서 다양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여 보복 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반도체'가 특정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중 반도체에 관한 분쟁에 대해서는 아직 냉정하게 보고 있는 상황에 있다.”라고 진술.
- 이어 “과거의 역사로부터 배울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세계 경제 대국의 정상을 다투는 나라끼리는 언젠가 충돌하고 경제적인 분쟁으로 발전한다. 그리고 화해하는데 10년이 넘는 세월을 필요로 한다.”고도 언급.
- 이러한 대응방식의 차이가 결과를 어떻게 좌지우지할지는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으나 관계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과거 일본의 경험과 비추어보면 더 이상 장기화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세계 경제 둔화를 막을 것으로 보임.
미국·중국·일본 3국 간 GDP 추이 및 전망
자료원: LIMO자료를 바탕으로 도쿄 무역관 작성
□ 시사점
ㅇ 현재 반도체를 포함한 최첨단 기술 산업에 있어서 최대의 관심사인 ‘미중 무역전쟁’, 중국 반도체 산업이 향후 몇 년에 걸쳐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은 틀림 없음. 그 때 미국을 비롯한 ‘반도체 선진국’이 어떤 조치를 취해 올 것인지 중장기적으로 볼 필요가 있음.
- 닛코어셋매니지먼트 M 담당자는 “중국의 반도체산업은 최첨단 기술면에서의 경쟁력 부족과 기술자 부족 뿐만 아니라 해외기업 인수 시 각국 정부의 거부 가능성 등 과제도 많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수요를 배경으로 신경제가 견인하는 질 높은 경제 성장을 목표로 하는 중국 정부의 주도하에 향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이룰 것으로 생각된다”고 언급
ㅇ 미일 반도체 마찰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진 미중 무역전쟁,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각국의 경제상황과 외교 면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임.
- (① 시기 차이) 일본의 경우 무역마찰이 심각해진 이후에 보복이 시작된 것에 비해, 중국에 대한 제재는 기술력을 따라잡기도 전에 시작되었음. 여기에는 중국의 가파른 최첨단 기술 성장세가 일조한 것으로 보임. 미국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이러한 압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임.
- (② 대응 차이) 최종적으로는 국력으로 승패가 나뉜 일본의 경우, 오히려 미국의 압력으로 기술력 향상에 박차가 가해짐. 그러나 중국의 경우 미국이 보복관세 조치를 취하면 똑같이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등 다른 방식을 보임. 한편, 미국은 보복관세, 지식재산권, 매수방해, 수량규제, 환율조항 등 일본에 대응했던 것처럼 다양한 방법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됨.
ㅇ 반도체 선진국인 한국 역시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에 따라 그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바, 통상 분쟁 동향을 참고하여 반도체 산업 면에서의 대응 및 향후 첨단기술 산업 패러다임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 기업 차원에서의 전략 수립을 고민할 필요가 있음.
자료원: 리모미디어, 산업타임즈사 등 KOTRA 도쿄 무역관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