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문) 탑독과 언더독에 대한 심리
Social Identification(사회적 동일시)는
자신을 자기가 "속한" 집단과 동일시함을 의미합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챔피언이다.
그럼 나 스스로가 챔피언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단 거죠.
당연히,
우리 팀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기뻐하게 됩니다.
그게, 곧 나의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반면,
인간에겐 언더독을 응원하는 심리도 존재합니다.
언더독 효과는 반드시, 내가 "제 3자"일 때만 나타나게 되는데,
즉, 내가 평상시 응원하는 팀이 아닌 딴 팀들끼리 붙게 되었을 땐,
약자를 응원하는 심리가 발동하게 된단 거죠.
이와 같이, 우리가 스포츠를 즐길 땐 서로 다른 두 가지 심리가 공존하게 됩니다.
사회적 동일시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는 경우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제 3자의 입장에서 둘 중 약한 팀을 응원하게 되는 경우
NBA가 총 30개팀이니,
사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플레이옵의 끝까지 경쟁할 확률은 상당히 적을 겁니다.
따라서,
정규시즌이 아닌 플레이옵 기간에는
제 3자적 입장에서, 딴 팀들의 쇼다운을 구경하면서
언더독 심리에 의해 보다 더 약한 팀을 응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거라 봅니다.
사실, 이게 스포츠가 재밌는 점이죠.
내가 평상시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 하더라도,
다시말해, 걍 아무 경기나 보더라도, 둘 중 한 팀(언더독)을 응원하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긴다는 점이 말입니다.
덕분에, 플레이옵과는 거리가 먼 팀들을 응원하고 있지만,
딴 팀들 경기라도, 매년 플레이옵을 재밌게 잘 보고 있습니다.
언더독을 응원하는 재미도 나름 개꿀잼이죠.ㅎ
사람들은 왜 언더독을 응원할까?
언더독 효과도 사람 심리인바,
당연히 심리학에서도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문헌에서는 언더독 효과의 동기를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보고 있는데,
첫번째로, 불공정성 회복(Fairness)과 정의감의 발로(Justice)를 주요 동기라 설명합니다.
오버롤 능력치가 한 쪽이 너무 뛰어나게 되면,
불공평하다, 옳지 않다라고 사람들이 느낀다는 거죠.
따라서, 그 상대방의 편을 들어주면서 심리적인 밸런스를 맞춘다는 얘깁니다.
두번째는, 언더독을 응원하는 편이 정서적 만족치가 더 크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즉, 언더독의 승리는 기대치 못 한 승리이기 때문에 기쁨이 배가된단 얘기에요.
반면, 언더독이기 때문에 패배했을 땐, 실망도 덜 하죠.
다시말해, 져도 본전, 이기면 로또라는 겁니다.
한편, 이건 동전의 양면 같은 건데,
약한 팀을 응원하는 현상의 본질은 언더독 효과가 아니라,
탑독에 대한 샤덴프로이트가 아니냐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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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마술램프를 발견한 농부가 램프를 문지르자 요정이 나타나 소원을 말하라고 했다.
농부는 "이웃집에 젖소가 한 마리 생겼는데 가족이 다 먹고도 남을 만큼 우유를 얻었고 결국 부자가 되었다"고 요정에게 말했다.
그러자 요정이 "그럼 이웃집처럼 젖소를 한 마리 구해드릴까요? 아니면 두 마리라도?" 하고 물었고,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니, 이웃집 젖소를 죽여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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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덴프로이트는 "남의 불행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꼬시다, 쌤통이다)"을 의미합니다.
특히 사람들은, High performer의 실패를 바라고 즐긴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은데,
이 또한 그 기저에는 "Fairness 지향"이라는 인간 본연의 동기가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됩니다.
즉, 잘 나가는 놈들도 몇 번 실패해야 공평하다란 심리가 깔려있단 소리죠.
그럼, 언더독에 대한 서포트가 맞는 설명이냐? or 탑독에 대한 샤덴프로이트가 맞는 설명이냐?
연구자들은,
(Joseph A. Vandello, Nadav P. Goldschmied and David A. R. Richards' The Appeal of the Underdog)
두 가지 심리가 공존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더 대두되는 동기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적으로 탑독의 강력함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는, 탑독에 대한 샤덴프로이트가,
언더독의 약자스토리가 이슈되는 상황에서는, 언더독에 대한 서포트 심리가
더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라고 설명합니다.
