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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동성애에 관련된 소설이라, 동성애에 관해 부정적인 견해나
좋지 못한 시선으로 바라보시고 계신다면 부디 뒤로 가주세요 ^^
Rainbow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자꾸 무언가가 가슴 속에서 요동친다.
그래서 과거를 뒤돌아 보면 그 곳에는 아무도것도 없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는 점심때가 되어서야 그쳐간다.
사회라는 험난한 도시에 발을 들여놓은지 얼마되지 않아서
나는 엘리트 코스라는 고속열차를 타고 거침없이 2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대기업의 이사 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다.
" 한결씨 "
나를 뒤에서 톡 건드는 간드러지는 목소리.
뒤돌아 보면 환하게 웃고있는 나의 여인.
나를 사랑해주고 나를 바라봐주는 나의 약혼녀 하연이다.
하연은 나를 기업의 희망, 받침대라고 믿고 지원해주시는 사장님의 딸이기도 하다.
하연이의 손을 잡을 때 느껴지는 반지의 감촉을 잊을 수가 없다.
그녀에게 내 사랑을 맹세하며 준 약혼 반지이다.
아직도 나는 의문이다.
이렇게 그녀와 가구를 고르면서도 내가 진정으로 이 여자를 사랑하나,
그렇지 못하다면 그녀가 받을 상처가 두렵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도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듯 사라져 버린다.
탄탄한 나의 인생에 이 여자는 그저 순리일지도 모른다.
순리대로 적당한 학벌에 여자와 교제 후 약혼에 결혼 준비까지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순리대로 따르라 '
그렇게 물 흐르듯 흘러가버리면 소중한 것을 잃지는 않을까 무섭고
이런 내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나 역시 이 여자를 포기할 수 없다.
어쩌면 내가 하연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사랑이 아닌, 나의 헛된 오기 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한 녀석.
예전에는 그 녀석을 생각하면 웃음이 먼저 번졌지만,
이제는 한숨이라는 불씨가 가슴 속에서 번져가 새까맣게 타들어 간다.
" 한결씨? 한결씨...? "
" 어...? 어어 "
" 요즘 무슨 일 있어? 얼굴 빛이 안 좋아 "
" 아 아냐, 아무것도. "
" 무슨 가구가 좋을까? 엔틱한거? 우리 그냥 모던으로 할까? "
" 엔틱도 좋고, 모던도 좋고 "
" 음... 모던으로 하자. 신혼 분위기랑 안 맞으니까 "
" 신혼.... 신혼 분위기란게 뭘까 "
" 좀 아기자기해야지. 엔틱은 너무 노인네 냄새 나잖아 "
" 그럼 모던으로 가구를 배치했다가 우리가 노인이 되면? "
" 그러면 바꾸면 되지 뭐가 걱정되 "
그녀는 항상 이런식이다.
금방금방 갈아치운다. 현명하고 이해심 많은 그녀지만 역시 어릴적부터 힘들게 살아온 나와는 달리
풍족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가구나 고가품들을 있는대로 구입한후,
계절이 바뀌거나 유행의 질서가 바뀌게 되면 마음대로 이것저것 다 갈아치우고 새 것을
손에 쥐어 온다.
그녀 앞에서의 나.그 녀석 앞에서의 나.
어느것이 진짜 나일까.
*
오지말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가는게 좋겠다 싶어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 예전부터 사고싶었던
정장을 구입했다.
음. 한결이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이것저것 꺼내어 입어보다가 문득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봤다.
지난 날을 돌아보니 벌써 14년이나 흘렀어,
한결이는 중학생때 부터 공부도 일등에 상장까지 여학생들의 인기도 항상 독차지했지.
그에 반해 난 똑같지 예나 지금이나 어딜가든 왕따 못난이.
그렇게 속앓이 하던 내 곁을 항상 지켜주던 한결이였다.
그런 한결이는 나에게 분신같은 존재, 없어서는 안될 보물 1호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나는 정장을 벗고 다시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지갑속에는 14년전 모습의 나와 한결이가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 아직도 남아있다.
