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자신감에 대하여
늘푸른언덕
가정의 달 5월입니다.
해마다 이 때가 되면 블로그를 통하여 가정의 다양한 구성원에 대하여 생각하며 이를 소재로 한 글머리를 찾아 가정의 소중함을 묵상하곤 합니다.
이번 2024년 가정의 달로 접어든 지난 주에는 세상을 경악케 한 사건이 일어나 사회적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바로 지난 5월 6일 서초구에서 발생한 '수능 만점자 의대생의 여친 살인사건'입니다.
이미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하여 세상에 드러난 이 사건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강남역 9번 출구 앞 15층 건물 옥상에서 헤어지자는 여자친구 A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20대 남성 최 모 씨는 조사 결과 전국 수능고사에서 만점을 받은 재원으로 밝혀졌습니다. 더구나 그 살인이 말다툼 끝에 벌어진 우발적인 살인 사건이 아닌 불과 범행 2시간 전에 자신의 집 근처인 대형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범행 장소로 불러냈다는 정황을 통해 계획적인 살인으로 판명 났습니다. 그 이후 피의자의 상세한 신분 정보가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 청년은 바로 2018년 전국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매스컴을 통하여 잘 알려진 장래가 촉망되던 재원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이 청년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차례의 유급을 받았고 주위 동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점차 내면에 자리했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이 드러나면서 중학교 동창에서 연인 관계로 발전한 자신의 여자친구의 데이트 살인이라는 비극을 자초하였습니다.
이 젊은 청년의 그동안 내면의 변화를 일일이 추적하기 어렵지만 언론 보도를 통하여 나타난 사실의 이면에는 숨겨진 자의식의 쇠락과 정신적인 혼란으로 심한 내적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수능 만점이란 세상적인 영광을 안고 성공 가도의 순탄한 길을 걸을 것 같았던 성공 방정식에 심각한 오류가 드러난 사건입니다. 수능 만점으로 빛나면서 하늘을 찌를 것 같았던 그 자신감은 하루 아침에 살인자란 오명으로 물거품이 되어 버려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과 성공지상주의 사회에 깊은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한 사건입니다.
돈과 권력의 세상적인 성공 방정식이 잉태한 물질주의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세계에는 그들만의 리그에 존재하는 묘한 자신감이 도사리고 있고 그들은 그 자신감으로 세상을 포효하며 살아갑니다.
이러한 자신감을 풍자하여 만들어낸 유명한 신조어가 있는데 바로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근자감’이란 단어입니다.
근자감 : 근거 없는 자신감의 줄임말로
2009년부터 급확산된 신조어이며
민폐로 분류되는 성질 중의 하나
나무위키
인생의 삶의 여정에서 아침 이슬이나 신기루와 같이 잠시 생겼거나 보였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영화와 같이 일시적인 부와 권력이 양산해 낸 일시적인 자신감은 마치 상품의 유효기간처럼 지극히 제한적임을 곧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유한한 부귀영화와 삶의 덧없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이야기를 성경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지혜의 상징으로 대표되는 솔로몬 왕의 화려했던 삶과 그의 유언과 같은 명언입니다.
이스라엘 역대 왕 중에서 최고의 왕으로 일컫는 다윗 왕의 아들로 통일 이스라엘 왕조의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한 솔로몬 왕이 그의 저서 전도서에서 유명한 한 마디를 남깁니다.
솔로몬은 다윗을 이어 왕이 되었을 때 하나님께 일천 번제를 드리게 됩니다. 그런 솔로몬에게 하나님께서 나타나 “내가 네게 무엇을 줄꼬 너는 구하라”고 했을 때 지혜를 구하게 됩니다. 그 지혜를 통하여 많은 백성들을 지혜롭게 치리하게 되자 하나님께서는 그 위에 부귀영화까지 주시며 축복하셨습니다. 그 모든 것을 모두 누렸던 솔로몬 왕은 인생의 황혼 녘에 전도서를 통하여 이런 고백을 합니다.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 왕 전도자의 말씀이라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전도서 1장 1절~3절
그리고 전도서 마지막 장에서 부귀영화도 지혜도 헛되지만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 것이 사람의 본분이라고 덧부칩니다.
이러한 아침 이슬같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일시적인 자신감을 근자감이라고 한다면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의 대척점에 설 수 있는 자신감을 ‘합리적인 자신감’이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합리적인 자신감을 이야기할 때 독일 주재원 시절 들었던 흥미로운 이야기 하나가 생각납니다.
