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어제(2월 14일) 임시국회의 대정부질문을 보면서 인기 대하드라마 ‘이순신’이 떠올랐다. 1590년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된 김성일과 정동영 NSC상임위원장의 모습이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다.
김성일 그는 1589년 의정부 사인으로 있을 때,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등장한 일본 사정을 탐지하려고 파견된 통신사의 부사로 임명되었다. 서인인 황윤길이 통신사를 맡았고, 동인인 김성일이 부사를 맡아 일본에 간 것이다.
1년 동안 일본에 머물다 돌아온 통신사 일행은 선조에게 상소를 올렸는데, 통신사인 황윤길은 일본이 내침할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부사인 김성일은 그렇지 않다고 보고했다. 이렇듯 상반된 보고가 올라왔으나, 동인이 득세를 하던 조정에선 황윤길의 보고가 묵살되고 말았다.
그 후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김성일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자, 김성일은 민심이 혼란해지는 것을 완화하려는 의도였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었다. 김성일은 전쟁대비 보다는 일본과 선린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닌 동인세력의 위축을 막기 위해 거짓보고를 올린 것이다. 이것은 유성룡이 율곡 이이의 10만 양병설에 반대했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임진왜란을 앞두고 벌어진 서인과 동인의 모습이 400여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2월 14일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북한 핵 보유선언에 대한 책임추궁이 벌어지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를 “핵 보유선언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핵을 보유한 것으로 보지 않는 이유로 “(북한이)10여 차례 이 같은 주장을 반복했고, 핵 실험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국가가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때, 쓰이는 것이 외교부 성명이다. 그런데, 북한의 외교뷰 성명이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NSC상임위원장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이해 못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외교부 성명 이상으로 무엇을 내놓아야 시인을 하겠다는 말인가?
그런 정동영 장관의 모습을 보면서, 조정의 동인세력이 위축될까 두려워 내침이 없을 것이라고 거짓말을 했던 김성일 부사가 떠오른다. 나라의 안전과 국민의 안위에 대해선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혹세무민하던 못된 습성이 다시 살아나온 것에 분통이 터진다.
“북한의 핵 폭탄이 서울에 떨어져 불바다가 되어서야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할 텐가”라는 네티즌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참으로 못쓸 사람들이다. 어찌 저런 사람들이 국가의 안전보장을 책임지는 수장을 차지하고 있는지, 그걸 믿고 사는 국민들은 또 얼마나 불쌍한 존재인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6.25가 일어나고 인민군이 서울에 입성하기 전까지 이승만 정권은 국민들에게 위험을 알리지 않았다. 자신들만 대전으로 피난가고, 뒤늦게 피난가기 위해 나선 시민들이 한강교를 넘어가는 동안 ‘한강인도교’를 폭파하여 수많은 시민들을 수장시키고 말았다.
또 97년 IMF구제금융 사태가 몰아닥칠 때도 김영삼 정권은 국민들을 향해 끄떡없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국고에 외환보유고가 30억 달러까지 내려갔음에도 이에 대해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그리고 국민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께’처럼 IMF를 맞아야 했다.
지금 김정일 정권의 핵 보유 선언 사태도 마찬가지다. 2월 10일 김정일 정권이 핵 보유 선언을 할 때까지 노무현 정권과 정동영 장관은 6자회담을 낙관했고, 여권은 개성공단에 대한 ‘부푼’뉴스를 내보내기 바빴고, 마구잡이식으로 남북정상회담을 피력했다.
그리고 김정일 정권의 핵 보유 선언이 있은 뒤에도, 이를 반성하는 ‘일말의 양심’도 찾아볼 길이 없다. 오히려 김정일 정권과 화해협력을 시도한 여권의 입지가 위축될까봐 ‘있는 사실’마저도 외면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공식적으로 핵 보유 선언을 했음에도 한국은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에 대한 기본적 마인드조차 찾아볼 길이 없다. 오직 머릿속에는 자신이 속한 여권의 당리당략으로 꽉 채워져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떠들던 ‘실사구시’는 어디 갔고, ‘국가’와 ‘국민’은 또 어디에 있는 것인가?
제발 부탁하건데, 정동영 장관은 김성일 - 신성모 - 강경식의 계보를 잇지 않기 바란다. 김성일 - 신성모 - 강경식 - 정동영으로 이어지는 계보에 속해 스스로 망해가는 것이야 필자가 뭐라고 할 바 아니지만, 그로 인해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아야 하는 국민들이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필자는 정말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정동영 장관에게 부탁한다. 정동영 장관! 정신 차리시오. 정신 차릴 능력이 안 되면 그 자릴 내려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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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 잘~인용했네요...좋은 글 입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현재의 대한민국 현실과 꼭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