2년정도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연락이 된지 어연 1년째.
그때의 그 설레임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가버린 줄 알았는데. 나는 새까맣게 잊고 살 줄 알았는데.
술에 취한 목소리로 웅얼거리며 말했지만 나는 그때 그 목소리,
그리고 한결이가 한 마지막 말을 잊을 수가 없다.
' 보고싶어 '
너도 그리웠구나. 나도 많이 그리웠는데.
이렇게 2년을 우리는 그리워했고, 1년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수많은 세월.
그녀에게 내 자리를 비켜주는것과 동시에 그 수많은 세월을, 언제 끝이날지 모를 그 세월들을.
기다림속에서 살아야 한다.
에라이, 이런 잡생각 말고 한결이의 행복이나 빌어주자.
침대위에 다소곳히 올라가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기도를 올리려는 찰나,
요란한 초인종 소리가 울린다.
" 누구세요? "
" 나야 정한결! "
문을 열자마자 나를 와락 껴안고 내가 말할 틈도 주지않는 한결이.
" 아아, 야 숨막혀! 이거 놔 - "
" 진~짜! 오랜만이다 동욱아! "
" 어제봤으면서 뭐가 또 오랜만이야 이 녀석아 "
한결은 멋쩍스레 웃으며 한 손에 쥔 검은 봉지를 달랑이며
" 한 잔 할래? "
*
한결과 동욱은 자리에 마주 하고 앉았다.
이게 얼마만의 자리냐 싶은 생각에 한결과 동욱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길고 두꺼운 맥주잔 가득 맥주를 따르며 한결이 소리친다.
" 건배! "
기분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동욱이 신나하며 원샷을 한다.
" 캬아 - "
" 진짜 맛 좋네 "
남자답게 원샷을 한 둘은 또다시 부어라 마셔라 하며 술을 끊임없이 들이킨다.
알딸딸하게 술에 취한 한결이 동욱의 비어있는 옆자리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이 동욱의 애완동물인냥 동욱의 품에 폭 안긴다.
동욱은 자연스레 한결의 검은 머리결을 쓰다듬어 주었다.
술에 취해 마구 노래를 부르며 언성을 높이던 한결의 목소리가,
점점 차분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한결은 조용히 속삭인다.
" 동욱아..... 동욱아.... 야 임마! 민동욱! "
" 아씨.. 왜에 왜 정한결! "
" 에휴우.... "
" 술냄새나. 한숨 쉬지마 "
" 자식 오랜만에 안겨주니까 기분좋지? "
" 너야 말로 오랜만에 품어주니까 기분좋잖아 "
" 그래 임마. 나 기분좋다.너무너무 좋아서 죽을 것같애. "
"..........."
" ............. "
" 행복하냐? "
동욱이 넌지시 한결에게 묻는다.
한결은 두 눈을 꼭 감는다.동욱의 품에 안긴게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여유를 부린다.
" 말할 수가 없어. 행복했다가 안 행복했다가. 웃다가 울다가. 요즘 내가 오춘기인가 보다 오춘기! "
" ....... 행복하게 잘 살아 "
" 나 지금 진짜 무서운게 뭔 줄 알아? 니가 날 떠나도 음.. 한동안 슬프겠지만 참을 만해.
근데 있잖아......... 행복 할 수가 없을것 같애. 행복해질 수가 없어. "
" 우리가 함께했던 추억을 다 술에 담아. 그리고 마시고 잊어버려. 넌 새출발을 해야해.
나같은 바보같은 놈 만나서 느끼는 행복보다는.. 예쁜 아내와 예쁜 자녀들과 함께 느끼는
행복이 지금의 너에게는 더 중요해. "
" 돌이켜 보면 나는 헛걸음 이였어. 원하여 구걸하며 헛것을 사고파는 허풍의 거품 속에
뒤덮여 있던 거였어. "
" .......... "
" 내게 남은 진짜는 오직 너 뿐이야. "
동욱은 더 이상 이런 인성을 견딜 수가 없는지,
한결을 품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가만히 혼자서 맥주를 들이켰다.