독일 주재원 시절, 당시 섬겼던 교회는 함부르크 한인 선교교회였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유학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당시 함부르크에도 음악을 공부하는 유학생들이 많았습니다. 함부르크 한인 선교교회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성악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교회에 모여 찬양대를 구성하였는데 불과 20여 명의 소리가 만들어내는 합창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습니다. 지금도 그 찬양 소리를 결코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 학생들은 성악을 공부하면서 당시 유럽에서 실시하는 유명 콩쿠르에 출전을 하여 입상하는 것이 자신들의 진로에 큰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많은 학생들이 제각기 콩쿠르에 출전합니다. 제가 있던 교회에서 당시 유명 콩쿠르에 출전하여 대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는데 그 중에 소프라노였던 이윤정(현재 한국에서 유명 소프라노 활동 중) 씨의 일화가 그 합리적인 자신감을 대변합니다.
이 친구는 당시 세계 유명 콩쿠르 중에서 가장 권위 있다고 하는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에 출전하게 됩니다.
당시 기라성 같은 성악전공자들이 모인 대회에서 무난히 예선을 통과하여 최종 결선에 올라가는 좋은 성적을 보였는데 하필 최종 결선 무대가 펼쳐지던 날 아침에 심한 목감기로 소리가 나오지 않는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최선의 상태로 무대에 서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처하게 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최종 결선을 앞둔 그 날 아침 이 학생은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절박하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중에 갑자기 믿을 수 없는 평안함이 몰려들면서 자신이 가졌던 모든 욕심을 내려 놓게 되었다는 간증입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 무대에 올랐고 자신이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결선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하나님께 드리는 마음으로 찬양하듯이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그랑프리’라는 큰 영광을 얻게 됩니다.
믿을 수 없는 ‘합리적인 자신감의 쾌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자녀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로 자녀가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곧 자녀에게 합리적인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둡니다.
합리적인 자신감이란 자녀가 자신의 삶에 하나님께서 개입하고 있다고 믿는 확고한 믿음입니다.
자녀들이 그 삶의 과정에서 그들의 삶의 주인이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모든 삶의 결과를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 올려드릴 때 그 자녀의 삶은 부모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살아봐서 잘 알 듯이 우리들의 삶의 과정은 끊임없는 무한 경쟁과 시련과 극복이라는 도전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자녀들은 그 삶에서 철저히 승부사로 서야 할 때가 많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그 때 그 자녀들이 스스로 경쟁에서 이길 확실한 정신적인 보험 하나를 들고 있다는 사실이 내재화 됐을 때 비로소 자녀들은 그 도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집니다.
가령 어떤 승부를 가려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실력이 80%라고 가정해 봅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실력을 있는 그대로 80% 발휘합니다.
그런데 어떤 이는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하거나 긴장한 탓에 자기 실력의 50%도 채 발휘하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그런데 어떤 이는 자신의 실력 이상인 100% 또는 120% 이상을 발휘합니다.
모든 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쾌거이며 자녀들이 가져야 할 자신감이라는 데 부정할 이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 힘을 어떻게 자녀들이 갖게 하느냐의 문제로 남습니다.
그것은 철저히 믿음의 문제입니다.
세상은 그 믿음을 자신에게서 찾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그 힘의 원천과 믿음의 원천을 하나님께 의지합니다.
믿음의 원천의 근본적인 차이입니다.
그렇다고 믿음의 자녀들이 항상 승리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실패를 해석하고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그 실패 속에 담긴 주인의 뜻을 묵상하기 시작합니다.
삶에서 의연해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입니다.
아름다운 실패까지도 인정하는 법을 배우며 겸손한 승리자로 성장합니다.
성경 속에서 전해지는 유명한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는 오늘의 화두인 합리적인 자신감을 입체적으로 잘 전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적으로 견줄 수 없는 싸움 상대인 거인 골리앗을 향하여 전혀 주눅 들지 않고 호기롭게 외치는 다윗의 선포와도 같은 이 한마디는 이 경쟁 사회를 건강하게 이겨내야 할 영적 처방전과도 같습니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이르되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아 오거니와
나는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
곧 네가 모욕하는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 이름으로 네게 나아가노라
사무엘상 17장 45절
죽는 날까지 영적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신앙인의 삶에서 꼭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자신감, 바로 영적 자신감입니다. 오늘날까지 이루어진 역사의 이면에는 이러한 영적 자신감들이 은혜의 강물 되어 도도히 흘러 왔으며 내일도 변함없이 그러할 것임을 믿습니다.
첫댓글 가정의 달!
죽는 날까지 다양한 승부를 치러야하는 전쟁 같은 삶의 현장에서
당당히 승리하기 위해 필요한 '합리적인 자신감'에 대하여 묵상해 봅니다.
<늘푸른 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