이를테면,
최근 마이애미 빅쓰리의 경우엔, 탑3 두 명과 올스타 PF 하나의 조합이란 측면에서
시작부터 일부 제3자적인 팬들에게 탑독이란 느낌을 강하게 줬었죠.
이런 경우엔, Beat Miami 심리가 우세할 수 있겠고,
예전 필리와 LA의 파이널 시리즈 때는, 온갖 부상을 달고 뛰는 앤써와 수비하는 아이들이라는 몇몇 동정어린(?) 시선들 속에서
필라 이겨라의 심리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었을 거란 얘깁니다.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길 확률이 낮다
이런 팀들 모두에게 언더독 효과가 나타나는 건 아니고,
관련 연구에 의하면,
(Joseph A. Vandello, Nadav P. Goldschmied and David A. R. Richards' The Appeal of the Underdog)
언더독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선 또다른 전제 조건이 있는데,
바로, 약자의 가진 바 오버롤 능력치가 확실히 떨어져야 한다 라는 점입니다.
즉, 한 쪽이 누가 봐도 "부족해 보여야", 서포트 심리가 나타난단 거고,
둘 중 명확히 약팀인데, 선수 구성은 "꽤 좋다" 이런 경우라면,
언더독에 대한 서포트 심리가 잘 나타나지 않는단 거죠.
이럴 땐 상대적으로, 반대쪽 강팀에 대한 샤덴프로이트 심리가 우세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더 약한 쪽을 응원하게 되는 건 도찐개찐인데,
언더독이라서 응원하는 거냐, 탑독에 대한 저항심리로 응원하는 거냐의 차이점인 거고,
그로부터 얻는 정서적인 만족감도
훈훈하고 가슴 벅찬 즐거움이냐, 와 꼬시다 쌤통이다 같은 약간은 사악한 즐거움이냐처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실, 공은 둥글다라는 명제 덕분에,
스포츠에서 언더독 효과가 주는 즐거움이 더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언더독 효과가 유의미하려면, 이겨서 즐거움을 줄 때나 재밌는 거지,
약한 팀을 응원하는데, 약자라서 당연히 진다, 이러면 재미없죠.
약자인데도 둥근 공과 함께 드라마를 만들어낼 때 비로소 흥미진진한 겁니다.
반면, 스포츠에서, 절대 강자가 존재함으로써 얻게 되는 재미도 빼 놓을 수 없죠.
샤덴프로이트 또한 인간 본연의 심리인지라,
절대강자의 예상치 못했던 실패나 패배를 바라보면서 얻게 되는 통쾌함이나 즐거움도 일종의 유희일 수 있거든요.
하도 어메이징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곳이라,
비록, 내가 응원하는 팀의 경기가 아니더라도
그게 언더독에 대한 응원이건,
탑독에 대한 샤덴프로이트건,
기대치 않던 수많은 승리들이 NBA를 더욱더 볼 맛 나게 만들어 줍니다.
다음 시즌에는 과연 또 어떤 드라마를 보게 될른지.
Where Amazing Happens ! ! !
첫댓글 언제나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학교에서 시카고와 유타의 파이널 경기를 볼 때 다들 시카고를 응원했지만 저는 유타에 맘이 가더라고요.(저는 올래도 팬이었습니다) 결과는 뭐 다들 아시니까...
저는 응원팀이나 좋아하는 선수가 속한 팀이 아닌 제3의 팀들 경기 볼때 언급하신 두가지 이유 중에서 fairness에 가까운 이유 때문에 언더독을 응원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언더독 기질이 강해서 공감하면서 읽었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222. 저두요. 그래서 아주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무명자님글 기스게에서는 첨 보는것 같아요. ㅎㅎ
늘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샤..덴..프..로..이..트.. 잘배웠습니다요
저는 미국 드림팀이 지면 그렇게 쾌감을 느낀답니다. ㅋㅋ.ㅋ
오늘도 잘 봤습니다. 샄코비의 레이커스, 최근 골스왕조와 분데스리가 공공의 적 뮌헨이 문득 떠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