동욱은 혼미해지는 정신력과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
"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마 "
한결은 조용히 자신의 감정을 타이르는듯 동욱에게 말했다.
동욱은 한결을 뚫어져다 쳐다보며 내뱉듯히 말했다.
" 나 사랑해 ? "
한결은 고개를 숙였다.
사랑한다고 말해버리면. 여기서 나 정한결은 민동욱이란 사람을 사랑합니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해가 아닌 사람이 사람을 사랑합니다 라고 말해버리면.
그렇게 되버리면 동욱과의 행복이 끝나버릴 것 같다고 느껴졌다.
술과 함께 자꾸 격해지는 감정.
머리 속은 멍해진 채 암전.
이대로 널 완전 잃어버릴 망정.
동욱은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그리고 입을 열고 새어나오는 말을 조심스레 나열한다.
" 오늘 밤은 내 곁을 떠나지마 "
동욱이 한결의 손을 잡았다.
따뜻하다. 이렇게 손을 잡을 날도 오늘이 끝이겠지.
오늘이 지나면 넌 그녀의 남자일 테니까.
넌 더 이상 나만의 정한결이 아니야. 나를 위해 살아가는 정한결이 아니야.
너에게는 책임이 있어. 나를 책임질 수는 없으니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해.
그녀를 사랑해줘. 제발 나를 잊고 그녀와 행복해.
그렇지만........... 오늘만은 마지막으로 나,민동욱만의 정한결이 되어줘.
어느덧 자정을 넘긴 새벽 서로가 서로에게 취해서
너나 할것 없이 서로가 서로의 따스한 품에 기대었다.
한결은 동욱의 품에. 동욱은 한결의 품에.
눈물은 감추었지만 슬픔은 감추지 못한채.
어떻게 사랑이라는게 이리도 간절해 이리도 목을 메.
이뤄 질수 없는 사랑에 손을 댄 내게 욕을해 내 심장을 도려내고 싶어.
마지막 일지라도 한결은 동욱을 품에 와락 안는다.
동욱의 뺨에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린다.
한결의 뺨에, 동욱의 뺨에 흘러내리는 서로에 대한 애틋한 감정이 쏟아낸 눈물이
서로의 말을 대신해준다.
한결은 조용히 떨리는 동원의 손을 잡았다.
서로의 감정이 교차되는 순간.
그 동안의 사회의 냉대를 참아 왔던 두 사람의 힘겨움과 사랑이 교차되는 순간,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그와 동시에 끝맺기 위해.
한결의 뜨거운 입술이 동욱의 뜨거운 입술에 닿이고,
동욱의 뜨거운 입김이 한결의 뜨거운 가슴속 깊이 번진다.
" 다음 세상에는 더 나은 세상에서 태어나자..... "
한결이 동욱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동욱도 슬픔을 애써 감추고 마지막 인사처럼 속삭였다.
" 난 행복해 "
원망 할수 있는 권리 조차 박탈 당해 버린 마음.
세상의 눈밖에 나버린 마음.
절망 속에서 커져만 간 꺼질 수가 없는 서로의 마음.
어떻게 할까.
Over the rainb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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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내용은 가수 i.f.씨의 rainbow의 가사를 따와서 만든 소설인데요
1편만 이렇게 제작할 것이고 앞으로 2편부터는 쭉 제 상상으로 만든 내용으로 구성할 것 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 동성애에 관한 시선이 부정적이시라면 읽지 말아주시구요,
행여나 읽으셔서 좋지못한 마음이 들었다면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런것에 대한
악플은 삼가해 주셨으면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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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모어
첫댓글 ^^ 걱정마세요 동성애에 관한 글은 님의 글이 첨이 아니니 욕하시는분은 절대 없을거에요 한결이 동욱을 많이 의지하는 것 같네요 다음편도 기대합니다 완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