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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이런 말 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오랜만에 만난 대학 동창이 어렵게 말을 꺼냈다.
지난 주말, 대학 동창은 남자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간 곳에서 한남이 어떤 여자와 함께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한남은 은은한 조명 아래서도 눈에 띄는 색깔의 작은 티파니 쇼핑백을 마주 앉은 여자에게 건넸다고 했다.
쇼핑백에서 박스를 꺼내고, 박스에 묶인 하얀 리본을 풀고, 마침내 박스를 열어 목걸이를 꺼낸 여자애는 한남을 쳐다보며 아주 살짝 미소를 지었다고 했다.
그런 여자애를 보며 한남은 몹시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고 했다.
그리고, 둘은 다정하게 스테이-크를 썰고 나서, 서로의 어깨를 부둥켜 안고 사라졌다고 했다.
"그럴리가....잘못 봤겠지"
"한남오빠는 그런데 안 가"
개념녀는 동창의 말을 믿지 않으려 했다.
동창은 내가 한남을 못 알아보겠냐며 답답해한다.
"워낙 똑같이 생긴 남자들이 많잖아..."
개념녀는 말끝을 흐렸다.
동창에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집으로 돌아온 개념녀는 별별 생각을 다 하며 무던히 속을 태웠다.
개념녀는 화장대 서랍을 열어 그 안에 놓인 목걸이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오래전 화이트데이 선물로 한남에게 받은 목걸이였다.
한남에게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기도 했다.
개념녀는 초콜릿과 생크림을 녹이고 데우고 굳히고 카카오 가루를 휘날리며 파베초콜릿을 만들었었다.
예쁘게 포장한 파베초콜릿과 함께 그리 비싼 건 아니었지만 제법 찰 만한 시계를 한남에게 선물했었다.
그리고 한 달 후, 화이트데이에 [개념녀(이)가 아낙수나문 목걸이를 획득하였습니다.]
물론 달콤한 사탕도 받았다.
왕츄파춥스 껍질을 까고, 케이스 뚜껑을 여니 츄파춥스 15개가 옹기종기 들어있었다.
한남이 어깨를 으쓱하며 내민 박스를 열어본 개념녀는 쉽게 범접하기 힘든 목걸이의 화려한 자태에 잠시 당황했었다.
하지만, 이내 한남에게 더할 나위 없이 기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 당시 여친,마눌님 선물용으로 인터넷을 좀 하던 한남들에게 인기 폭발이었던 재고처리용 5만 원짜리 럭키박스 출신 목걸이었다.
평범한 대학생의 삶을 살던 개념녀로선 착용하려면 용기가 필요한 목걸이였다.
하지만 선물해준 한남의 마음을 생각해서, 한동안은 데이트할 때마다 그 목걸이를 걸고 갔다.
몇 달 후 개념녀의 생일에도 동일한 브랜드의 액세서리를 선물받았다.
아마 한남은 럭키박스를 두 개 산 모양이었다.
한남은 무언가 민망한 듯, 그냥 귀여워서 골랐다며 박스를 내밀었다.
포장을 풀어보니 어릴 적 잇템이었던 보석반지사탕을 단박에 떠올리게 하는 반지가 나왔다.
개념녀는 반지를 보는 순간 표정 관리를 하기가 힘들었다.
반지 호수도 개념녀의 다른 손가락엔 컸다.
개념녀는 삶은 달걀 노른자만한 알을 가진 반지를 엄지에 끼고 한남에게 보여주었다.
그래도 반지를 끼고 한남에게 보여줄 땐 미소를 지었다.
그 반지는 차마 데이트에 끼고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대신 화장대 서랍에 소중히 간직해두었다.
개념녀의 집에 놀러왔다가 화장대 서랍을 열어본 6살짜리 조카는 반지가 이쁘다며 탐을 냈다.
이모에게 소중한 사람이 준 소중한 선물이라 미안하다고 말했다.
토라진 조카를 달래느라 고생을 좀 했다.
그 후로 개념녀는 그 어떤 날에도 그 어떤 선물도 필요 없다고 한남에게 단단히 말해 두었다.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며 용돈으로 생활하는 한남이 무슨 돈이 있으랴 싶었다.
쓸데없는 부담을 주는 여자는 되기 싫었다.
귀 기울일 줄 아는 남자, 한남은 개념녀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다.
단, 이것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화이트데이 때마다 조악하게 포장된 사탕은 주었다.
개념녀는 매년 발렌타인데이, 한남의 생일이 돌아올 때마다 한남에게 선물을 주었다.
그건 개념녀가 기쁘게 주고 싶어서 주는 선물이었기에 관계치 않았다
개념녀는 큐빅이 듬성듬성 빠진 아낙수나문 목걸이와 아직도 영롱하게 빛나는 왕반지를 보면서 오래도록 생각했다.
마침내 개념녀는 한남을 만나 확인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물론 개념녀는 남자의 바람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 여우같은 것이 살랑거리며 눈웃음을 치는데 어떤 남자가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으랴 싶었다.
한남이 개념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돌아오기만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처음엔 잡아떼던 한남은 결국 실토하고, 같은 과에 입학한 새내기 여학생을 선택했다.
"미안하다. 너도 조은 사람 만나"
이 카톡을 마지막으로 한남과의 연락이 끊겼다.
한남이 군대에 갔던 2년 포함, 총 5년의 연애끝에 개념녀는 차였다.
"얼마나 가나 보라지."
개념녀는 자신이 있었다.
한남이 그깟 몹쓸 김치녀와 얼마 못 가고, 곧 개념녀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하루는 밤새 베갯잇을 적시며 울고, 하루는 술을 마시며 친구에게 그 여자애와 한남의 욕을 하기도 했다.
하루는 한남의 페북을 염탐하기도 했다.
두 달이 흘렀다.
친구가 소개팅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한남 같은 나쁜 스타일 남자는 그만 잊고, 다른 남자를 만나보라고 권했다.
개념녀는 내키지 않았지만 한남을 잊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친구의 설득에 넘어갔다.
친구는 어떤 남자가 좋겠냐고 개념녀에게 물었다.
개념녀는 한남 같은 곰돌이 푸 스타일은 별로라고 말했다.
친구의 남자친구의 불알친구와 소개팅 날짜가 잡혔다.
친구의 남자친구 말에 의하면 친구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외모의 소유자라고 했다.
175센티, 그리 큰 키는 아니지만 한남보다는 키도 크다고 했다,
소개팅 날짜는 다음 주 금요일 저녁으로 정해졌다.
소개팅 전날 저녁, 개념녀는 100장 묶음으로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쓰는 팩을 꺼내어 얼굴에 붙였다.
32mm 고데기로 평소보다 정성껏 머리를 말았다.
한남과 데이트할 땐 신을 수 없었던 가보시가 넉넉히 들어간 미란이st 힐도 신었다.
"생각보다 키가 크시네요."
소개팅 자리에 나타난 이종수를 꼭 빼닮은 남자가 말했다.
166cm인 개념녀의 눈에 이종수 판박이의 정수리가 보이는듯했다.
분위기가 제법 괜찮은 곳에서 스파게티를 먹었다.
스푼을 대고 포크로 면을 돌돌 말아 먹는 개념녀를 보며 이종수 판박이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둘은 공통점이 많아 보였다.
"듣던 대로 개념녀씨는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네요~"
커피값은 내가 내겠다는 개념녀를 보고 이종수 판박이는 감탄을 했다.
개념녀가 사는 아파트 정문까지 바래다 준 이종수 판박이는 멋진 후진을 선보이며 사라졌다.
꺼진 아스팔트에 고여 있던 흙탕물이 개념녀의 새로 산 원피스에 튀었다.
며칠을 갑갑하게 기다리던 개념녀는 자존심을 포기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친구는 남자친구에게 물어보고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친구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이종수왈, 개념녀의 개념적인 면은 참 마음에 들지만, 외모가 생각했던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전화를 끊은 개념녀는 그렇게 진하게 생긴 스타일은 내 스타일도 아니라고 중얼거렸다.
때론 개념녀는 한남과의 추억을 곱씹으며 혼자 웃고 울고 꿈꿨다.
많이 미웠지만 한남과의 추억까지 내어 버릴 수는 없었다.
한남이 군대에 있을 때가 특히 기억이 많이 났다.
제대할 때까지 펜으로 꾹꾹 눌러 쓴 삼백여 통이 넘는 편지를 보냈다.
알바비와 용돈을 모아 채운, 정성을 가득 담은 택배도 가끔 보냈다.
밤을 새워 싼 12단 도시락을 양손에 들고 고속 버스를 타고 면회도 제법 갔다.
훈련을 받느라 까맣게 탄 얼굴의 한남이 입가에 양념이 덕지덕지 묻은 것도 모른 채 닭다리를 뜯던 모습이 생각났다.
"너도 머겅~"
보지만 말고 너도 맛을 좀 보라며 퍽퍽살을 내밀던 다정한 한남을 떠올린 개념녀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야 말았다.
제대하고 새로 장만한 한남의 폰에서 데이트 어플을 발견한 개념녀가 따져물은 적이 있었다.
한남은 무언지 궁금해서 한 번 깔아봤을 뿐인데 유난이라며 개념녀를 몰아세웠다.
개념녀는 자신이 지나친 오해를 했던 걸 사과했다.
개념녀 인생에서 가장 길었던 석 달이 흘렀다.
새벽 2시 어둠 속에서 개념녀의 폰이 깜빡거렸다.
"자냥 ㅎ ?"
새내기 여학생에게 2달 3주만에 차이고, 여간 고추가 심심하지 않은 한남이였다.
'그럼 그렇지...'
개념녀는 입술을 샐쭉거렸다.
"모해? ㅎ"
잠시 후 다시 한남이 카톡을 보냈다.
돌아오는 주말에 한남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주중 내내 개념녀는 페북에서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 '남친에게 사랑받는 100가지 방법' 등의 글을 정독했다.
밤마다 얼굴에 팩을 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한남과의 재회가 약속된 주말 아침이 밝았다.
잠을 설친 개념녀는 해가 중천에 이르러서야 눈을 떴다.
약속은 6시니 서두를 이유는 없었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대학 동창에게 카톡을 했다.
다시 한남을 만나게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동창은 별 반응이 없었다.
한참 후에야 잘되었다며 개념녀의 기대에 못 미치는 짧은 답을 보냈다.
개념녀는 입을 샐쭉거리며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세 시간에 걸친 단장이 끝났다.
개념녀는 신발장에서 소개팅을 할 때 신었던 가보시가 넉넉히 들어간 미란이st 힐을 꺼내었다.
구두를 들고 잠시 망설이던 개념녀는 결심한 듯 구두에 발을 밀어넣었다.
현관 앞에 걸린 거울을 보며 마지막으로 옷매무새를 점검한 개념녀는 집을 나섰다.
한남을 만나기 백미터 전~
잠시 걸음을 멈춘 개념녀는 지난 세일에 1+1으로산 팩트를 꺼내었다.
거울을 보며 아이라인이 번지진 않았는지, 그새 기름은 올라오지 않았는지 확인을 했다.
"왤케 노픈 구두를 신고와서 남자 기를 죽이냐?"
폰으로 오유를 하면서 개념녀를 기다리던 한남은 마치 어제도 만난 사이처럼 능청스럽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내께"
한남은 경상도 상남자답게 말했다.
메뉴판을 끝까지 꼼꼼히 살피던 한남은 모둠 소세지 세트와 개념녀가 좋아하는 골뱅이 무침을 주문했다.
"너는 우동을 조와하지?"
한남은 김치 우동도 시켰다.
"너무 많이 시키는 거 아냐?"
개념녀는 말은 그리하면서도 석 달동안 마음 고생을 시킨 한남이 이 정도는 사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경찰시험 준비는 잘 되어 가냐고 한남에게 묻는다.
한남은 아직 본격적인 공부는 안 하고 있지만, 학교 공부와 병행하다 보니 몸이 많이 축나는 것 같다고 대답한다.
오랜만에 한남을 본 한남의 어머니도 우리 아들 얼굴이 반쪽이 됐다며 안쓰러워 했다고 전했다.
개념녀는 내 남자 넘보지 말라는 경고의 눈빛을 쏘아 보냈다.
개념녀는 멀리 있는 한남의 어머니 대신, 가까이 있는 내가 내조를 잘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얼큰하게 취해서 술집을 나선 한남과 개념녀는 예전에 자주 갔던 모텔로 향했다.
한남이 기숙사에 살던 시절, 시내에서 데이트할 때면 들리곤 했던 모텔이었다.
「3초 모텔」간판에서 'ㄹ'자의 불이 깜빡거리는 모양새는 그대로였다.
어둑한 모텔 입구에서 개념녀는 한남의 소매자락을 잡아 멈춰 세웠다.
한남의 후드티 주머니에 슬그머니 5만 원을 밀어 넣었다.
"너 여전하구낭?"
한남은 개념녀를 올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뚝 솟은 모텔 간판 위의 밤하늘엔 별이 반짝였다.
앞으로도 와랄랄라는 등장하지 않을 거요.
항상 기대하게 써놓고 이제사.....죄송하구랴 ㅜㅜ
매번 재밌게 봐주셔서 정말 고맙소♡
첫댓글 이게 무슨일이야....
어씨발ㅋㅋㅋㅋㅋㅋㅋ잼따
삭제된 댓글 입니다.
미이라 아낙수나문 아니야?
으엥으어어어ㅓ우ㅜ욱
세상에ㅜ
길티..^^